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고듣고말하기(새명지킴이) 연수를 마치며

오늘은 오후 단양에 있는 S0초등학교에서 교직원 대상 생명지킴이 교육을 하였다. 참고로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지역 교직원은 3년에 1시간 이상씩 '생명지킴이' 교육을 받아야 하고 나는 교사이면서 교사 대상 '생명지킴이' 연수 강사이기도 하다. 교직원이 생명지킴이 교육을 받는 것은 청소년자살이 세계 1위이고 이들과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교직원이 이들 생명을 지켜줘야 한다는 이유로 만든 제도이다. 그리고 난 대학 때부터 죽음교육에 관심이 많아 죽음교육에 대한 책도 출판했었다. 따라서 나는 자연스럽게 교사가 되고 나서 교직원 대상으로 하는 자살예방 연수 강사가 되었다. 초등학교는 중등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자살 사건이 적어 학생자살 사고에 대해 둔감하고, 중등에 비해 선생님들이 보수적이라서 자살을 주제로 하는 연수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내가 있는 학교에서 거리가 가깝고 S0초 상담교사가 익히 친한 선생님이라 마음이 편한 것도 있으며 주변(단양) 일대를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 학교에서 출발해서 연수 10분 전에 도착했다. 연수 전의 학교를 둘려보니 그린스마트 환경을 해서 내가 있는 학교보다 깔끔하고 학생 친화적인 교실로 구성되어 있다. 연수를 하기 전에 마음을 먹었다. 천천히 또박또박하자고... 긴장되면 빨리하는 습성이 있다. 연수장소는 2학년 교실이다. 교장선생님은 연수에 참여했지만, 교장선생님 손님이 찾아와서 연수 시작하자 바로 나갔다. [야호, 다행이다]관리자가 연수에 참석하면 부담되고 불편하다. 감시받는 느낌이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든다. 대략 학교가 소규모라 8명이 선생님이 참여했다. 이곳 단양 지역 초등학교는 대부분 학생이 20~30명 내외의 작은 학교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교직원도 10명 내외이다. 남들은 강의할 때 참석 인원이 많으면 좋다고 하지만, 난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강의를 시작하자마자 젊은 남자선생님 1분이 지겨운 듯 고개를 책상으로 떨구었다. 초등학교는 자살 사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들 선생님에게는 또 하나의 단순 업무에 불과하겠구나라고 이해는 되지만, 긴장된다. 어이구.. 벌써.. 내 강의가 그렇게 별로인가? 자책하며 입에서는 말이 빨라진다. 속으로 천천히 천천히 해야 한다고 나를 누르지만 벌써 통제 밖의 상황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나의 사례를 소개한다. 나의 사례란 자살 계획과 시도의 경우이다. 내가 종종 자살을 생각하고 자살 계획을 세웠다고 밝히며 자살은 먼 나라의 남들의 경우가 아니라 우리 주변, 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나를 종종 개방한다. 중년의 한 여자선생님 한 분이 날 진지하게 쳐다보고 계신다. 고맙다. 다들 졸고 있거나 멍하고 있는데 나를 봐주고 있다니 그것도 진지하게, 그분의 눈과 마주쳐서 계속 그분의 눈을 보며 강의를 이어갔다. 졸고 있는 분을 보고 있으면 내가 흔들릴 것 같아서 그분의 진지한 시선의 선과 일치시키려 했다. 강의 계획은 1시간이지만 40분 만에 끝났다. 긴장되어서 질의응답도 받지 않았다. 끝나고 S0초 상담선생님 안내에 따라 학교 밖에 나갔는데 연수 중 나를 계속 응시한 여자선생님을 마주쳤다. 그분이 뜻밖에 자신은 자살 주의 인물이라고 했다. 자신은 약물 처방을 받고 있으며 우울증 환자라고 했다. 반가웠지만, 그분과 깊은 대화를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빨리 단양역으로 가서 서울 가는 3시 30분 기차를 타야 한다. 그래야 한 주에 한 번 있는 7시 10분 서울 00여대에 있는 수업에 늦지 않고 도착해야 한다. 많은 대학에서 수업을 했지만 00여대는 어려운 도전과제이다. 수업 내용이야 평생 공부한 부분이므로 어렵지 않지만 여대 자체의 예민함과 학생들과의 거리감이 날 불편하게 했다. 그런 수업에서 늦는다면 더욱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S0초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단양역으로 후다닥 갔다. [00여대에서는 에피소드는 추후 소개하겠다] 난 서울 갈 때 대부분 제천역에서 청량리역 도착하는 5시 27분 KTX를 타곤 했다. 그러면 서울청량리역에 6시 30분에 도착하고 7시 10분에 있는 00여대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 심장을 조이면서 올라갔다. 여기에서는 단양역이 가깝지만, 기차 시간을 고려하여 제천역으로 간다. 단양역이 제천역보다 포근한 시골 느낌이 나서 좋다. 기차 시간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제천역으로 가지만 제천역 또한 나와는 맞지 않는 회색도시이다. 기차역을 가는 것도 불편하고 올라가서 00여대 수업하는 것도 유쾌하지 않다. 다만, 00여대 지역의 도시다움과 멋진 사람들을 많이 보는 것에 작은 위안을 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간의 생산: 서울공간과 단양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