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교급에 따라 초등, 중등, 고등교육으로 분류된다. 초등은 초등학교며, 중등은 중학교만이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지칭하고, 고등교육이 대학교를 지칭한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소년원학교에서 모두 교사를 했고, 대학교는 전임교수로도 8년 간 있었기 때문에 내가 국내 유일하게 거의 모든 학교를 경험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설립자에 따라 국립학교, 공립학교, 사립학교로 구분하는데 나는 국립, 공립, 사립학교도 모두 근무했다. 또한 초등과 중등교사는 다시 역할에 따라 교수학습을 중심으로 하는 교사를 교과교사라 하며 주 역할이 교수학습이 아닌 교사를 비교과교사라 한다. 나는 초등과 중등학교에서 미술교사와 철학교사라는 교과교사와 전문상담교사라는 비교과교사를 모두 경험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모든 학교급별 학교를 경험했고 현재는 초등학교 상담교사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급별 차이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특히, 중등이나 고등교육과는 다른 초등교육을 소개하고 싶다. 아니 꼭 소개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평생 초등 교사라는 단일 직업만을 가져 자신의 조직체제에 동화된 사람에 비해 나는 다양한 학교급에서 근무하여 초등 체제를 보다 더 객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초등학교 특징(관료제 등)으로 지금 주관적 괴로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나무에 비유한다면, 초등학교라는 나무판재는 무늬결과 곧은결이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글 전개는 초등학교 곧은결보다는 무늬결을 더 드러내고자 한다(왜냐하면, 무늬결판재는 기능성보다는 보이는 심미성이 중요하고, 현재 나는 이 같은 형식화된 행정업무에 의아함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4년째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느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은 다른 학교급과 다르게 관료제의 특징인 형식화된 행정(문서 생산)이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초등교사라도 교수학습 이외로 생활지도(담임)와 역할분담(업무분장)에 따라 형식화된 행정적 업무 강도를 다르게 체감하겠지만, 내가 기본적으로 경험한 것은 교수학습 이외의 행정이 너무 많고 행정에서도 형식과 절차를 강조한다. 나 같은 경우는 학생 활동이 1시간이라면 1시간 활동을 위하며 2~3일 문서 작업을 한다. 물론 관리자(교장, 교감)의 의도에 맞고 행정적인 절차와 문서의 오류가 없다는 전제조건에서 이다. 만약 문서의 형식이나 오류가 있다면 더 많은 번거로움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1시간 학생 활동 후 다시 결과 처리를 위해 행정적인 절차(문서 등) 수행하는데 반나절의 시간이 소요된다. 거의 모든 활동은 문서에서 시작하여 문서로 끝났다. 컴퓨터에 앞에 앉아 문서 작성을 할 때 내가 문서를 생산하는 기계 같고 관리자가 한 번에 OK 하는 문서를 만들면 거기서 희열감을 느끼는 나 자신을 마주치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문서 작성 업무가 중심 활동이 되고 학생 상담은 소홀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상담교사이기 때문에 상담을 준비하고 상담을 하며, 상담관리가 주된 역할이지만 상담 활동 이외로 행정 활동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역량을 소비한다.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고 관리자에게 문서를 허락받는 과정이 매번 석박사 과정의 논문 심사 과정과 유사한 불편한 경험을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역량이 소진해서 기본 업무인 상담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하다. 물론 좋은 행정 문서를 만들고 결재받고 일정한 행정 절차를 이행하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고 다양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끔 내가 학교에서 활동하는 시간을 체크해 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 작성하는 시간이 대다수이다. 대부분의 문서는 내가 작성하고 관리자가 확인하여 이상이 없다면, 이 문서의 쓰임은 거기서 끝이다. 전자결재를 통해 문서가 결재되는 순간 미지의 바다에 잠수함이 어뢰에 맞아 급격히 침몰하듯이 어둠의 데이터서버에 가라앉는다. 진짜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어뢰에 파괴된 잠수함을 인양하지 않듯이 내가 상당히 시간과 역량을 소비하여 만든 문서도 마찬가지로 누구도 다시 보지 않는다. 바다 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듯이 문서가 전자결재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또한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초등학교는 중등학교나 대학교에 비해 엄격하고 형식적이다. 인사관리 측면도 할 얘기가 많지만, 다음에 하겠다. 다시 초등학교의 행정업무를 말하면, 모든 학교가 관료조직이기 때문에 관료제의 특징인 형식적인 행정 업무와 절차가 없는 곳은 없다. 하지만 확실히, 확연하게 초등학교가 교사 본연의 업무보다 행정업무가 많고 형식화된 절차를 강조한다. 또한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행정업무가 확실히 적고 교사의 자율성이 높다. 내가 대학에서 교수로 있을 때 행정 업무가 많다고 투덜 됐지만 지금 초등학교에서 경험하면서 그때의 행정업무는 애교 수준으로 치부할 수 있다. 교수자의 본연의 업무가 강한 곳은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순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초등학교가 관료적인 이유는 지금의 초등학교가 '교육의 장'에서 '보육의 장'으로 전환되고 있어 전문적 특성이 약화되는 시대적 흐름도 있고, 초등교사의 양성, 승진 제도 등의 인사 제도도 작용했을 것이다. 초등학교의 관료제에 많은 연구가 있겠지만, 내가 직접 피부로 겪고, 겪고 있는 경험으로는 초등학교는 다른 학교급에 비해 관료제의 특징이 강하다. 만약 교사를 희망하는 예비교사가 있다면 이것을 미리 체크해 두면 좋을 것이다. 교사를 희망하지만 자율성이나 전문성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초등보다는 중등학교가 맞을 것이고, 안정성과 규칙성을 선호하면 초등학교가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