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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퍼트 Oct 27. 2018

받을 줄 모르는 사람

익숙하지 않았던 청첩장 건네기

일생에 단 한 번의 결혼이라는 큰 경사(행사)가 신혼여행 복귀와 함께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이 경사를 준비하면서 기록해두고 싶었던 소재들은 장편 소설을 쓸 만큼 있지만, 가장 기록해두고 싶었던 


'내가 못하는 사람들의 도움받기'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결혼 반년 전쯤 있었던 상견례를 준비하면서 문득, 결혼 당사자 둘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란 정말 작은 일들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해결하는 것이 마음 편했던 나였지만, 이번 일 만큼은 도움을 받아야만 안정적으로 결혼을 마무리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상견례의 장소를 찾아보다가 처음 하게 되었다.


청첩장 표지에 들어간 여자친구 할머니께서 채색하신 그림


결혼 준비에 돈이 참 중요하지만..

거품 없이 하려 해도 결혼에 돈은 넣는 만큼 많이 들어가고, 이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돈보다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들이 많았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부분들이다.

사회자

하객

축가

당일 신부의 손발이 되어줄 친구

축의금 및 식권 전달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역할이 없다.


그중에서도 결혼식에 찾아올 하객을 초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나와 특별한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은 단순히 '초대'의 의미보다 

'내가 당신을 결혼에 부를 정도로 소중한 관계로 생각하고 있다'

라는 마음을 전달하면서 도움받기를 부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으로 어려웠다.

그리고 그 부탁의 무게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나를 망설이게 했다.



부담을 주면서까지 초대하고 싶지 않은데

일생의 중요한 한 때를 같이했던 평생 기억에 남을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멀리에서 꿈을 좇아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
각자 생활에 바빠 연락을 잊은 시간이 길어져 버린 사람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하루를 겨우 살아내고 있는 사람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이지만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주저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도 친하다고 생각할까?

나는 사람들에게 쉽게 정을 주는 타입이다. 그만큼 쉽게 친하다고 느끼는데, 사람 마음이 항상 양방향은 아니기에,

이 친함이 일방통행은 아닐까? 하고 소심해질 때가 많이 있었다.

예고도 없는 일방적인 사랑 고백으로 소위 '갑분싸' 하게 만드는 철없는 아이 같은 상황을

만들기 싫었던 마음이 다시 한번 연락처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망설이게 만들었다.



이러한 고민들 속에서 나를 재촉한 건 흘러가는 시간이었다.

연락을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날에 연락을 하고,

또 망설이는 것을 되풀이하였다.

그렇게 초대하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 약속을 잡고, 만나고, 청첩장을 건네었다.


그리고 약속에 나가 '꼭 초대하고 싶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마음을 전했다.


다행인 것은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밝게 축하해 주었고, 많은 사람이 찾아와 빛내주었다는 것이다.

서프라이즈 받았던 브라이덜 샤워 파티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 일지라도 완성은 함께하는 하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결혼식을 완성시켜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었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거나, 용기가 부족하여 소식을 전하지 못한 사람 또한 많았지만, 그래도 찾아와 주거나 연락을 준 고마운 사람들은 내 걱정이 바보 같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그렇게 도움받을 줄 몰랐던 나는 사람들의 축하를 과하게 받고 결혼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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