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벌써 단양에 있는 초등학교로 온 지 2년 1개월이 흘렸다. 가족은 서울에 있어 서울에 일정이 있으면 주중에 서울에 가고 주말에도 올라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은 월요일이라서 집(서울)에서 학교(단양)로 가야 한다. 어제 새벽 4시 45분에 시간을 맞추어 놔서 45분에 핸드폰 알람이 울리고 바로 일어나서 알람을 껐다. 핸드폰 알람을 늦게 끄면 옆에서 자는 아이와 처가 깰 수 있고, 처는 새벽에 깨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따라서 핸드폰 알람이 울리자마자 바로 껐다. 하지만 옆에서 강아지(하리)가 멀꼼멀꼼 쳐다보고 있다. 평소에는 내 등 옆이나 팔 어깨에 기대고 자고 있을 하리가 처와 아이 사이의 빈 공간에서 누워 나를 쳐다보고 있다. 항상 월요일 새벽에는 자신을 놓고 떠나는 일상이 반복되다 버려지는 상황에 부닥치기 전에 자신과 함께 할 주인 옆에 미리 있는 것이다. 하리가 계속 쳐다보고 있지만 못 본 체하고 하고 거실로 나왔다. 나의 움직이는 행동과 소리에 거실 테라스에 있는 토끼(보리)도 같이 움직인다. 또한 못 본 체하고 나와 간단한 세면과 치아를 닦고 면도를 했다. 어제 미리 입을 것을 생각했기 때문에 내 방에 가서 바지와 반팔세미티(탑텐에서 최근에 사들인 물건인데 만족도가 좋다. 몇 개 더 살 것이다), 재킷을 입었다. 옷을 다 입고 신속히 테이블 위에 있는 노트북을 가방에 집어넣고 보리(토끼)에게 갔다. 테라스에 있는 보리가 계속 나를 응시하고 있다. 밤새 혼자 테라스에 있으니 매우 심심하고 배가 고팠을 것이다. 테라스 문을 열고 보리가 좋아하는 펠릿과 해바라기씨를 주었다. 몇 점 주워 먹더니 잽싸게 거실로 들어왔다. 아마 먹는 것보다 답답함과 외로움을 컸을 것이다. 벌써 5시 5분인데 보리가 거실로 들어왔다. 5시 10분에 나가야 집 앞에 있는 마을버스를 5시 20분에 따고 청량리까지 가는 환승 정거장까지 갈 수 있는데…. 보리를 잡으려고 하니 도망간다. 하는 수 없이 보리를 강제적으로 테라스방에 집어넣고 문을 닫았다. 보리가 쳐다보지만, 못 본 체하고 나온다. 끝내 하리는 거실로 나오지 않는다. 몇 번 나오다가 거실에서 버려지는 경험을 한 탓인가? 나오지 않는다.
집에서 정확히 5시 10분에 출발하고 집 앞 마을버스 정거장에 5시 15분에 도착했다. 보통 5시 20분 버스가 첫차이고 이곳이 배차 출발지라서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데 버스가 없다. 이상하다. 바로 앞 임대주택 단지에서 새벽에 출근하시는 새벽노동자분들이 나오고 바로 마을버스가 온다. 마을버스를 타면 5분이면 청량리까지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갈 수 있다. 위기가 왔다. 마을버스가 우회전 한 번만 하면 환승역인데 앞 차가 가지 않는다. 마을버스가 경적을 울리지만, 앞차는 "나는 신호를 지켜. 네가 뭐라고 해봐야 나는 꼼작 안 해"라는 씨름선수 준비 자세와 같이 서 있다. 시간이 지연된다. 5시 16분쯤에 환승 버스 정거장에 도착했다. 근데 내가 청량리까지 가야 하는 147번이 오지 않는다. 버스 안내판을 보니 7분 후에 온다. 큰일이다. 항상 5시 25분 147번을 타고 5시 52분에 청량리역에 도착하여 헐레벌떡 뛰어가 제천에 가는 6시 KTX를 탔는데, 7분 후에 청량리역에 가는 버스가 온다니…. 빨리 번개의 속도로 판단해야 한다. 청량리역까지 카카오 T를 불렀다. 택시라면 15분이면 청량리역까지 간다. 충분히 여유가 있다. 근데 택시가 잡혔는데 택시도 7분 후에 온다. 판단불가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시간은 27분이 되었고 청량리역 가는 버스가 먼저 왔다. 카카오 T를 취소하고 버스를 탔다. (매번 실수하는 상황---죽고 싶다) 아뿔싸 27분 147번도 정상적인 속도라면 5시 55분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버스 운전사가 젊은 분이지만 초보?이다. 새벽 시간대에 서행에다 빈 정거장에 친절히도 대기하는 수고로움도 하신다. 나의 심장이 빨라진다. 버스기사분에게 배차시간을 지켜달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이분(기사분)은 뭘 잘못하고 있는가? 미치겠다. 결국 6시에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매표소에 가서 이미 떠난 기차표를 환불받고, 6시 50분 제천역에 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여기 단양 2년 3개월 동안 아마 200번은 서울과 제천이나 단양 왕복하는 기차를 탔지만, 무궁화호는 낯설다. 주로 KTX를 타고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새마을호를 탔다. KTX와 무궁화호의 승객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 같다. 나의 편견이 작용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공간이라는 환경이 사람들을 변화시키는지는 모르겠다. 너무 큰 변화이다. KTX 첫차는 거의 빈 좌석이지만 무궁화호는 첫차에도 불구하고 가득 차서 입석 자리도 없다. 꼭 러시아워 시간의 2호선 전철 같다. 최근 3~4년 동안 나를 편안하게 잠을 자지 못하게 하고 항상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 내가 행복감에 취해 있을 때 넌 행복하면 안 되라고 말하는 마음속의 깊은 바닥은 굳게 닫힌 자물쇠가 있다. 그것은 논문이며 이 논문 주제와 비슷하다. 2019~2021년까지 대학에 있을 때 신진연구자로 선발되었다. 2년간 소정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연구비의 대가는 연구주제와 관련된 논문 2편을 게재해야 한다. 00 대학교산학에 의뢰해 보니 간접세까지 포함하여 약 00만 원이라고 한다. 나는 연구비로 한 달 00만 원 만을 받았고 나머지는 대학원원생 인건비와 기타 수용비이다. 내가 사용한 비용은 정말 미미한데 나머지 비용까지 내가 사용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다소 억울하지만, 내가 연구책임자이니 연구비에 대한 모든 책임과 대한 연구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연구비에 대한 적절한 연구결과를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도 이 연구만 생각하면 두통이 생긴다. 그래서 계속 나를 앞으로 달리지 못하게 했던 연구가 바로 르페브르(Lefèbvre, Henri)의 '공간의 생산'이다. 공간의 생산은 인간은 공간의 영향을 받아 개인생활과 집단 문화가 형성되며 또한 자신의 삶과 문화에 따라 공간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내가 경험하는 제천과 단양은 너무나 다르다. 지리적 환경도 너무나 다르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기질 자체도 너무나 다르다. 제천은 세찬 바람과 흙먼지가 나는 회색공장지대 같다면 단양은 젖과 꿀이 흐르는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그에 따라 사람들 기질 자체도 너무나 다른 것 같다. 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는 단양과 제천 사이에 있다. 그러면서 이 2개의 이질적인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며 공간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체험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