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리더십의 효과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온다

by 박진우
AI 시대, 효과적인 리더십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많은 리더십 담론은 리더의 성격, 카리스마, 소통 능력에 주목한다.

그러나 실제 조직 성과를 측정한 연구는 전혀 다른 곳에 주목하게 만든다.

최근, 한 실험 연구는 팀에게 동일한 과업을 부여하되,

리더십 조건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Englmaier, F., Grimm, S., Grothe, D., Schindler, D., & Schudy, S. (2025). The value of leadership: Evidence from a large-scale field experiment. The Leadership Quarterly, 101869.).


1. 과업 시작과 동시에 리더를 선택한 팀

2. 리더 선택이 지연된 팀

3. 리더가 없는 집단


그리고 연구자들은 과업을 완료하는 데 걸린 시간을 추적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과업 초기에 리더를 선택하고 과업을 시작한 팀은 더 빠른 결과를 도출했다.

리더 선택이 늦어진 팀도 통제 집단보다는 나았지만,

초기 리더십을 갖춘 팀과의 격차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이 연구는 리더십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리더십의 효과는 리더가 ‘누구인가’보다

리더가 ‘언제 개입했는가’에 달려 있다.


즉, 리더십은 사람들이 판단하고 협업하는 방식이 굳어지기 전에

어떤 구조를 먼저 세팅했느냐가 핵심이다.


AI 시대에 이 사실은 더 치명적이다.

AI 환경에서는 초기 판단은 훨씬 빠르게 굳어진다.

첫 번째 회의에서 어떤 질문이 나왔는지,

누가 먼저 AI 결과를 정답으로 채택했는지,

다른 의견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는지 등의 초기 조건들은

이후 회의, 피드백, 의사결정, 책임 귀속 방식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한 번 굳어진 판단 구조는 AI를 통해 반복되고 증폭된다.


그래서 AI 시대의 리더는 결정을 잘 내리는 사람만이 아니다.

결정이 만들어지는 조건(질문의 순서, 역할 배치 등)을 과업 초기에 설계하는 사람이다.

AI 시대에 리더십이 더 중요해졌다는 말은 리더가 더 똑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리더의 “처음 세팅”이 팀 전체의 판단 습관으로 복제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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