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속에서 대학원 진학의 꿈! 그리고, 2년이란 시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질문이 항상 있었다.
처음에 지금 회사에 들어갔을 때, 약 10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 그때는 회사가 프로세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오래 다닌 직장이 처음이라 다른 회사는 어떤 프로세스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궁금했고, 이론적으로도 관심이 가졌다.
나의 업무는 PM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물론 주니어 시절에는 품질업무와 마케팅도 하고, 여러 가지 직무를 병행하면서 경험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개발실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았고, 사업과 개발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조율이 주된 업무였다. 나는 공대 출신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용어도 잘 모르고 프로세스도 잘 몰라서 많은 고생을 했었고, 시간이 지나 경험으로 어느 정도 통밥으로 일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그러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알게 되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공부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론과 실전은 많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자격증을 취득 전과 취득 후가 많이 달랐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매우 많이 올라갔었다. 이런 경험으로 이론을 좀 알면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공대를 진학해서 공부를 좀 더 하면 개발자들에게 나의 콘셉트를 좀 더 잘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했었다.
아기가 태어나고 육아를 하면서, 직장생활과 대학원 생활 병행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아기가 3살쯤 되었을 때, 처음으로 팀장 직책을 발령받았다. 팀원이었을 때와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고, 내 일만 잘하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많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선배들을 만나봐도 친구들과 이야기해봐도 도통 알 수 없어서 답답한 일상을 지냈었다. 그러던 중 와이프가 먼저 예전에 고민했었던 대학원 진학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얘기해 주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닐 수 있는 대표적인 대학원은 MBA가 있었지만 나는 PM직무가 좋았기 때문에 MBA보다는 공대 쪽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공대에서 MBA와 비슷한 학문을 하는 대학원이 있다는 정보를 찾았고, 관련해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MOT, Management Of Technology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이었고, 말 그대로 기술과 경영을 융합한 신개념의 학문이었다. 사실 나는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라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학문이고, 희소성이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의 니즈인 공대 진학이었기 때문에 바로 선택하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몰랐던 거지,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었다.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데 운이 좋게도 모교에 이 전공이 있었다. 사실 학부가 공대 출신도 아니고 경영학 전공자도 아닌 내가 합격하기란 거의 하늘의 별따기였지만 모교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어필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원 원서를 작성하면서 내 전략을 담아내서 지원서를 채워나갔다. 그런데 이게 뭐지?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는 게 필수인데, 학부밖에 졸업하지 않았으니 연구계획서를 알리가 없었다. 회사에 같은 사업부에 친한 동료 중 MBA를 졸업한 동료가 있어서, 연구계획서에 대해서 물어서 작성하였다. 거진 2주 동안 붙잡고 썼었던 것 같다. 지원하기도 힘든 대학원, 직장생활을 하면서 너무 궁금했던 기술경영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었던 것 같다.
내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합격을 했다.
서류 합격에 한번 놀라고, 오랜만에 면접을 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던 거 같다. 무슨 대답을 했는지도 모르고 질문에 답변하는 게 급급했었는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반신반의했던 대학원 합격을 받았을 때 매우 기분이 좋았고, 내 인생에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힘든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였다.
입학식 때 거의 20년 만에 입학을 하다 보니 너무 설레고, 공부를 시작도 하기 전에 매우 뿌듯했었다.
이렇게 고민을 하면서 합격을 했던 대학원을 드디어 내일 졸업을 한다.
2년 동안 대학원생활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1학기 - 학교 적응하기.
입학하자마자 전공 필수 과목을 들으며 원우들과 친해지기 시작하였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강신청을 잘못해서, 정말 어렵고 힘든 과목을 3개나 했었다. 이게 바로 대학원 공부이구나, 학부와는 다르네!라고 생각하면서 새벽에 일어나서 과제하고, 수업 끝나고 원우들과 팀플 하고, 정말 정신없는 생활을 했다. 그리고 골프가 취미이자 특기라는 게 알려졌을 때, 골프동아리 총무직을 맡고, 골프 행사를 진행하면서 재학생 및 졸업생 선배님들과도 많은 교류를 했다.
여름방학 - 세미나 참석하기
학부 때는 해보지 못했던 세미나를 처음으로 참석하였다. 기술경영경제학회가 있는데, 매년 여름에 제주도에서 진행한다. 학교에서 학회일정에 맞추어 자체 세미나를 연속으로 하기 때문에 학교 내 공식적인 행사로 매년 진행하는 그런 행사였다. 가족을 떠나 학업과 교류의 장을 즐길 수 있었고, 학부 때 MT 같은 느낌이기도 하면서 다양한 학문적(?) 교류를 했었다.
2학기 - 원우회 생활하기
학부 때는 학생회가 있고, 대학원에는 원우회가 있었다. 말 그대로 원우들과 행사도 하면서 공부도 병행하는 그런 일이었는데, 이전 기수 선배들이 마지막 학기이기 때문에 인수인계를 하였다. 학부 때 학생회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나이 들어서 행사를 진행하려고 하니 힘들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원우들과 가장 많이 친해지고 교류를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겨울방학 - 논문 세미나
2학기때 지도 교수님을 정하는 스케줄이 있었다. 나는 골프 시뮬레이터에 대한 주제로 논문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기술수용과 기술가치 평가 등 전공이신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신청하고, 가이드를 받았다. 우리 학교는 매 학기마다 지도반끼리 모여서 논문에 대한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하는 전통이 있다. 나도 이 시기에 논문 주제를 정했고,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처음 논문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어려웠고, 논문을 많이 찾아보고 신중하게 선정했으나, 많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수정을 해나갔다.
3학기 - 논문 주제 정하기
겨울 방학 때 피드백받은 내용으로 논문 주제를 확정 지어야 했다. 정말 모델을 2~3번씩 변경하면서 주제 선정을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선배들 교수님들 피드백을 받으며, 정말 어떤 모델로 어떻게 구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사실 논문을 쓸 때보다 이 시기에 논문 주제 선정하는 게 가장 머리가 아팠고,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여름방학 2 - 논문 프로포절
논문 주제를 선정하고, 어떻게 논문을 써나가야 할지 심사위원(교수님들) 앞에서 발표를 했다. 프로포절에서 탈락하면 논문을 쓰지 못하고, 다른 트랙으로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입학할 때부터 논문으로 학위를 취득하는 게 목표였고, 졸업 후 내 연구 논문을 가지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발표 후에 많은 네거티브한 피드백을 받았고, 절망을 했다. 나중에 교수님들이 프로포절에서 좀 강하게 피드백을 주고, 연구에 좀 더 집중시키기 위해 일부러 했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경험을 하였다. 과연 내가 논문을 완성할 수 있을까?
4학기 - 논문 쓰기
논문을 쓰기에 앞서 프로포절에서 받은 피드백으로 많은 고민과 자료조사, 면담을 통해 방향성을 잡아서 논문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는 거의 논문을 국내 2~300개, 해외논문 100여 개를 지속적으로 읽었던 것 같다. 논문을 쓰다가 선행논문을 읽어보고, 논문 읽다가 쓰다가를 반복하면서 출근 전 새벽에 일어나서 쓰고, 퇴근하고 밤에 고통(?)을 줄이기 위해 와인 한잔 마시면서 쓰고, 거의 한 학기를 논문에 매진했었다. 회사에서는 논문에 대한 얘기를 하지도 못하고, 주말에 학교 가서나 동기들과 논문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서로 위안을 했었다.
그렇게 완성한 논문을 프로포잘과 같이 심사위원 앞에서 논문 디펜스 발표를 했다. 디펜스를 통과해야 인준지에 심사위원 도장을 받고, 논문 등록을 할 수 있다. 발표 내용은 왜 이 주제를 선정했으며, 연구를 어떤 방식으로 했고, 이런 결과가 나와서 학술적/실무적으로 어떤 시사를 주는지를 발표를 했다. 준비를 열심히 했으나, 매우 떨리고 두려운 자리였다. 프로포절과 같은 피드백을 받으면 절망을 할 것만 같았는데, 결과는 무사히 통과를 하였다.
이렇게 2년의 직장과 학업, 가정을 병행하는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많은 고민을 하면서 대학원 입학을 하고, 어려운 수업을 들으며, 인생의 첫 연구 논문을 쓰고, 직장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체력적/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런 생활을 모두 겪으면서 많은 성장을 했고, 보다 똑똑(?)해진 느낌이 들었다. 2년이란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그동안 노력한 결실이 이제 석사 학위로 보상을 받는 것 같다. 가족에게도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서 미안한 시기였으며, 일상생활이 거의 없었던 2년.. 그래도 나의 발전을 위해 한 발자국 움직였다고 생각하니 매우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