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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Mar 07. 2019

한 글자로 별 두 글자로 보석

입학식 날 ‘한 글자로 별, 두 글자로 보석’이라는 현수막을 달았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현수막 하나가 뭐 대수일까라고 생각했지만, 처음 학교를 만난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단어 하나를 가슴에 안겨주고 싶었습니다. 그 단어를 가슴에 품고 마음이 흔들리면  살짝 꺼내보는 소중한 보물이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선생님들과 고민과 고민 끝에 ‘별’이라는 단어를 골랐습니다. 별처럼 스스로 아름다운 빛을 내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오래전 어느 겨울날, 하늘의 별을 찾아 화순에 있는 백아산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모임 중에 ‘별’ 이야기가 나왔는데, 우리 지역에서는 화순에 있는 백아산이 별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어느 친구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빙판길을 마다하지 않고 다녀왔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곳의 하늘은 별빛 가득한 밤이었습니다. 별들의 속삭임이 가득한 밝은 청색의 밤하늘이었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별빛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람이 있습니다. 정이 졸졸졸 흐르며, 혹시 작은 돌과 부딪치면 돌아서 흐르는 시냇물 같은 사람입니다. 부족한 이야기도 고개 끄덕이며 들어주는 사람,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화난 일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 곁에 가면 마음 어디에서 행복이라는 편지가 도착합니다. 사람이 별빛만큼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입니다.    


오늘 입학하는 아이들이 이런 별빛을 닮은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성장할수록 아이들의 별빛은 희미해져 갑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감정이 거칠어지고, 싸움도 잦아지고, 배려심도 점점 사라져 갑니다. 오늘 입학식 날 보여주었던 호기심 어린 맑은 별빛 대신 욕심, 화라는 것이 점점 자리를 크게 잡아갑니다. 아이들에 대한 커다란 기대, 마음껏 뛰놀 수 없는 여건이 그들을 힘들게 했을 겁니다. 매일 꽃과 나비를 보고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오늘도 매우 나쁨 미세먼지입니다.    

 

이렇게 지쳐가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다면 정답은 단 하나 어른의 모습입니다. 어른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행동과 따스한 눈길이 오랫동안 머물면 우리 아이들의 사라져 갔던 별빛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아이들 앞에서는 옷가지 하나, 행동 하나하나에도 조심해야 합니다. 지나간 먼 이야기이지만 제가 초임 발령을 받았을 때 교장 선생님은 학부모님께 정장을 입고 학교에 오시라는 부탁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당시 지나치다는 생각을 했지만 내가 학교장이 되고 우리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분의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됩니다.    


인재는 나는 곳에서 많이 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인재가 많이 났다고 소문난 마을이 있습니다. 대개 시골 어른들은 풍수지리가 좋아서 인재가 많이 나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대개 그런 마을은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강과 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예쁜 마을들입니다. 둘째는 그 마을에는 엄하지만 부드러운 어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내 자식이 아니어도 나쁜 행동을 하면 엄하게 나무라며, 착한 일을 하면 언제든 칭찬해줍니다. 그 마을에서 자식은 두 분의 부모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모님을 갖게 됩니다. 그런 환경을 잘 갖춘 마을이어서 많은 인재가 많이 나는 것은 참 당연합니다.


그런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던 마을을 닮은 우리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자식만이 아니라 우리 학교 모든 아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고, 혹시 잘못된 행동을 보면 엄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득해주는 그런 아름다운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예쁜 꽃에게 말을 걸며, 혹시 아이들이 볼까 두려워 떨어진 휴지를 재빨리 줍는 예쁜 손이 많은 우리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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