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환경보다 유전이다.

by 박진우

부모의 양육 태도가 성격을 형성한다?


사람들은 부모의 감정 표현, 양육 태도, 상호작용 방식이

자녀의 성격 형성과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가족은 성격 발달의 주요 무대며,

심지어 가족은 서로 닮아간다고 믿는다.

실제, 사회적 학습이론, 정서 사회화 이론, 애착 이론 역시 이를 전제를 한다.


그런데, 최근 17년에 걸쳐 진행된 연구는 우리의 직관이 틀렸다고 말한다.


가족은 많은 것을 함께 나누지만, 적어도 성격 발달은 아니다.


부모의 성격이 변하면 자녀도 변할까?

가족 구성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성격의 방향이 비슷해질까?

가족의 정서적 성향은 공변할까, 혹은 각자 따로따로일까?


연구진은 246 가족, 674명의 부모, 형제자매를 17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로

한 사람의 변화가 다른 사람의 변화와 동시에 일어나는가를 정교한 통계 모형으로 평가했다(Warfel, E. A., Sutin, A., Beck, E. D., & Robins, R. W. (2025). Perplexing patterns of personality codevelopment: Findings from a 17-year longitudinal study of Mexican-origin famili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가장 중요한 결론: 부모와 자녀의 성격 변화는 완전히 독립적이다.


부모–자녀 간 공동 발달은 거의 0에 가깝다.

- 부모의 성실성이 증가한다고 자녀의 성실성이 함께 증가하지 않았다.

- 부모가 원만해지거나 불안해진다고 해서 자녀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 성격 변화의 방향과 속도는 각자의 궤적으로 움직인다.

이 결과는 사회적 학습 모델이나 공유 환경(shared environment)이

성격 발달을 이끈다는 전통적 관념을 강하게 반박한다.


예외는 있다: 정서적 요인만 아주 미세하게 전염된다.


부모, 자녀의 성격 중 공동 발달의 흔적이 감지된 것은 단 두 가지였다.

- 신경증성(Neuroticism)과 원만성(Agreeableness)


이 둘은 Big 5의 성격 요인 중 정서 기반 성향에 속한다.

정서 기반 성향은 상호작용을 통해 조정되거나 전염되기 쉽다.

그러나 이마저도 효과 크기는 매우 작고,

장기적 발달을 좌우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시 말해, 정서적 조율은 존재하지만, 성격의 구조적 변화는 아니다.


신경증성은 성격 연구에서 장기적으로 가장 안정적(stable)이다.

그러나 동시에 단기적 변동성(fluctuation)역시 크다.


환경적 자극에 민감한 변수기 때문이다.

신경증성은 스트레스, 갈등, 경제적 압박, 가족 분위기 변화 등

정서적 환경에 즉각 반응한다.

그렇다고 이 변동이 신경증성의 구조를 바꾸지 않지만

일시적 상승과 하강의 파동을 만든다.


정서 기반 성격은 관계적 상호작용의 영향을 일부 받지만, 행동 성향은 아니다.


신경증성이나 원만성과 같은 정서적 요인은
상호작용의 정서적 조율(affective attunement)을 통해 소폭 조정된다.

반면에 성실성, 개방성 같은 행동 및 인지 기반 성향은
개인의 선택, 역할 경험, 생애 사건의 영향이 더 크다.


형제자매는 부모–자녀보다 조금 더 동조된다.


가족 내에서 유일하게 더 의미 있는 공동 발달이 나타난 쌍은 형제자매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비슷한 생애전환점(사춘기, 고등학교, 성인 초기)을 공유

- 유사한 스트레스(동일 학교, 동일 또래 관계 등)에 노출

- 상호작용 강도와 빈도 자체가 더 높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공동 발달은 아니었다.

부모–자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것일 뿐이다.


성격 발달은 유전적으로 안정적이다.


기존 쌍둥이 연구, 행동유전학 연구, 성격발달 연구를 보자.


Big 5는 중등도~고도의 유전율(heritability)을 가진다.

성격은 상당 부분 유전적 기반에 의해 형성된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이 공유하는 환경(shared environment)은

성격 발달에 아주 작은 영향만 미칠 뿐이다.


부모–자녀의 성격 변화가 서로에게 거의 영향받지 않는 이유는,

성격의 유전 기반 안정성이 매우 강하고,

가족이 공유하는 환경의 영향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가족은 정서를 공유할 수 있지만, 성격이 자라는 방향까지 공유하지는 않는다.

성격은 가족이 함께 누리는 공유 환경보다,

각자가 겪는 비공유 경험에 훨씬 더 크게 좌우된다.

유전적 안정성이 강력하기 때문에,

같은 집에서 살더라도 성격 변화는 거의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가족이 같은 사건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더라도,
그 사건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는 각자 다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닮아가는 것보다
각자의 길로 분화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결국 성격 발달은

- 유전과 비공유 경험이 이끄는 개인 고유의 궤적 위에,

- 가족과의 정서적 상호작용이 아주 미세하게 조정하는 영향이 더해지는

정교한 이중 구조에 가깝다.


요약하면,

성격의 주연은 유전이고, 가족은 조연이다.
가족은 정서를 함께 만들 수 있지만, 성격을 함께 만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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