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노동이야. 영화 "리틀 포레스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하루하루를 온통 요리에만 집중하고 있잖니. 바로 그럴 때 요리에만 충실할 때, 맛있는 요리 자기만의 요리가 탄생하는 거지.
음식을 먹기만 할 때는 잘 모르다가 직접 준비해 보면 그 수고로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지. 재료를 사러 장 보러 가는 일부터 아니, 그전에 오늘 무슨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찾아보고 마음먹는 것부터 요리는 시작이야. 요리에 익숙한 사람도 재료를 보고 떠올릴 수 있는 음식을 생각해 내는 데에 시간이 걸려. 하물며 초보 요리가 라면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 바로 어떤 음식을 먹을지 정하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일이야. 생각에도 시간이 필요하니까.
음식은 생각 만으로 결코 완성되지 않으니, '오늘의 요리'를 결정했으면 아무리 귀찮고 힘들어도 몸을 일으켜 장 보러 가야 해. 굳이 사야 할 재료를 적는 일 없을 만큼 익숙하지 않다면, '장 볼 목록'도 적어야지. 이 또한 시간이야. 적은 목록으로 마트나 시장 여기저기를 돌면서 딱 필요한 것만 사면 좋지만, 초보 요리가 일수록 유혹이 많단다. 마트나 시장 사정에 따라 나의 배고픔 정도에 따라 갑자기 오늘 정한 메뉴가 달라지기도 하지. 어쩌면 장보다 지쳐서 그냥 라면으로 때우게 될지도 몰라.
아무튼 장보기가 끝나면, 장 본 재료들을 정리해야지. 냉장고에 들어갈 것들과 그렇지 않을 것들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 이 또한 시간이 드는 일.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해야 할 다음 일은 '재료 손질'이야. 유튜브 또는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 대부분에서 생략하고 보여주지 않는 일! 그러나 정작 꼭 필요하지만 제일 하기 싫은 과정 중 하나! 이 과정을 생략하고 모든 재료를 정량만큼 손질해서 정량만큼 담아서 바로 조리하기만 하면 되는 형태로 파는 상품이 바로 '바로 요리 세트 (밀키트)' 아닌가! 바로 요리 세트가 마트 한쪽을 차지하고, 바로 요리 세트를 파는 무인 가게까지 생기는 것을 보면 많은 수요가 있다는 증거지. 기꺼이 이 과정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뜻은, '재료 손질'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일인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지.
재료 준비만 다 되어 있다면 일단 반은 성공이야. 이제 잘 씻고 다듬은 재료를 손 다치지 않게 정성껏 천천히 썰어야 해. 칼은 무기야. 주방에서 사용하니 별 감흥 없이 문제를 못 느낄 수 있지만, 사실 무서운 도구야. 조금만 잘못하면 피를 보니, 정말 조심히 다루어야 해.
초보 요리가라면, 재료를 써는데도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몰라. 누가 볶음밥을 손쉬운 음식이라 부르니? 이들에게 볶음밥은 고난도 요리야. 이럴 때는 도구를 바꿔봐. 바로 채칼. 요즈음엔 얼마나 멋진 도구들이 많이 나오는지 감자나 당근 양파 등을 채칼로 길게 썬 다음 작은 조각들로 다시 써는 것도 한 방법이야.
재료를 잘라내는 일이 다 끝나면 이제 순서를 정하고 천천히 조리해 나가. 과정을 잘 기억하고 다음 그다음을 이어가는 일이 요리 핵심. 익숙해지면 이 과정들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요리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 그러나 이 과정 또한 초보 요리가에게는 아직 힘든 일이야.
익숙해진다고 해도 요리는 언제나 이런 과정들을 꼭 거쳐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들어. 말 그대로 익숙해질 뿐, 스스로가 움직여서 양파 하나도 직접 까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한 끼를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한 번 계산해 볼까?
첫 번째, 장보기에 1 시간에서 1시간 반
두 번째, 재료 손질하고 조리하기에 1시간에서 1시간 반
세 번째, 먹고 치우고 설거지하기까지 1시간.
장 보고 재료 손질하고 요리하고 먹고 설거지까지 하는데 최소 3 ~ 4시간 정도 걸리네. 여기에 한 끼 추가할 때마다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조리에 들어가는 가사 노동 시간이 더 늘어난다고 해 보자. 세끼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면, 하루 최소 5시간에서 8시간을 요리에 매달려 있는 셈이야. 그것도 매일! 하루 두 끼만 준비한다고 해도 노동 시간은 평균 최소 4시간이야.
우리 이쯤에서 집에서 요리해 주시는 모든 어머니들께 감사하자.
요리는 정말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 힘든 노동이야. 그러니 네가 요리를 잘 못하거나 흥미가 없거나 해도 당연한 거야. 지금은 우리 모두 각자 뚜렷한 개성이 인정받는 사회잖아. 그럼,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거 하면 되니, 굳이 재능도 없고 노력도 들이기 싫은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