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일을 시작한 지 15년이 지났다.
처음 이 일을 할 때 나는
아이디어만 잘하면 된다고 믿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고,
멋진 결과물을 내는 것이
이 일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면
그 아이디어의 완성도에만 집착했다.
논리가 탄탄한지,
표현이 날카로운지,
누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지.
그게 곧 성공으로 이어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열정적으로 설명한 아이디어가
회의 테이블 위에서 힘을 잃는 순간도 있었고,
작은 의견 차이로 팀과 부딪히기도 했다.
광고주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요구를 마주할 때도 많았다.
책임감 때문에
밤늦게까지 고민하며
아이디어보다 상황을 먼저 떠올리게 된 날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실패가 내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가 더 좋지 않아서,
설명이 부족해서,
설득력이 약해서 그런 거라고.
그래서 더 잘하려고 애썼고,
더 완벽한 아이디어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이디어는 혼자 힘으로 살아남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팀원들의 이해와 피드백이 없으면 흔들리고,
광고주의 판단과 프로젝트 환경,
그리고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쉽게 힘을 잃는다.
회의에서 받는 날카로운 질문들도
처음엔 방어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지나고 보니
그 질문 덕분에 아이디어가
현실 위에 다시 서는 경우가 많았다.
팀원과 부딪히는 순간들 역시
아이디어를 망치는 게 아니라
살리는 과정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광고 일을 오래 하면서
내가 가장 크게 바꾼 믿음은 이것이다.
아이디어는 ‘잘 만드는 것’보다
‘살아남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
그 이후로 나는
아이디어를 혼자 책임지려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디어가
팀 안에서 이해되고,
현실 속에서 작동할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됐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중간에 형태가 바뀌어도 괜찮다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게 됐다.
돌아보면
실패와 충돌은 이 일의 예외가 아니라
늘 포함된 과정이었다.
작은 성공과 좌절이 반복되면서
나는 조금 더 유연해졌고,
동시에 조금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15년 동안 광고 일을 하며 배운 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법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사람, 상황 사이에서
어디까지 믿고
어디서 조율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감각이었다는 걸.
아마도
이 감각 덕분에
나는 아직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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