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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렘베어 Jul 06. 2022

사람들은 각자의 문에서 정오를 맞는다

Chacun voit midi à sa porte

사람들은 각자의 문에서 정오를 본다(Chacun voit midi à sa porte).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 그러니 다름에서 기인하는 사람 사이의 의견불일치란 자연스러운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토론을 벌이다 의견이 달라 마찰을 빚을 때, '각자의 문에서 정오를 보는 격'이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에겐 다소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옛 속담이다. 라루스 사전에는 '각자 자신만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본다regarder tout de son seul point de vue'고 뜻풀이되어 있다.  


해시계를 든 아낙시만드로스(모자이크), 기원전 3세기, 독일 라인주립박물관

이 속담은 해시계의 풍속에서 유래된다. 유럽에서는 고대부터 시간을 가늠할 때 해시계를 많이 사용했는데, 해시계는 보통 집집마다 문앞에 설치되었다. 


까마득한 기원전 1500년 전후, 고대 바빌로니아의 그노몬Gnomon, 폴로스Polos dial, 이집트의 L모양 해시계 등 최초의 시계로 부를 만한 도구들이 발명되었다. 후대에 그리스의 음치 지리학자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가 계량하여 전파한 것이 프랑스인들의 집 문앞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특히 공공시계가 달린 종교건축물이 없는 유럽 오지마을의 주민들에게, 문앞에 마련된 가정용 해시계는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


그런데 이 해시계에서 왜 이런 뜻의 속담이 나왔을까?



독일 나무집의 해시계. 문장과 문양으로 장식되곤 했다. Andreas Lischka(Pixabay)

문제는 해시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문앞에 둔 해시계의 설치 방향이 잘못됐다거나, 동네 반장님이 명품 따라 대충 만든 짭시계가 놓였다고 가정해 보라. 헬게이트가 열리리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옆집 순이네 시계는 정오를 가리키고 있는데 우리집 시계와 길 건너 철수네 시계는 아직 아닌 상황이다... 정말로 각자의 문앞에서 (각자 다른 시각에) 정오를 맞는다!


한편 15세기, 피터 헨라인(Peter Henlein/Hele/Henle, 1485-1542)을 비롯한 독일 뉘른베르크의 시계 장인들이 휴대용 시계를 제작하기 시작하고, 낭트 칙령이 폐지되어 시계공들이 영국과 스위스로 망명하는 17세기쯤부터 기계식 시계는 대량생산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드디어 해시계의 시대도 저무는가...!는 웬걸, 그 즈음에도 해시계는 가정집뿐 아니라 대형 건물 문앞에 건재했다. 기계식 시계와 해시계의 공존이었다.


왜 휴대용 시계를 하나씩 끼고 다니던 19세기에도 사람들이 오랫동안 해시계를 버릴 수 없었을까? 이유는 어느 18세기 책의 한 구절에서 찾을 수 있다.

낭시에서 맨 처음 만들어진 카페가 출연하는 이야기이다...
낭시(Nancy)의 새 광장 스타니슬라스(Stanislas)에서 마송 씨가 운영하는 카페의 모퉁이[스타니슬라스와 Passage 가의 모퉁이]에는, [1753년 8월과 1788년 사이에] 훌륭한 해시계가 위치해 있었다. 신학교수인 바렌거 수도원장이 만든 것이다. 그곳이 바로, 정오가 되면 진실한 시간에 관심이 많은 모든 이들이 멈춰 자신의 시계를 조정했던 곳이다.

 - J.J. Lionnois, 낭시의 오래되고 새로운 마을 이야기 : 설립부터 1788년까지(Histoire des villes vieille et neuve de Nancy, depuis leur fondation jusqu’en 1788,), 1811, 2권, 199쪽.


그 당시 휴대용 시계는 해시계보다도 정확도와 내구성이 더 구려서, 자신이 가진 시계가 어긋날 때마다 광장의 해시계를 보면서 다시 맞춰야 했다고.







출처 :

https://arxiv.org/pdf/1408.0987.pdf 

https://jcb1.pagesperso-orange.fr/ny33/ny33.html 

https://www.academia.edu/41821591/Sundials 

http://timeseoul.com/bbs/board.php?bo_table=sub02_01&wr_id=26&page=3 

https://www.klokers.com/articles/48/lhistoire-de-la-montre 

https://www.cairn.info/revue-cahiers-bruxellois-2016-1-page-32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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