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두히그는 그의 베스트셀러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에서 습관을 단순한 공식으로 요약했다.
자극(Cue) → 반복 행동(Routine) → 보상(Reward)
습관의 힘은 이 루프가 반복되면 결국 행동은 자동화되고, 의식적 개입 없이도 굴러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모든 습관이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할까? 정말 의식 없이도 가능한 걸까? 두히그에 따르면 습관은 반복적이고 안정된 환경에서 맥락 단서(contextual cue)에 의해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행동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일단 습관이 되면 자기조절(self-regulation)은 더 이상 필요없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습관의 힘은 3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고 우리나라에서도 자기계발서 분야에서 수년간 베스트셀러 탑 레벨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명성만큼 습관의 힘의 효과성이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지만 단순한 행동을 반복하는 습관에 대한 이해도만 높였을 뿐, 삶의 질적인 변화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리학의 최신 연구가 전하는 진실은 이렇다. 영국 던디대학교 심리학과 블레어 선더스(Blair Saunders) 교수 등의 연구진은 찰스 두히그의 생각과 다른 주장을 펼친다. 논문의 제목은 “Some habits are more work than others: Deliberate self-regulation strategy use increases with behavioral complexity, even for established habits”이다. 우리 말로 하면 "다른 습관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습관들도 있다: 행동의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익숙한 습관일지라도 의도적인 자기조절 전략 사용이 증가한다." 쉽게 말하자면, 익숙해진 습관이라하더라도 어렵고 복잡한 행동이면 자기조절전략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심리학에서도 습관(habit)은 오랫동안 반복된 결과로 형성된 자동 행동(automatic behavior)으로 정의되며, 의식적 조절 없이도 실행 가능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확인한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습관은 습관이 강하게 형성된 후에도 자기 조절 전략(self-regulation strategies)이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를 통해 확인한 진실은 습관이 매우 잘 형성된 사람들조차도 행동이 복잡할수록, 그 행동을 습관화한 후에도계획을 세우고, 유혹을 피하고, 환경을 조정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더스 교수 등의 연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연구진은 239명의 참가자들에게 본인이 실천 중인 건강 관련 습관 4가지를 선택하게 한 뒤, 각 습관에 대해 3가지로 평가했다.
출처: Saunders, B., & More, K. R. (2025). Some habits are more work than others: Deliberate self‐regulation strategy use increases with behavioral complexity, even for established habits. Journal of Personality, 93(2), 233-246.
평가항목은 다음과 같다.
1. 행동 자동성 (Behavioral Automaticity): Self-Reported Behavioral Automaticity Index 사용
2. 행동 복잡성 (Perceived Behavioral Complexity): 주관적으로 느낀 복잡성 수준
3. 자기조절 전략 사용 (Deliberate Self-Regulation Strategy Use): 목표 설정, 계획 수립, 환경 구조화, 유혹 통제 등
연구 결과, 행동의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습관 형성이 안된 행동이나 습관이 강하게 형성된 행동 모두 자기 조절 전략 사용이 증가했다. 습관의 자동화와 자기조절전략은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가 아니다. 즉, 자동화와 자기조절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며, 복잡한 행동에서는 자동화되었더라도 여전히 의식적인 전략이 함께 작동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자기조절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목표 설정(goal setting): 명확한 목표수립(예: 주 3회 운동)
2. 계획수립(planning): 구체적인 시간, 장소, 절차를 계획
3. 환경 구조화(environmental restructuring): 유혹 차단, 물리적 구조조정
4. 자기보상(rewarding): 행동에 대한 긍정적 강화 제공
5. 진행 모니터링(self monitoring): 행동을 추적하고 기록
복잡한 행동은 습관이 되더라도 자동성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자기조절 전략이 자동화의 빈틈을 메우는 심리적 접착제 역할을 한다. 습관의 힘은 틀렸다. 이제 습관 형성에 대해 이렇게 말해야 한다. 단순한 반복을 통한 자동화는 한계가 있다. 모든 습관이 같은 건 아니다. 복잡한 습관에는 여전히 전략이 필요하다. 단계가 복잡한 행동(운동, 식단 관리, 정기 학습 등)의 경우, 지속적인 자기조절 전략 설계가 필요하고 더 적합한 전략을 찾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함을 이 연구는 보여준다. 무엇보다 습관의 자동성을 너무 과신하지 말고 습관의 자동성과 전략적 개입은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Automaticity and self-regulation are not mutually exclusive.”
복잡한 습관은 자동화와 자기 조절 전략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가깝다. 조직 내 행동 변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습관화’라는 명목 하에 방치하지 말고, 복잡성에 맞는 ‘심리적 유지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습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습관이란 시스템 1의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어떤 습관은 시스템 2가 동반된 의식적으로 통제해야 할 반복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