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얼룩말은 위궤양이 생기지 않는가?(Why zebras don’t get Ulcer?)'는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저명한 생물학자인 R. 사폴스키 (Sapolsky)의 저서명이다.
위궤양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TV 광고로 잘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전체 위궤양 원인의 10% 정도에 국한된다.
스트레스의 크기로 말한다면 사자에 쫓기는 얼룩말이 인간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런데, 얼룩말을 비롯해 대부분의 동물들은 위궤양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참고로 전혀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고, 걸릴 확률이 매우 낮다.)
위궤양이 생기는 동물은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에게서 흔히 발견된다.
영장류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생각하고 곱씹기 때문이다.
사폴스키는 말했다.
“얼룩말은 사자를 만나고 잊지만, 인간은 사자를 기억한다.”
얼룩말이 위궤양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생물체가 갖는 정상회복 기능(homeostasis)이 원만해서이다.
얼룩말은 스트레스 상황이 종료되면 곧바로 정상상태로 돌아간다.
얼룩말의 스트레스는 크지만 짧다.
그러나, 인간의 스트레스는 얼룩말에 비해 작지만 길다.
사폴스키는 케냐 사바나에서 야생 개코원숭이를 30년 가까이 추적 관찰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가장 아픈 개체는 싸움을 자주하는 개체가 아니며, 포식 위험이 높은 개체도 아니었다.
진짜 차이를 만든 건 사회적 지위였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원숭이들은,
공격을 예측할 수도, 피할 수도 없고, 반격도 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기저 코르티솔 수치가 높았고, 면역 기능은 떨어졌으며
위장 질환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더 컸다(Sapolsky, 1990; 2005).
핵심은 직접적인 폭력이나 위협이 아니라, 불확실성이었다.
인간 조직에는 사자가 없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디에나 있다.
인간은 머릿속에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결과를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한다.
그 결과, 사폴스키의 말처럼, '인간은 행동 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불확실성은 더 크다.
영국의 Whitehall 연구는 수만 명의 공무원을 수십 년간 추적한 것으로 유명하다.
누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가?
결론은 단순했다.
소득보다 직무 통제감과 높은 지위가 건강을 더 잘 예측했다(Marmot et al.).
같은 월급, 같은 직급이어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면 사망률과 질병 위험은 낮아졌다.
가축화된 말은 얼룩말에 비해 위궤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을 스트레스에 강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사자, 즉,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꾸면 된다.
1. 위계는 숨기지 말고 드러내라
모호한 위계는 항상 최악의 방향으로 해석된다.
2. 통제 가능한 영역을 보장하라
작은 통제감은 큰 안정감을 만든다.
3. 평가는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한다
끝나지 않는 평가는 끝나지 않는 사자다.
4. 비교를 부추기는 구조를 줄여라
조직 시스템과 문화는 비교에 불을 붙일 수도, 끌 수도 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는 게 아니다.
끝나지 않는 불확실성에 무너진다.
얼룩말은 사자를 잊지만, 인간은 사자를 마음 속에 데리고 산다.
조직과 리더가 할 일은 분명하다.
사자를 없애는 게 아니라, 언제 오고, 언제 떠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