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꽤 ;회사를 이해하는 필수 단어
단어, 다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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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 2023
상당히 개선됩니다
꽤 증가 예상됩니다
어느 정도 달성합니다.
얼마만큼이지? 많다는 거야? 조금 많다는 건가?
다시 물어보고 싶다. 뭔가 의심스럽다.
상당히, 꽤. 누구냐 넌?
ㄴ 산출하기 어려울 때
ㄴ 수치가 가물가물할 때 일꾼은 얼버무린다.
직장사전 - 상당히
1. 수준이나 실력이 꽤 높이
2. 어지간히 많이. 또는 적지 아니하게
국어사전 - 꽤
1. 보통보다 조금 더한 정도로
2. 제법 괜찮을 정도로
*유의어 : 무던히, 비교적
내년도 사업계획 발표회. 열정 일꾼은 아태물류팀 중점추진과제를 발표한다.
"통합운송시스템 도입에 따라 운송정보 가시성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 일꾼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상당히? 얼마큼 개선된다는 의미이지?'
다음으로 얌체 일꾼이 신규 사업확대 전략을 보고한다. 목표로 하는 영업대상이 구체적으로 발굴되지 않아 신규사업 항목으로 목표금액을 합쳐 놓았다.
"아세안 지역의 자동차 자급생산에 대한 혜택 확대로 부품 공급 물량 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아세안 지역 국가를 타게팅하여 신규 영업 확대를 추진코자 합니다."
스타 일꾼은 한숨지으며 신규 사업 매출목표액을 보며 소리 없이 생각한다.
'꽤 늘어난다? 얼마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여 신규 매출금액 산출한 거지?'
열정 일꾼이 기존 고객에 대한 매출 계획을 발표한다.
"내년 자동차 산업 동향 예측 기준으로 고객사 생산대수를 추정하였습니다. 자동차 산업 동향과 어느 정도 추세를 따라간다면 내년도 매출계획은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스타 일꾼은 밀려오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한다.
"상당히? 꽤? 어느 정도? 도대체 얼마를 의미하는 거야? 회사는 숫자로 말합니다. 다들 남의 일처럼 발표하는데, 이 사업계획 누구 거야? 당신이 내년도에 해야 할 일이야." 스타 일꾼은 더 이상 보고받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간다.
모두 눈만 멀뚱멀뚱 뜬 채 서로의 얼굴을 어리둥절 쳐다본다. 처음부터 다시 사업계획을 재검토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사업계획 다시 검토하려면 '상당히' '꽤' '어느 정도' 초과 근무와 주말 근무를 갈아 넣어야겠네요.
상당히? 얼마 큼이야?
회사는 숫자로 말합니다.
스타 일꾼은 답답하다.
상당히, 꽤, 어느 정도는 언제 사용하게 될까? 수치화하기 어려울 때, 수치화하기 귀찮을 때, 숫자를 모를 때 무의식적으로 일꾼은 이 단어로 그 양을 표현한다.
'개선됩니다'라고 말하면 뭔가 허전하다
'증가됩니다'라고 적기엔 뭔가 부족하다
'달성합니다'라고 하기엔 뭔가 단순하다
이럴 때 '상당히', '꽤', '어느 정도'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일꾼이 생각하는 수치만큼 정량화된 기분이다.
보고받는 스타 일꾼, 팀장 일꾼은 이 표현을 만나면 난감하다. 회사는 숫자로 말해야 한다. 그런데 상당히, 꽤, 어느 정도 라니.
숫자로 추정을 안 한 건지?
확신이 없어서 인지?
추정이 어려운 건지?
그 자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보고하는 일꾼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된다.
일꾼이 피해야 할 단어
상당히, 꽤, 어느 정도
상황이 어떠하건 이 표현은 지양하는 것을 권장한다. 만약 '얼마큼 개선된다는 거야?' 추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기준으로 추정한 결과 20% 개선으로 신출되었으나, 추가 검증 중입니다.' '00 변동성으로 추정하기 어렵지만, 00를 가정하면 15% 개선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이 단어를 피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꽤 어려운 과제이며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일꾼에게 독인 오늘의 단어. 이제 작별을 고한다.
일꾼의 분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