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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는 인간 팀뿐 아니라 AI 팀도 잘 이끈다

by 박진우
사람을 잘 이끄는 리더가 인공지능 팀원도 잘 이끌까?


미국 하버드 케네디 스쿨 David Deming 교수팀은 흥미로운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실제 리더십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에 참여한 리더들은 두 유형의 팀을 이끌었다(Weidmann, B., Xu, Y., & Deming, D. J. (2025). Measuring Human Leadership Skills with AI Agents (No. w33662).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 하나는 사람으로 구성된 팀,
- 다른 하나는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팀이었다.


리더의 임무는 동일했다. 팀원들과 협업해 문제를 해결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결정을 내리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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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명확했다. AI 팀에서 리더십이 뛰어난 사람은, 인간 팀에서도 거의 예외 없이 높은 성과를 냈다. 두 상황의 리더십 성과 간 상관계수는 0.81, 이 정도면 일란성 쌍둥이의 지능의 유사성과 비슷한 수치다. 과제 관련 구체적 경험이나 능력, 유동 지능과 같은 하드스킬을 통제해도 0.69로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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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리더십은 대상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좋은 리더는 팀원이 누구이든, 협력 구조를 읽고 조정하는 능력이 있었다.


성과가 좋은 리더의 공통 패턴

리더십 효과를 설명하는 요인은 예상보다 간단했다. 성별, 나이, 학력은 의미 없었다. 대신 리더십 성과를 가장 강하게 예측한 것은 리더의 행동이었다.


1. 질문을 자주 던지는 리더

- 이들은 “왜 그렇게 생각해?”,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같은 개방형 질문을 많이 던졌다.

2. 대화의 턴을 공평하게 나누는 리더

- 이들은 독주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모든 팀원이 참여하도록 리듬을 만들었다.

3. “We”, “Us”를 자주 쓰는 리더

- 개인보다 집단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런 언어적, 행동적 패턴은 인간 팀과 AI 팀 모두에서 동일하게 작동했다. AI 팀원에게도 질문과 협력의 언어’는 리더십 신호로 인식된 셈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조율 능력’


리더십은 감정적 카리스마나 직급의 힘이 아니라, 인지적 조율력(cognitive coordination)의 문제다. Deming 교수팀은 이를 조직적 지능(organizational intelligence)이라 불렀다. 좋은 리더는 정보를 조율하고, 역할을 분배하고, 팀 내 상호작용 패턴을 스스로 설계할 줄 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사람 팀에서도, AI 팀에서도 똑같이 발휘된다.


조직 현장에서 활용


이 결과는 실무에도 큰 의미가 있다.


1. 리더십 진단 도구로서의 AI 시뮬레이션

사람 팀과 AI 팀의 성과에 유사성에 있다는 사실은 실제 사람 팀을 꾸리는 비용 없이, AI 에이전트 팀을 활용해 리더십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 리더십 개발 교육의 새로운 프레임
AI 시뮬레이션에서 수집된 행동 데이터(질문 횟수, 턴테이킹 비율, 집단 지향 언어 등)는 리더십 피드백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당신은 정보를 주로 전달하지만, 질문은 적습니다” 식의 정량적 피드백이 가능하다.


3. AI 팀원과 인간 팀원이 공존하는 시대의 준비

앞으로 리더는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새로운 리더십 요소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는 그 미래를 미리 검증한 셈이다.


리더십은 협력 시스템을 조율해 집단지성을 끌어내는 능력이다.


AI 시대의 리더십 교육은 ‘질문하는 능력’, ‘의사결정의 투명성’, ‘협력의 언어’를 훈련해야 한다. 좋은 리더는 사람이든 AI든 누구와 일하든 질문으로 질서를 만들고, 언어로 관계를 조율하는 사람이다. 향후 조직은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구조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AI를 팀원으로 대하는 리더십’(AI literacy in leadership)은 새로운 역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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