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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me mocha Apr 04. 2017

산토리니, 별과 하늘을 닮은 빛에 씻긴 섬

그리스 여행 -  빛나는 하늘, 석양 지는 노을, 별 헤는 밤

빛에 씻긴 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산토리니는 그리스의 보물과도 같은 섬이다.  애개해의 빛나는 보석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아름다움을 입고 나에게 잊지못할 빛나는 하늘, 석양 지는 노을, 별 헤는 밤의 추억을 주었다. 그 밑에서 신선놀음하며 마음으로 느꼈던 그 감동을 사진으로 한 장 한 장 펼쳐보려 한다.

(에개해의 빛나는 보석 산토리니 첫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creme-mocha/9 )




 시차 적응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여행 초반에는 일출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생긴다. 그리스가 이번 여행에 두 번째 도착 지점이었기에 시차 적응은 됐을 리가 없었고 덕분에 새벽 5시 30분이면 눈이 저절로 떠지는 제대로 아침형 인간으로 제 탄생해 호텔 앞으로 산책을 나갔다. 그전날 녹아내릴 것 같았던 낮에 비하면 (뜨거운 태양의 잔해로 내 살은 하루 만에 초등학교 때 여름휴가 이후 처음으로 처참하게 벗겨지고 있었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의 산토리니 날씨는 조금은 쌀쌀했다. (물론 여기서의 쌀쌀이란 나시에 핫팬츠를 입었을 때도 괜찮다 라는 산토리니 날씨의 기준에서이다).





슬리퍼를 끌고 호텔 옥상에 있는 수영장 위에 올라섰다. 주인아저씨가 자랑한 대로 이 호텔은 이메로비글리에서 제일 높은 수영장을 가지고 있었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앉아 발을 담그고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바람이 불어 머리가 헝클러 져도,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핸드폰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음악만 듣고 있어도 그저 그 순간이 좋았다. ('여기서 살면 참 좋겠다'). 해가 떠오르면서 지중해 너머로 석양 같은 조양이 하늘을 물들였다. (이래서 섬사람들이 산토리니를 사라진 고대의 대륙 안틀란티스 한 부분이라고 믿는 거구나). 쌀쌀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해가 뜨니 순식간에 더워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좀 더 있고 싶었지만 자다가 말고 나온 탓에 얼굴이 좌외선에 무방비 상태라 방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방에 돌아오니 마침 아빠도 일어나 있었고, 시차 적응이 안된 식욕 덕에 (캐나다 시간으로는 야식 먹을 시간이었다) 배고픔으로 가득 찬 배를 움켜잡고 (게으름도 있었다) 야심 차게 아침을 시켰다. 보통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시키면 방으로 가져와주길 마련인데, 이곳은 아침을 시키니 호텔 방 앞에 있는 발코니에 놓인 테이블 위에 아침을 세팅해주었다. 이런 뷰에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으니 나는 흔쾌히 더위 속에서 아침밥을 먹기로 했다.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은 딱 한 가지밖에 없었다. 하늘 아래 신선놀음이었다. 오후쯤엔 해가 너무 강렬해 돌아올 수 없는 피부의 자극을 얻을 것 같아, 더 해가 중천에 뜨기 전 옥상 수영장에서 열을 식히기로 했다. 옥상에는 벌써 많은 커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잠도 안 자나 보다. 아니면 나와 같은 시차 적응의 피해자들이거나. (산토리니에서의 많은 호텔들이 2인실만 제공한다. 오늘 관광객들이 대부분 커플들이나 신혼부부들이어서 그런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호텔 측에 직접 전화를 해 하룻밤마다 50유로씩을 더 내고 거실에 놓인 싱글 배드를 세팅해 주는 것으로 딜을 봤다).  나는 선베드에 비치타월로 자리를 잡고는 수영장에 들어갔다 (혼자라고 위축된다면 여행은 절대 할 수 없기 때문에 여행할 때만큼은 혼자여도 나에게는 부끄러움이나 외로움은 없다) 이렇게 신선놀이가 시작됐다. 수영장은 크기는 작았지만 수심이 엄청 깊었다. (내 키가 작아서가 아니었고 수심이 2m였다). 바다 쪽 절벽으로 놓인 가장자리를 꼭 붙잡고 하늘과 꼭 닮은 바다를 감상하다(봐도 또 봐도, 절대로 질리지 않은 뷰다) 팔에 힘이 빠지면 선베드로 돌아와 낮잠도 자고 여유롭게 책도 읽었다. 이 신선놀음을 그다음 날 아침에도, 낮에도 그리고 그 다 다음날 아침에도, 공항 가기 전까지 계속했다. 물론 내 피부를 태양에 내주었지만 이 한가로움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나란 사람은 그렇게 한가로움에 빠져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도통 모른다. (한가로우면 시간이 더 천천히 가게 느껴질 것 같은데, 의외로 순식간에 흘러가 당혹스롭기도하다). 아빠가 저녁 먹자며 데리러 올 때에서야 정신이 들어 흘러간 시간의 흐름을 깨닫곤 했다. 저녁을 먹고 났을 때쯤이면 에개해 너머로 석양이 졌다. 깎아내린듯한 산토리니의 화산암 절벽은 숨이 막힐 정도로 경이롭고, 온 하늘에 불타는 석양 노을은 그 어느 것보다 넋을 잃을 정도로 황홀했다. 산토리니의 아침노을과 저녁노을은 너무나도 닮았다. 나도 사진에 저장되어있는 정보가 아니었다면 아침노을 사진을 보고 저녁노을이라, 저녁노을 사진을 보고 아침노을이라 했을 것이다. 산토리는 특히나 동트는 새벽의 조양 때, 검붉은 석양이 질 때 가장 아름답게 반짝이는 빛에 씻긴 섬이 된다. 내가 산토리니 여행에서 제일 생각에 남는 것도 붉은 노을이 (저녁노을이건 아침노을이건) 점점 옅은 봉숭아 빛 색으로 물들어 구름에 수를 놓는 절경이다.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한밤중이 된다. 이 어두운 밤에도 산토리는 계속 빛이 난다, 땅에선 절벽에 들어서 있는 호텔들의 불빛들로, 하늘에서는 그보다 더 반짝이는 별들로. 밤에는 터질 거 같은 보름달이 에개 해를 푸르고 붉은 달빛 노을로 물들였다. 아침을 먹었던 방 앞 페디오에 앉아 새벽 때처럼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넘기고 빛나는 에개 해를 바라봤다. 아틀란티스 전설을 품은 산토리는 빛에 씻긴 섬이었다. 새벽에는 조양으로 물든 하늘이 바다를 담고, 낮에는 파아란 바다가 하늘을 닮고, 밤에는 하늘이 수없는 별을 담고, 달빛에 그을린 바다가 하늘을 닮는다. 내가 언젠가 이곳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그게 언제 건, 산토리는 언제나 나에게 빛을 안겨줄 것이다.





새벽에는 조양으로 물든 하늘이 바다를 담고,
낮에는 파아란 바다가 하늘을 닮고,
밤에는 하늘이 수없는 별을 담고, 달빛에 그을린 바다가 하늘을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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