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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탄핵 투표와 고양이의 로드킬

세상은 연극이야

12월7일 오후 10시30분, 어머니의 병세가 심각하다고 해서 충주에 있는 병원에 갔다 어머니를 중환자실로 모시고 서울집으로 오고 있다. 오늘따라 서울에서 갈 때도 마찬가지지만 서울로 돌아올 때도 차가 많이 막혔다. 차 안 라디오뉴스에서는 온통 윤석렬대통령 탄핵투표에 대해 시시각각 속보가 나오고 있다. 국힘이 모두 퇴장했는데 안철수만 퇴장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현재는 2명이 더 본회의장에 왔다고 한다. 또 하나의 채널에서는 두 패널이 현재 탄핵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아마 야당 성향의 인사는 지금 탄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당 성향의 인사는 탄핵보다는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한다. 공통된 것은 자신들의 주장이 사익보다는 우리 사회의 공공성이라 한다. 오전에 테니스를 했는데 테니스 동호회 단톡방에서는 탄핵 촉구 집회 참여했던 회원분들이 현장 사진을 올리고 여당과 윤석렬 비난하는 글을 도배하고 있다. 이분들도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위해 민중의 적인 윤석렬과 국힘당을 처단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어머니를 중환자실로 모시고 올라오는 길이어서 지금의 정치 형태에 대해 논쟁이 머리에서 처리되지 않고 그냥 흘러갔다.



이제 집에 거의 다왔다. 힘든 하루였다. 차로 5분만 가면 집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 서행하고 있는데 차로 한 가운데에 흰 덩어리가 있다. 순간적으로 로드킬 당한 동물인걸 직감했다. 때때로 로드킬 당해서 차로에 방치되어 이차저차에 치여 걸레가 된 현장을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빨리 시체를 치워주지 않으면 죽어서도 계속 능욕을 당할 것이다. 난 직감적으로 바로 차를 흰덩어리 옆에 정차하고 비상깜빡이를 켜고 내려서 의문의 물체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역시나 흰색 고양이였고 이미 죽어 있었다. 벌써 몇 번 차에 치였는지 몸에 피가 잔뜩 묻혀 있었다. 하지만 이 가여운 고양이를 안전한 곳으로 치워주지 않으면 이 가여운 고양이는 죽어서도 계속 능욕을 당할 것이다. 고양이를 안아 도보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고 황급히 차로에 정차한 차로 이동했다. 내 차로 인해 이동하지 못한 차들이 신경질적으로 빵빵거리고 있었다. 손에 피가 묻었지만 뒤 차들이 너무 빵빵 거러 피 묻은 손으로 바로 핸들을 잡을 수밖에 없다. 죽은 고양이에게 인사도 못하고 떠난 것이 너무 아쉽고 피 묻은 손을 딱지 못하고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 것도 찝찝했다. 근데 뉴스에서는 윤석렬탄핵 촉구로 20만 명이 모였다고 하고 사회지도자들은 우리 사회를 위해 탄핵과 또 다르게 탄핵 반대를 주장한다. 근데 정말 궁금한 게 이들이 주장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상에는 이렇게 정의로운 사람들이 가득한데 실제 세상은 왜 이렇게 지옥이지? 자신의 차로 생명을 죽이고 뺑소니하는 사람이나 로드킬 당한 동물을 모른체하거나 치고 지나가고, 이 많은 사람들이 로드킬 당한 고양이 한 마리 치워주는데 그것도 기다리지 못해 그렇게 신경질을 내야 하는가? 왜 이토록 우리는 잔인한 짐승들이 되었는? 로드킬도 불쌍하지만 그 시체를 걸레가 될 때까지 괴물같이 쇠덩어리 차로 질질 밟고 다녀야 하는가? 우리들이 꿈꾸는 민주주의, 정의와 평화는 어떤 모습인가? 민주주의를 위해 분노하고 정의를 외치는 모습과 이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우리가 참 극적이다고 느낀다. 우리가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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