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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 회사를 이해하는 필수 단어

단어, 다시 생각하다.

by 심 취하다

열심히 하면 남들처럼 살 수 있다고 했다.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채찍질했다. 나이가 들수록 모르겠다. 열심히만 살면 되는 것인지?


학창 시절에는 열심히 공부하라고 한다. 사회인이 되어서는 열심히 일하라고 한다. 성공한 연예인, 운동선수들은 좋아하는 것을 즐기라고도 한다. 스타 일꾼은 열심히 말고 '잘' 하라고 한다. 어느 순간 열심히 보다는 즐기는 것,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열심히. 누구냐? 넌


신입 일꾼. 일단 열심히 한다.

열정 일꾼. 진심으로 열심이다.

얌체 일꾼. 열심히 하는 척한다.

숙련 일꾼. 한 박자 쉬며 열심히 한다.

장수 일꾼. 열심히 참고, 열심히 버틴다.

스타 일꾼. 일꾼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한다.


직장사전_열심히

1. 맡은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성과가 나오도록


국어사전_열심히

1.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유의어 : 부지런히, 성심껏, 열성껏



신입 일꾼은 오늘도 열심이다. 복사기 주변, 탕비실을 정리정돈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열정 일꾼이 부탁한 3개년치 매출자료를 매출처별, 아이템별 정리한다. 중간중간 빠진 자료를 일일이 찾아서 재작업을 하다 보니 손이 많이 간다. 꼰대 일꾼이 갑작스럽게 메신저로 말을 건다. '지금 7층 B-vision 회의실로 오세요. 올 때 1층 카페에서 따아 3, 아아 2잔, 나는 모카라떼 아이스로 부탁해.' 갑작스러운 커피 심부름에 이어 회의에 참석을 하라고 한다. 꼰대 일꾼이 담당하는 프로젝트이지만, 회의 종료 후 회의록 작성을 신입 일꾼에게 미룬다. 이렇게 신입 일꾼의 하루는 열심히 채워지며 야근으로 향한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인사평가 시즌이 다가왔다. 결과는 '보통'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열심히 노력한 결과 회사에 잘 적응해서 남들만큼은 한 거 같아 뿌듯했다. 연말 동기모임에서 늘 정시 퇴근하고 업무 시간에 코인 차트를 종종 보던 얌체 동기가 '우수' 평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얌체 동기가 테스트 성격으로 진행한 신제품 SNS 마케팅이 인플루언서를 통해 널리 퍼지며 판매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신입 일꾼은 열심히 하면 된다는 부모님 말씀을 신념처럼 여기며 열심히 살아왔다. 인과응보를 믿었다. '열심히 한 자는 열매를 얻을 것이고, 여유 부린 자는 뒤처질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잦은 야근에, 잔심부름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지난 10개월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얌체 동기는 정시 퇴근하며 한 마디씩 툭 던기곤 했다. '네 회사냐?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 네 인생을 살아.'


신입 일꾼은 혼란스럽다. 어떻게 일해야 할지 모르겠다. '열심히 하는 게 정답은 아니구나'




S 사의 내년도 유럽향 물류 입찰 공고가 발표되었다. 열정 일꾼은 참여 제안서를 열심히 준비한다. 벌써 5번째 입찰 참여이다. 현재 물류를 수행하고 있는 C 사는 전 세계 물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물동량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물류업계 1위로 인지도가 높다. 업체 3위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열정 일꾼은 유럽 지역에 네트워크와 가격 경쟁력, 그리고 S 사 담당자와의 좋은 관계를 기반하여 또다시 도전한다.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열정 일꾼에게 꼰대 일꾼이 일침을 가한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하라고. 이번에 또 떨어지면 인건비가 아깝다. 아까워'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아니다.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 있다. 이번에도 고배를 마셨다. 숙련 일꾼과 장수 일꾼은 '열심히 한 거 알고 있다. 수고했다' 라며 회사 앞 카페를 가자고 한다. 커피를 주문하려고 기다리는데 얌체 일꾼과 꼰대 일꾼의 목소리가 들린다. '열심히 한다고 잘난 척하더니... 열심히 하면 뭐 해? 잘해야지!'

열심히 하여 숙련 일꾼이 되고자 열중했던 지난 시간이 후회스럽다. '열심히 하지 말고, 될 일만 찾아서 할 걸. 넘어가는 나무를 골라서 일할 걸'




신입 일꾼으로 시작하여 열정 일꾼을 거쳐 숙련 일꾼이 된다. 어떤 이는 얌체 일꾼에서 꼰대 일꾼이 된다. 축복받거나 능력 있는 일부는 장수 일꾼, 스타 일꾼이 된다. 일꾼에게 '열심히'는 무엇일까?


뿌린 데로 거둔다.

1차~2차 산업에서의 '열심히'는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일한 만큼 농작물이 수확이 되고, 상품이 생산된다. 따라서 '열심히'는 남들처럼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더 살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하면 되었다. 우리의 DNA는 기억하고 있다.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그러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은 '열심히' 보다는 '잘' 해야 한다. '열심히' 보다는 '창의적'으로 해야 한다. 물론 '잘'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도 필요하다. 하지만 '열심히'가 필요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것과 별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지금의 일꾼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열심히'가 아닌 '현명하게 창의적으로' 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여 타인의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일하여 일꾼이 행복하고 부유해지는 내일을 희망한다.


일꾼의 분류 ★

스타 일꾼 : 직장인의 꽃은 임원?

장수 일꾼 : 정년까지 꽉 채우는 실속파

꼰대 일꾼 : 네가 뭘 안다고, 지시형

숙련 일꾼 : 합리적 판단과 경험. 추진형

열정 일꾼 : 인정받고 싶다. 성공추구형

얌체 일꾼 : 나만 아니면 돼. 배짱이형

신입 일꾼 : MZ라 규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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