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에서 15년,
아직도 불안하다

by 광고하는 사람

광고 대행사에서 일한 지 15년이 조금 넘었다.
아트디렉터로 시작했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도 경험했다.
경력만 놓고 보면 오래 버틴 편이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솔직히 말하면 불안하다.

일을 못해서라기보다는,
이 일을 오래 했다는 사실이
지금의 나를 설명해 주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다.


광고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잘하는 방법’보다
‘틀리지 않는 선택’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아이디어를 얼마나 밀어붙일지보다
이게 통과될지,
어디에서 걸릴지,
누가 불편 해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런 판단들이 쌓여
나는 지금의 자리에 왔다.
하지만 동시에
그 판단들 때문에
내가 어떤 선택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디까지가 내 취향이었는지는
점점 흐려진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구직을 하면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다시 보고 있다.
분명 성실하게 일해 왔는데,
그 기록들이 지금의 나를
온전히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이상하게도 일을 오래 할수록
확신보다는 질문이 더 많아진다.


아마 이 업계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낸 사람이라면
비슷한 순간을 한 번쯤은 겪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잘해 온 건 맞는지,

앞으로도 이 방식이 맞는지,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시점.


이 글은 해답을 주기 위한 글은 아니다.

다만 광고판에서 오래 일해 본 사람의

솔직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