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어준, 유시민의 발언을 둘러싼 소위 친명, 반명, 뉴이재명 논쟁엔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많은 사람들은 몇 개의 영상 클립과 몇 개의 기사 제목이 퍼지는 순간 이미 결론을 내린다. 사건 전체를 보기 전에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데, 문제는 그 판단이 놀라울 만큼 빠르고 확신에 차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평소 깊이와 통찰있는 논평을 단 한번도 내놓은 적이 없는 패널들에게 이런 현상은 더 잘 드러난다.
그런데, 그 확신을 빠르게 가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최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대충 알수록, 강한 확신을 갖고, 추가 정보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Hong, S. S., Son, L. K., & Kim, K. (2026). Metacognition and diagnostic decision-making: short" blips" of knowledge and the consequences of overconfidence. Cognitive Research: Principles and Implications, 11(1), 22.). 사람들은 몇 개의 발언, 몇 개의 장면, 몇 개의 요약만으로도 사건의 본질을 이해했다고 느낀다. 정치 논쟁에서 빠른 판단이 반복되는 이유는 정치적 입장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의 판단 메커니즘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환자의 증상을 보고 어떤 질병인지 판단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세 집단으로 나뉘었다. 아무 사전 정보가 없는 집단(NK), 질병 설명을 잠깐 읽은 집단(SK), 그리고 충분한 참고 자료를 계속 볼 수 있는 집단(LK)이다.
실험 결과, 정확도는 아무 정보도 없는 집단과 충분한 정보를 가진 집단이 비슷했고, 조금 아는 집단이 가장 낮았다. 짧은 설명을 잠깐 읽은 사람들이 아무 정보가 없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틀렸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확신이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이 느낀 확신과 실제 정확도의 차이를 계산했는데 조금 아는 집단이 가장 강한 확신을 보였다.
연구의 두 번째 실험 설계는 보다 현실적이다. 참가자들에게 정보를 단계적으로 보여주고, 추가 정보를 더 볼지 선택하게 했다.
※ NK = No-Knowledge, SK = Short-Knowledge, LK = Long-Knowledge 그룹이다.
출처: Hong, S. S., Son, L. K., & Kim, K. (2026). Metacognition and diagnostic decision-making: short" blips" of knowledge and the consequences of overconfidence. Cognitive Research: Principles and Implications, 11(1), 22.
실험 결과, 조금 아는 집단이 추가 정보를 가장 적게 요청했다. 아무것도 모르거나 충분히 알면 더 본다. 하지만 조금 알면 이미 안다고 느끼고 멈춘다. 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사람들이 틀린 판단을 하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보 탐색을 너무 빨리 멈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결과는 심리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연구 중 하나인 더닝-크루거 효과를 입증한 연구이기도 하다. 더닝과 크루거의 고전 연구는 능력이 낮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능력이 부족할수록 자신의 오류를 인식할 메타인지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연구가 더닝-크루거 연구와 다른 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는 데 있다. 과신이 추가 정보 탐색을 멈추게 만드는 행동까지 보여준 것이다. 즉, 문제는 단순한 자기평가 오류만이 아니라 탐색 중단(premature closure)의 행동이다.
이러한 현상은 AI가 등장하면서 더 강해지고 있다. 우리가 이해하고 싶은 사안이 있을 때, 사건의 핵심을 정리해 달라거나 논쟁의 본질을 분석해 달라는 질문을 AI에게 던진다. AI는 매우 정리된 문장으로 답한다. 쟁점을 구조화하고 맥락을 압축하고 설명까지 덧붙인다. 사람들은 그 답을 읽는 순간 문제를 이해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머릿속에 일어난 것은 완전한 이해라기보다 설명을 잠깐 본 것에 가깝다.
그런데, 그 설명을 보는 순간 우리의 뇌는 이미 충분히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때 추가 탐색이 멈춘다. 그래서 AI는 때때로 지식을 확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확신을 강화하는 장치가 된다.
사람들은 무지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가 반복해서 보여주는 사실은 다르다. 가장 위험한 상태는 무지와 전문성 사이에 있는 상태다. 아무것도 모르면 조심하고, 깊이 알면 복잡성을 이해한다. 하지만 조금 알면 확신하고 더이상 묻지 않는다. AI 시대의 판단 능력은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보다 확신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조금 알았다고 느낄 때 정보 탐색을 멈추지 않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판단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