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불쇼 애청자인 내게 자주 보이는 장면이 있다. 진행자 최욱은 방송 중 댓글을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화가 많이 나있어.”
심리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안다. 현저성 편향(sailence bias)이다. 강한 댓글 몇 개는 전체 시청자의 평균이 아니다. 이처럼 눈에 띄는 몇 개의 댓글이 우리 뇌를 지배하는 현상을 현저성 편향이라 부른다.
그런데, 최근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연구는 이 현상이 단순한 주의 편향을 넘어 조금 더 구조적인 인지 오류라는 사실을 입증했다(Schöne, J. P., Rocklage, M. D., Parkinson, B., & Goldenberg, A. (2026). Overestimation in the aggregation of emotional intensity of social media conten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28(3), 465–484.).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가상의 SNS 피드를 보여줬다. 뉴스 기사 하나와 그 아래 달린 여러 개의 댓글들이다. 참가자들은 댓글을 하나씩 읽으면서 각 댓글의 감정 강도를 각각 평가했다.
연구들은 참가자들에게 마지막에 이렇게 물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댓글들은 얼마나 감정적이었나요?”
여기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참가자들은 개별 댓글의 감정 강도를 평가하는 능력 자체는 꽤 정확했다. 문제는 마지막 단계였다. 사람들은 이 평가들을 종합해 평균적인 분위기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오류를 보였다. 전체 인상을 실제 평균보다 훨씬 더 감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감정 강도의 과대 집계(overestimation)라고 설명한다. 즉, 사람들은 댓글 하나하나를 잘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반응을 모아 ‘전체 분위기’를 판단할 때 체계적으로 틀린다.
출처: Schöne, J. P., Rocklage, M. D., Parkinson, B., & Goldenberg, A. (2026). Overestimation in the aggregation of emotional intensity of social media conten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28(3), 465–484.
위 결과 그래프를 보자. 두 패널 모두에서 주황 바이올린 플롯의 평균점이 파란 바이올린보다 위쪽에 있다. 즉, 개별 평가 평균보다 전체 통합 추정값이 더 크다. 사람들은 댓글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실제 평균보다 더 감정적이라고 느낀다.
오른쪽 선그래프에서는 두 패널 모두에서 댓글 수가 4→10개로 늘어날수록 Y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보인다. 검토해야 할 양이 많을수록 뇌가 처리해야 할 정보가 늘어나고, 강렬한 소수의 댓글에 더 의존하게 되면서 과대평가가 심해지는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롭게도 파란선(긍정)과 주황선(부정) 모두 0 위에 위치한다. 즉, 긍정적 댓글이든 부정적 댓글이든 과대평가는 방향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으로 설명한다. 이 개념은 Amos Tversky와 Daniel Kahneman의 연구로 널리 알려졌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얼마나 흔한지 판단할 때 실제 빈도보다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SNS 댓글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댓글이 20개 있다고 가정해보자. 18개는 “아쉽네요”, “그럴 수도 있죠” 같은 평범한 반응이고, 2개는 “이건 말도 안 된다”, “완전히 망했다” 같은 강한 반응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전체 분위기는 그리 격렬하지 않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에는 가장 강렬했던 몇 개의 댓글이 남는다. 그리고 피드를 다 보고 나면 댓글들이 전체적으로 매우 부정적으로 기억한다. 평균이 아니라 몇 개의 강렬한 반응이 전체 분위기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인지 오류는 단순한 착각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인식은 감정과 행동까지 바꾼다.
첫째, 사람들은 댓글을 보면 더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댓글들이 격렬해 보일수록 사람들은 기사나 콘텐츠 자체에 대해 더 강한 감정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타인의 감정이 내 감정의 기준점이 되는 셈이다.
둘째, 극단적인 반응이 ‘보통의 반응’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몇 개의 강렬한 댓글이 전체 분위기를 대표하면서 소수의 반응이 사회적 기준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셋째, 더 많이 공유하게 된다. 피드가 감정적으로 더 격렬해 보일수록 사람들은 그 콘텐츠를 공유하려는 의지가 높아진다. 분노와 자극이 바이럴을 만든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현상은 특히 정치 이야기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유튜브를 보면 세상이 극단적으로 갈라진 것처럼 보인다.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정치학 연구에 따르면, 실제 여론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이지 않다.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의 대부분은 극단적인 유튜버가 아니다.
문제는 노출 구조다. 유튜브나 SNS에서는 대체로 다음 세 가지 반응이 눈에 잘 띈다. 가장 화난 사람, 가장 공격적인 사람, 가장 확신에 찬 사람이다. 이 집단은 전체 인구에서 소수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강렬하기 때문에 가장 눈에 잘 들어온다. 그 결과 사람들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다고 느낀다.
매불쇼 최욱은 왜 ‘댓글 몇 개’에 민감해졌을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몇 개의 강렬한 댓글이 전체 분위기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장면은 최욱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뉴스 댓글을 읽을 때도, SNS 피드를 스크롤할 때도, 회사 단톡방에서 몇 개의 메시지를 볼 때도 우리 모두 같은 착각을 반복하고 있다.
세상이 실제보다 더 분노하고 더 극단적으로 보이는 현상은 세상이 극단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유튜브나 SNS 댓글에 더 쉽게 노출되는 구조와 몇 개의 강렬한 반응이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인간의 인지 구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