2001년 미국 듀크대 아브샬롬 카스피 연구팀은 우울증 유전자 유무를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사람의 뇌에서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하는 유전자의 형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결과는 어떨까요? 우울증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연구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중학교 생물 시간에 배웠듯이 우리 유전자는 2벌입니다. 하나는 어머니, 다른 하나는 아버지 유전자입니다. 이 각각의 유전자를 ‘짧은/긴’으로 분류해 보겠습니다. 어머니의 유전자는 짧은데, 아버지의 유전자는 길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내가 받을 유전자 경우의 수는 다음 4가지가 됩니다.
① 짧은/짧은
② 짧은/긴
③ 긴/짧은
④ 긴/긴
연구팀은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하는 유전자의 형태를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연구 결과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짧은/짧은’의 조합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심각한 일이나 계속되는 불운을 만나게 된다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가장 낮은 유전자는 ‘긴/긴’이었습니다. 이들은 어렵고 힘들게 살아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았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이런 사람이 많이 보입니다. 상상도 못 할 힘든 일을 겪어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반전도 있습니다. ‘짧은/짧은’ 유전자를 지녔어도 힘든 일을 많이 겪을 경우만 우울증이 발생했답니다. ‘짧은/짧은’ 조합을 지닌 사람이 ‘학대’ 등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살아간다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긴/긴’ 유전자를 지닌 사람과 비슷했습니다.
나의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하는 유전자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긴/긴’입니까? 아니면 ‘짧은/짧은’입니까? 다행히 그 유전자가 ‘긴/긴’이면 더욱 좋겠지요. 다만 ‘짧은/짧은’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살면서 불행한 일을 만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우리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삶은 고해라는 표현처럼 하루를 멀다 하고 힘든 일의 연속입니다.
내가 어떤 유전자를 가졌든 고해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돛단배 하나가 필요합니다. 어려운 일을 만나도 쉽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지요. 당신은 어떤 도구를 가지고 있나요? 명상, 운동 등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저의 고해 돛단배는 ‘글쓰기’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마음이 울적해질 때도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글은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 왜 삐졌어?”라는 아내의 말에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내가 왜 아내에게 속상했는지 글로 표현해 봅니다. 나의 전두엽은 속상했던 사연을 구구절절 늘어놓습니다. 첫 번째 문단이 지나고, 두 번째 문단을 쓰다 보면 속상한 마음이 점점 사라집니다. 세 번째 문단에서는 문제의 원인이 아내가 아니라 나의 잘못임을 깨닫습니다.
글쓰기는 생각을 위한 생각입니다.
현명한 생각은 글쓰기에서 만들어집니다.
글쓰기는 고해라는 바다를 헤쳐갈 수 있는 돛단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