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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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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림 Jul 25. 2022

명희와 나

띡띡띡띡-


헝클어진 긴 머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가늘고 축 늘어진 아이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침대 위에 반쯤 몸을 기댄 채 그저 시선만 TV에 두고 있던 나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힐끔 그녀를 보고는 다시 TV로 시선을 옮겼다.


명희가 웬일로-

오랜 시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물론 연락을 시도한 적도 없었지만, 명희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 것이다. 명희는 내게 얼굴조차 보이지 않은 채 침대를 기대고 바닥에 앉았다. 삐죽삐죽한 명희의 뒷모습.


2열로 TV에 시선을 두고 있는 두 남녀는 한참을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불쑥, 명희가 자신이 입고 있던 헐렁한 티셔츠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어깨와 앙상한 날개뼈가 보이고. 자신의 오른팔로 왼팔을 박박 긁어대는 명희의 뒷모습.


명희에게 아토피가 있었지-

군데군데, 긁어 부스럼이 된 흔적과 새살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붉게 파인 웅덩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나는 몸을 일으켜 명희에게 다가가 명희의 양 겨드랑이에 팔을 끼우고는 명희의 상체를 번쩍 들어 침대 위에 올려다 앉혔다. 그리고는 명희의 겨드랑이에 끼운 팔을 더 뻗어내 명희의 양 젖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고는 명희의 목덜미 쪽 움푹 파인 웅덩이에 가볍게 입을 붙였다. 입술로 만지작만지작- 

명희의 긴 머릿결 사이로 목덜미에 새겨진 반달과 별이 눈에 들어왔다. 흠- 숨을 내쉬는 명희의 척추뼈, 슥 힘이 풀리더니 이내 내게 몸을 무너뜨려 포옥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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