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는 사람들이 약자라고 생각되는 대상을 응원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는 스포츠나 정치에서 이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팀이나 선수, 혹은 후보에게 심리적 애착을 가지고 지지할 때가 있다. 조그만 차고에서 시작한 스티브 잡스, 어린시절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방황한 버락 오바마, 코미디언이라는 편견을 딛고 일어선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등 시작은 작고 초라하지만 역경과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스토리는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약자를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 조지타운대 맥도너비즈니스스쿨의 네루 파하리아 (Neeru Paharia)교수 등의 연구진은 열정이 없는 언더독은 패배자일 뿐이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모든 언더독 제품을 선호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열정 스토리가 담긴 언더독 제품만을 선호했다. 사람들은 인력, 자본 등 모든 걸 갖춘 탑독 회사보다 어렵게 출발해 하나하나 성취해가는 언더독 회사를 좋아했지만, 고난 극복 스토리가 없는 약자는 그저 패배자(Victim)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출처: The Underdog Effect: The Marketing of Disadvantage and Determination through Brand Biography, Neeru Paharia, Anat Keinan, Jill Avery & Juliet B. Schor,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011)
그렇다면, 직장에선 어떨까? 직장에서도 언더독 효과가 있을까?
직장에서도 일 잘하는 강자(Top Dog)와 일을 잘 못하는 약자(Underdog)가 있다. 그렇다면, 언더독이라고 평가받는 사람이 성과가 항상 낮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펜실베니아 와튼스쿨의 사미르 누르모하메드(Samir Nurmohamed)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조건에서는 성과가 낮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이 성과가 좋다고 평가받는 사람에 비해 더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언더독이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는 열정을 품을 때다. 언더독으로 평가받은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the desire to prove others wrong)가 강한 사람들은 탑독보다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 열정 있는 언더독효과가 직장에서도 증명된 셈이다.
둘째, 성과가 낮다고 평가한 사람의 신뢰가 낮을 때다.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을 저성과자라고 평가할 때, 오히려 높은 성과를 올렸다. 사람들은 '웃기지 마라. 난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마음 먹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이 자신을 저성과자로 낙인 찍으면 열정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의 평가엔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발동됐지만 신뢰하는 사람의 평가엔 이 욕구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
(출처: The underdog effect: When low expectations increase performance, Samir Nurmohamed,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2020)
그렇다면, 이 연구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스스로 언더독이라고 생각한다면, 고난 극복 스토리가 필요하다. 자신이 어떠한 역경을 겪고 버티고 있는지를 솔직담백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 만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언더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다른 사람의 평가가 틀렸다고 굳게 믿어야 한다.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 실천하며 잘못된 평가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해 탑독을 뛰어넘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