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본 사람들은 진짜 '맥도날드'를 '마꾸도나루도'라고 해?"
“응, 맞아. 그리고 중요한 건, 일본 사람들한테 '맥도날드'는 '마꾸도나루도'로 들린다는 거야.”
“에이, 그건 그냥 일본 사람들이 영어 발음을 못해서 그런 거잖아.”
아이의 질문에 심리학자인 나는 우리 뇌의 처리방식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우리 뇌는 외부의 소리를 그대로 받아 적지 않는다.
뇌는 항상 ‘이 세계는 원래 이럴 것’이라는 기본 가정이 있고
실제 소리는 그 가정을 조금 수정하는 방식으로만 쓰인다.
즉, 듣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해하고 듣는다.
이걸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맥거크 효과다.
소리를 들을 때, 귀에는 “바"라고 들려주고,
눈에는 “가”의 입 모양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다”라고 듣는다.
우리 뇌는 "이 입 모양이면 '바'보다는 '다'가 더 그럴듯한데"라고 판단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wCWlyL3Zjjw
우리 뇌는 소리 자체보다 소리를 만들었을 ‘원인’을 더 믿는 것이다.
일본어에는 아주 강한 규칙이 하나 있다.
자음은 혼자 있으면 안되고 항상 모음이랑 붙어야 한다.
이걸 CV 구조(자음(Consonant) + 모음(Vowel))라고 부른다.
우리말은 CVC 구조다.
그래서 일본어는 영어의 'k'와 같은 자음을 'ku'로 자동 보정처리한다.
자음 종결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말은 CVC구조이기 때문에 자음 종결을 자연스럽게 인식한다.
영어의 McDonald(Mc – Do – nald)를 보자.
Do 발음을 제외한 나머지는 일본어의 CV 가정과 충돌한다.
Mc = 자음 + 자음, nald = 자음 종결이다.
그래서 자동으로 이렇게 재구성된다.
마 · 꾸 · 도 · 나 · 루 · 도
중요한 점은 영어 소리를 일본어로 표기하는 과정의 결과가 아니라,
음성을 지각하는 단계에서 이미 그렇게 들렸다는 것이다.
"아빠, 일본 사람들 귀에는 진짜 마꾸도나루도로 들린다는 거야?"
"응. 그리고 본인은 잘못 들었다는 느낌도 없어."
사실, 우리말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바로 f와 p다.
한국어에는 /f/가 없기 때문에 한국어 뇌의 기본 가정은 이렇다.
"입술 근처에서 난 소리는 p일 것이다."
그래서 f라는 낯선 입력은 가장 가까운 범주(p)로 흡수된다.
뇌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이게 어떤 원인에서 나왔을지’를 먼저 결정한 뒤 그에 맞게 듣는다.
인지과학의 답은 꽤 냉정하다.
발음 학습은 '지각'을 바꾸기보다는 '지각 이후의 처리'를 바꾼다.
발음 학습은 소리의 구분에 관한 의식적 규칙을 제공한다.
그런데, 실제 지각은 수백 밀리초 안에 자동으로 끝난다.
그래서 천천히 들을 때는 구분되고, 따라 읽기는 가능하지만,
빠른 자연 발화에서는 다시 원래 언어의 필터로 돌아간다
외국어 학습은 자동 지각 시스템을 완전히 교체하지는 못하지만,
그 위에 보정 레이어를 얹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어 학습을 많이 한 사람들도
자신들의 모국어에는 없는 발음을 말하거나 들을 때 인지적 에너지를 많이 쓴다.
P.S)
오사카 여행 마지막 날, 간사이 공항 활주로에서 만난 우리 비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