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백종원은 왜 비호감으로 전락했을까?

by 박진우

한때 국민 멘토이자 선한 영향력의 대명사로 불렸던 백종원은 특유의 리더십, 직설화법, 서민적 감성 덕분에 압도적인 호감도를 자랑했다. 그러나 요즘 그에게 붙는 수식어는 갑질, 이기적인 CEO가 대세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과거 영상에서 백종원 특유의 위트와 솔직함은 최근 SNS 숏츠의 동일한 영상에서 비열함과 기만으로 읽힌다.



1. 후광효과(Halo Effect)의 붕괴


백종원의 초반 성공은 심리학적으로 후광효과(Halo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한 가지 긍정적 특성(예: 학력, 외모, 성공, 말 잘함)이 다른 특성까지 긍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인지적 편향이다(Thorndike, 1920). 그의 솔직한 말투는 진심에서 우러난 말로 해석됐고, 직설적 조언은 실전형 도움 행동과 현장형 리더십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말투와 태도는 무례함과 권위주의로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후광 효과가 뿔 효과(horn effect)로 변모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2. 도덕적 면허 피로(Moral Licensing Fatigue)와 위선에 대한 민감성


도덕적 리더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론 응원받지만, 동시에 작은 허점도 도덕적 위선으로 확대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도덕적 허위 귀인(Moral Hypocrisy Attribution)라 부른다. Valdesolo & DeSteno(2007)는 도덕적 판단에서 타인에겐 엄격하고 자신에겐 관대하다는 이중 잣대가 적용되는 심리를 발견했다. 대중은 유명인에게 도덕적 기준을 일반인보다 높게 적용하고,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더욱 거세게 반응한다.


착한 이미지로 얻은 사회적 신뢰는 오히려 높은 도덕성 기준을 강제한다(Sullivan & Steiner, 2020). 작은 흠결이라도 위선(hypocrisy)으로 확대되며, 이중 잣대를 적발하려는 도덕적 경찰 심리(Moral Policing)가 가동된다. 백종원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장님 이미지로 호감을 얻었지만, 그만큼 도덕적 이상과 실제 운영 현실의 작은 불일치는 강한 비판을 받는다. 심지어 그가 진정성을 가지고 선의로 이끈 조언조차도 갑질로 재해석된다.


Burgoon(1978)에 따르면, 우리는 상대에게 형성한 기대(Expectancy)를 깨뜨리는 행동을 목격할 때 그 위반 행동의 긍,부정 해석을 즉시 평가한다. 백종원에게 시청자가 부여한 기대는 서민의 편이었고, 솔직하고 공정한 멘토였다. 하지만 최근 원산지 표시 위반 수사 및 프랜차이즈 수수료 논란은 공정 이미지를 정면으로 뒤흔들었다. 이어서 불거진 방송 갑질은 겸손한 멘토에 대한 기대를 붕괴시켰다. 기대, 특히 도덕성에 대한 기대가 깨지면 우리는 정서적 환멸(moral disgust)과 배신 감정을 느끼며, 위반 행동을 배신의 증거로 과잉 일반화한다. 후광이 깨지는 순간, 동일한 언행도 본질적으로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3. 과도한 이상화에서 야기된 역기대 효과 (Expectation Violation)


백종원은 단순한 방송인이 아닌 도덕적 사업가, 이타적 조언자, 사회적 기업가로까지 이상화되었다. 이는 그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더 엄격한 잣대 아래 놓이게 만든다. 조금이라도 기대에서 어긋나는 모습이 보이면, 대중은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기대 위반 이론(Expectancy Violation Theory, Burgoon, 1993)에 기반한 반작용으로, 기대 수준이 높을수록 실망의 강도도 크다는 심리 법칙이다. 특히 성공한 사업가가 된 이후에도 방송에서 초기와 같은 스타일(직설적 지시, 감정 통제 없는 피드백)을 유지하자, 사람들은 그것을 성장 없는 리더십, 일방적 통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사회적 기대 상향 이동에 그가 적절히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부정적 정보가 긍정적 정보보다 강하게 처리된다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은 SNS 알고리즘이 자극적 콘텐츠를 선호하면서 배가된다. 논란성 키워드 클릭율이 상승하면 확증편향적 댓글 생산이 가속화되고 ‘갑질 백종원’ 프레임이 고착된다.


4. 동일한 행동, 정반대의 해석: 귀인 전도 현상


처음에는 진정성의 표현이었던 것이 지금은 과시, 자기중심적으로 해석된다면 이는 귀인 전도(Attribution Reversal)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동일한 행동이라도, 프레임이 바뀌면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이는 사회심리학의 대표적 귀인 편향 중 하나로, 우리가 누군가를 싫어하게 되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에 부정적 의도를 귀인하는 경향을 보인다(Jones & Davis, 1965; Kelley, 1973).


5. 심리적 거리 확대와 '우리 편' 프레임 붕괴


백종원의 경제적, 사회적 위상이 높아지고 기업 공개로 큰 부를 축적한 사실이 알려짐과 동시에 비윤리적 행위가 발각되면서 대중은 그를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닌, 기득권자로 보기 시작했다. 이는 심리적 거리(Psychological Distance) 이론으로 설명된다 (Trope & Liberman, 2010). 초기에는 현장에서 고생하며 식당 사장님들 도와주는 국민형 CEO였지만, 이제는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 대기업 오너라는 프레임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심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의 조언은 갑질로, 도움 행동은 불순한 의도로 해석된다.


결론. 호감의 적립금은 없다.


결국 호감형 리더가 받는 심리적 마일리지는 선한 행동에 대한 적립형 쿠폰이 아니라, 언제든 차감될 수 있는 부채다. 호감은 저축된 돈이 아니라 신용카드 한도에 더 가깝다. 한도를 넘기거나 연체(기대에 어긋나는 행동)를 하면, 남은 한도는 물론이고 이미 쓴 금액도 바로 회수당하고 신용점수는 곤두박질친다. 즉 호감의 적립금은 없다는 말은, 선행이 보너스 쿠폰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불안한 한도라는 뜻이다. 대중 심리에선 선행이 꾸준히 적립되는 쿠폰이 아니라 언제라도 소멸할 취약한 신용한도다. 특히 도덕성에 대한 기대에 대한 배신감이 취약성을 가속화시키는 핵심 요소다.


백종원은 여전히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고, 여전히 직설적이며, 여전히 진심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은 더 이상 같은 눈으로 그를 보지 않는다. 백종원이 변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다르게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비호감 전환은 실제 행동 변화보다 우리의 지각 프레임의 전환이 핵심 원인이며, 이는 심리학적으로 후광효과의 붕괴, 기대 위반, 도덕적 위선 민감성, 귀인 편향, 심리적 거리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공적 페르소나는 브랜드가 아니라 심리적 계약이다. 그 계약은 단순히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 이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내면적 기대와 신뢰로 구성된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공적 인물로 남고 싶다면, 단지 말투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기대와 정서의 흐름을 끊임없이 감지하고, 이에 맞는 자기 내러티브를 갱신해야 한다. 그것이 후광을 유지하고, 비호감으로의 전환을 막는 가장 심리학적인 전략이다.







아래 내용은 CARAT 성격진단 도구 학습자를 위한 글입니다.


CARAT 요인으로 다시 읽는 백종원의 ‘비호감 전환’


백종원의 호감에서 비호감 전환은 단순한 태도 변화나 말투의 문제가 아니다. 보다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이는 대중이 그의 성격적 신호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것이 심리적으로 어떤 조합을 만들어내는가와 관련된 구조적 변화다. CARAT(Core Attributes of Readiness and Attitude Test) 12요인을 기준으로 보면, 그 전환의 메커니즘이 더욱 분명해진다.


처음 백종원이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던 핵심 요인은 자기효능감과 조직기반자긍심이다. 그는 스스로 실행할 수 있다는 확신과, 조직과 팀을 이끄는 자부심을 갖춘 실행형 리더로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두 요인 중 자기 효능감이 과도하게 드러나면서, 대중은 이를 ‘고압적’, ‘과잉 통제’, ‘자기 PR 중심’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즉, 초기엔 강점이던 자기효능감이 후반부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더 나아가, 백종원이 타인 성장마인드셋에 대한 메시지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점은 중요한 실책으로 작용했다. 대중은 시간이 지나면서 리더에게 변화와 확장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의 피드백 방식이나 리더십 스타일은 과거의 성공 경험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는 '스스로만 옳다고 믿는 리더'로 지각되었다. 타인성장 마인드셋이 낮아 보일 때, 사람들은 정체성의 유연성 부족과 시대 감각 둔화를 느낀다.


이와 동시에 대중은 백종원에게서 높은 형평민감성과 신경증성의 단서도 포착하기 시작했다. 그의 기본기 강조와 원칙적 기준 제시는 초기엔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한 모습이 관찰되면서 이는 타인에게만 도덕 기준을 강요하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으로의 이미지 전환을 야기한다. 특히 타인 성장마인드셋의 신호가 약한 상태에서 형평민감성과 신경증성이 부각되면, 대중은 그를 도덕적 강박과 자기 기준의 경직성으로 무장한 리더로 본다.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 백종원에게는 마키아벨리즘과 사이코패시로 읽히는 부정적 인상도 덧씌워지고 있다. 그의 전략적 사고, 계산된 언행, 정보력 중심의 판단 방식은 초반엔 실용성과 실행력으로 해석됐지만, 최근에는 상대보다 우위에 서려는 통제 욕구로 비치기 시작했다. 이는 대중이 느끼는 감정적 인식 프레임 안에서는 사람보다 성과라는 구조로 해석된다.


심리적 거리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초기에 그는 같은 눈높이에서 조언하는 형님 같은 이미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성공한 기업가, 브랜드 소유자, 방송 권력자로의 위치가 강화되면서, 심리적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이때 조직신뢰는 약화되고, 조직기반자긍심은 조직에 대한 헌신보다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된다.


CARAT 12요인은 단일 요인의 높고 낮음보다, 각 요인이 어떤 조합으로 드러나고, 그것이 어떻게 지각되느냐가 핵심이다. 초기 백종원은 자기효능감, 조직기반자긍심, 원만성, 성장 마인드셋이 균형을 이루며 Bright 요인이 주도하는 리더로 비춰졌다. 하지만 최근엔 자기 효능감 과잉과 타인성장마인드셋이 충분히 보완되지 않은 채 형평민감성, 신경증성,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와 같은 요소가 상대적으로 더 강조되면서 전혀 다른 이미지로 재구성되었다. 이처럼 리더의 호감도는 그 사람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심리 요인 간 균형이 어떻게 지각되느냐에 달려 있다. 백종원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조합을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리더가 반드시 이해하고 훈련해야 할 심리적 평판 관리 전략과 리더십의 본질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왜 더 큰 문제가 더 작게 느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