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본 사람이라면,
마지막까지 머릿속에 남는 문장이 있다.
“You know what freedom is? No fear.”
세르지오(베니시오 델 토로)의 이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 핵심이다.
영화는 혁명가들의 미래인 윌라가
두려움 없이 세상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그런데, 과연 자유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일까?
두려움은 행동을 억제한다.
우리 뇌는 위험을 감지하면
편도체를 통해 Fight/Flight/Freeze 반응을 즉시 촉발한다.
신경증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 경보 시스템은 더욱 자주, 더 크게 울린다.
그 결과,
선택권이 있어도 행동하지 못하는
심리적 불응(behavioral shutdown) 상태가 나타난다.
권한이 있어도
두려움이 두뇌를 지배하면 행동은 멈춘다.
여기까지만 보면 세르지오는 심리학적으로 옳다.
그런데, 세르지오가 간과한 점이 있다.
인간은 두려움이 없는 순간이 없다.
따라서 핵심은 두려움의 존재가 아니라,
그 두려움이 우리 대신 선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힘이다.
심리학은 그 힘을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 부른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은
두려움 속에서도 행동한다.
자유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 위에서 선택이다.
Fearless는 단지 조건일 뿐이다.
Freedom은 자기효능감이 만들어 낸 결과다.
큰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면 용기(Courage)이고
두려움에 지배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으면 자유(Freedom)다.
용기는 위기에서 발휘되지만, 자유는 일상에서 지속된다.
자기효능감은 두려움의 신호가 울려도
전전두엽이 선택권을 지켜내는 심리적 힘이다.
Fearless는 조건이고,
Freedom은 자기효능감이 만든 결과다.
진정한 자유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소거가 아니라 감정 위에서의 선택이다.
조직에서도 동일하다.
두려움을 제거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시도하는 조직이 되지 않는다.
말해도 소용없다고 느끼는 순간,
조직은 멈춘다.
반대로, 구성원들이 자기 효능감을 갖고
그 믿음을 지지하는 환경이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
두려움 없는 조직이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 없는 조건과 자기 효능감이 만나야 성과가 만들어진다.
세르지오의 말은 이렇게 보완되어야 한다.
“자유는 두려움이 없을 때가 아니라,
두려움 위에서 자신의 믿음에 따른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