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개발한 심리테스트로 알려진 테스트를 한 번 해 봅시다.
"아래 그림을 보고, 당신이 좌석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좌석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각 좌석 주변 인물을 유심히 관찰(예. 1번 옆은 도널드 트럼프)한 후, 답을 해주세요.
선택이 완료되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1번을 택한 당신은
권위와 영향력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 ENTJ 유형입니다.
2번을 택한 당신은
유명인과의 가까운 거리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 ENFJ 유형입니다.
3번을 택한 당신은
독립성과 개인 공간을 중시하는 사람, INTJ 유형입니다.
4–5번을 택한 당신은
균형 감각과 사회적 조율 능력이 있는 사람, INFJ 유형입니다.
6–7번을 택한 당신은
관찰자 성향의 신중한 판단형, INTP 유형입니다.
8번을 택한 당신은
주목과 에너지를 즐기는 사람, ENFP 유형입니다.
9–10번을 택한 당신은
거리 유지를 선호하고 감정 소모를 피하는 사람, INFP 유형입니다.
"자, 어떤가? 그럴 듯한가?"
시중의 심리테스트는 이처럼 좌석 선택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멈춰볼 필요가 있다.
이 해석은 당신의 성격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모호한 선택에 익숙한 성격 서사를 덧붙인 것에 가깝다.
같은 사람도 피곤한 날, 급한 날, 음악이 듣고 싶은 날 등등에 따라
전혀 다른 번호를 고를 수 있음에도,
테스트는 그 순간의 선택을 안정적인 성격 유형으로 고정한다.
즉, 이런 류의 심리테스트가 그럴 듯한 이유는
정확해서가 아니라 그럴듯하고, 빠르고, 반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테스트가 반복해서 저지르는 오류는 단순하다.
“이 자리를 골랐으니 이 사람은 이런 성향일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에서 행동은 항상 성격과 상황의 함수다.
특히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행동이 성격을 반영할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이 이미지를 다시 보자.
이 테스트가 드러내는 것은 성격이 아니라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행동을 성격으로 환원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이 상황에서 이 선택을 했을까?'라고 묻지 않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수긍한다.
하지만, 좌석 선택은 성격이 아니라 상태의 결과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날 따라, 사회적 부담을 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괜히 오해받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으며,
그냥 에너지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심리테스트는 이런 조건들을 모두 지운 채,
하나의 유형으로 정리한다.
그래서 이런 테스트는 특히
- 행동이 애매할 때
- 맥락 정보가 부족할 때
- 빠른 판단이 필요할 때
- 틀려도 책임질 필요가 없을 때
강력하게 소비된다.
MBTI가 인기 있는 이유도 같다.
사람들은 단순한 선택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고,
인간은 행동을 지나치게 쉽게 성격으로 환원하려 한다.
회의에서 말을 아꼈다면,
'정보가 부족해서'보다는
'원래 내향형이라서'가 훨씬 설명하기 쉽다.
행동을 성격으로 환원하는 것은 매우 편리하다.
행동의 원인을 더 이상 탐색하지 않아도 되고,
상황을 다시 살펴볼 필요도 없어진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 질문, 수정의 과정이
유형 하나로 압축되기 때문이다.
환원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줄어들고, 판단을 쉽게 할 수 있다.
'ENTJ라서 그런거야' 하는 순간 끝난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그 행동이 왜 그 상황에서 나왔는지,
다르게 행동할 여지는 있었는지, 환경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사실상 'ENTJ라서 그런거야' 이 한 문장은
사람을 이해하는 문장이 아니라,
이해를 종료하는 문장이다.
심리학은 사람을 빠르게 분류하는 학문이 아니라,
성급한 결론을 늦추는 학문에 가깝다.
좌석 하나로 성격을 말해주는 테스트는 재미있을 수 있지만,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