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플러팅의 두 얼굴: 착취 VS 호감

by 박진우

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아니라, 동기다.


처음 만났을 때 유난히 따뜻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 눈을 마주치는 방식, 가볍게 건네는 말, 세심한 관심...누구든 이 사람 곁에 있으면 특별해진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정이 조금 깊어지려고 할 때쯤 어느 순간 갑자기 멀어진다. 남겨진 쪽은 의심한다.

'내가 오해한 걸까? 내가 너무 진지했던 걸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최근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게재된 연구를 보면, 그 답을 추측할 수 있다. 바로, 플러팅을 하는 동기 때문이다. 똑같은 플러팅이라도, 왜 하는지 즉, 동기가 다르면 관계의 결말은 정반대가 된다(Hall, B. T., Rebaldo, T., Geist, A., Reed, A., & George, D. (2026). Flirting for me or flirting for we? The Dark and Light Triads as predictors of flirting motive.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251, 113565.).


플러팅의 두 얼굴


1. 착취형 플러팅(Flirting for Me)


이들은 플러팅을 감정 자원 채굴 도구로 사용한다. 목적은 관계가 아니라 자기 확인, 권력감, 단기적 만족이다. 처음에는 강렬한 관심과 매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기지만, 자신이 원하는 감정적 반응을 얻고 나면 거리를 두거나 사라진다.


상대방의 감정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들의 마음속 계산은 매우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는가?'

이들에게 플러팅은 영향력 확인 게임이고 관계는 영향력을 검증하는 도구일 뿐이다.


2. 호감형 플러팅(Flirting for We)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플러팅을 연결(connection)과 상호 성장(partnership)의 첫걸음으로 사용한다. 이들은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고, 속도를 맞추고, 후속 행동을 일관되게 이어간다. 그들의 목적은 단순히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관계에서는 혼란 대신 안정이, 불안 대신 신뢰가 쌓인다.


그렇다면, 착취형 Me-oriented flirting을 쓰는 사람들과 호감형 We-oriented flirting을 쓰는 사람들은 뭐가 다를까?


연구에서는 성격 요인이 가장 크게 작동한다고 말한다.


Dark Triad(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언, 사이코패시)가 높을수록 착취형(Me-oriented) 플러팅을 더 많이 사용하고, Light Triad(인간 존중, 칸트적 윤리, 타인 신뢰)가 높을수록 호감형(We-oriented) 플러팅을 더 많이 사용한다.


Dark Triad와 Light Triad과 궁금하다면, 내가 쓴 이전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 글의 진단을 통해 당신이 착취형 플러팅을 할 사람인지, 호감형 플러팅을 할 수 사람인지 추정할 수 있다.


박진우의 브런치: "밝음의 삼각형을 아시나요?"

https://brunch.co.kr/@crethink/189


연구의 결론은 이렇다. 플러팅은 단순한 호감 표현이 아니라 개인 성격의 반영이다.


그런데, 이 연구는 사회적 관계를 넘어 조직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직에서도 사람들은 매일 관계 신호를 주고 받는다. 문제는 그 신호가 ‘자신’을 위한 것인지, ‘우리’를 위한 것인지다.


Me-oriented라면, 필요할 때만 접근하고 관계의 목적은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며, 단기 성과를 추구할 것이다. 반면에, We-oriented라면, 일관되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려 할 것이고, 그 관계의 목적은 장기 성과와 신뢰, 성장에 있을 것이다. 착취형 플러팅은 사람을 소모시키고 조직을 분열시키지만, 호감형 플러팅은 신뢰를 만들고 협업을 성장시킨다.



무엇보다 성격을 알면 이런 관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성격지능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빠르게 끌어당기지만 책임을 회피하는지, 또 어떤 사람이 천천히 다가오지만 믿을 수 있는 연결을 만드는지,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동기와 행동의 일관성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성격과 관계 동기의 연결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때그때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아니라, 동기다.



부록.


A. Me-oriented Flirting 동기 (착취/확인/전략 중심)

“내 이익 중심 목적과 감정적 자극·확인 욕구에 기반한 플러팅 동기”


1. 나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을 느끼기 위해 플러팅을 한다.

2. 플러팅은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3. 플러팅은 관계보다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전략이다.

4. 상대가 나에게 푹 빠지는 느낌을 얻으면 만족감을 느낀다.

5. 플러팅은 상대의 감정보다 나의 기분이 더 중요하다.

6. 상대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는 편이다.

7. 플러팅은 때때로 상대를 컨트롤하거나 우위를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

8. 플러팅은 진지함보다는 스릴과 재미를 느끼기 위한 것이다.

9. 나는 감정적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때 플러팅을 중단하거나 거리를 둔다.


B. We-oriented Flirting 동기 (연결/상호성/장기성 중심)

“관계 형성과 감정적 상호 협력 목적에 기반한 플러팅 동기”


1. 플러팅은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2. 나는 플러팅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

3. 플러팅 후에는 반드시 후속 대화나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4. 플러팅할 때 상대가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5. 플러팅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6. 나는 플러팅을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확인하려 한다.

7. 감정의 속도는 상대와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8. 플러팅은 나와 상대 모두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

9. 플러팅 이후 서로의 삶에 역할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



결과 해석


1. ME > WE: 자기 중심 전략형(착취, 감정 소모, 단기적 관계)

2. WE < ME: 신뢰 및 협력 중심형(안정, 상호성, 장기적 관계)

3. 둘 다 낮음: 관계 회피 및 방어형(관계 회피, 감정 표현 부족)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만약 당신이 취약한 다크 트라이드가 높은 사람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