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어느 날입니다. 제가 속해있는 연구회 선생님들과 회식이 있었습니다. 술 때문이었을까요? “일주일에 2권씩 읽고 토론을 해봅시다.”라고 나도 모르게 이런 제안을 해 버렸습니다. 이 제안을 6명의 회원이 동의를 해주었고, 다음날부터 책 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만 일주일에 2권 읽기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쟁하듯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읽은 책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제목, 읽은 날짜, 저자, 출판사, 중심 내용으로 나만의 기록 형식을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2027년 11월 27일에 기록했던 ‘간절히 말하면 기적처럼 이루어진다’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신기한 힘을 만납니다. ‘숫자 매기기’의 효과였습니다. 읽은 책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욕구가 솟구쳤습니다. 이것은 마치 사다리와 같았습니다. 사다리 첫째 칸에 올라서면 둘째 칸에 올라서고 싶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0권에 도달하면 20권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100권에 도달했더니 200권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2025년 11월 현재 497권에 도달했습니다. 아마 몇 년 후면 1,000권이 넘어가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책 읽기의 성공 회로입니다. 읽은 책의 숫자가 늘어나면 우리 뇌는 엔도르핀, 도파민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것은 읽은 책의 숫자를 더 늘리고 싶다, 책을 더 읽고 싶다는 성취감의 불을 지핍니다. 결국 책이 손에서 떠나지 않게 되고,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당연히 읽은 책의 권수는 더 많아지겠지요. 이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책 읽기의 성공 회로를 입혀보면 어떨까요?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이면 가능하겠지요. 초등학생 때부터 책 읽기에 숫자를 매겨가면 그 권수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 삶에서 최고의 보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숫자 매기기는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SNS나 책을 읽다가 멋진 표현이 나오면 문장을 스크랩합니다. 물론 스크랩한 문장에 숫자를 매깁니다. 보통 하루에 1~2개 정도 스크랩하는 것 같습니다. 별 다섯 개 표현은 외우기까지 합니다. 작가인 저의 감성을 높여주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배움은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만으로는 열정이 피어나지 않습니다. 생각 의지는 결국 귀찮음, 하기 싫음이라는 본성에 지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는 도전이라는 본성을 이용해야 합니다. 숫자를 매기면 도전 욕구가 꿈틀거립니다. 한라산을 정복해 본 사람은 더 높은 산을 정복하려고 하듯이, 100권의 숫자를 돌파하면 200권에 도전합니다. 읽은 책에 숫자를 매기는 것은 배움을 꽃피우는 강력한 수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