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으로 어제 오후, 미국 내 모든 뉴스 채널에 속보가 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전 Fed(연방준비위원회, 미국의 중앙은행 격 기관)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을 재무 장관으로 (Treasury Secretary) 임명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과거 Fed 의장 시절에도 반대당인 공화당의 지지를 꽤 받았던 이력을 생각하면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인사다.
미국의 재무 장관이란 자리의 중요성과 파급효과를 고려해 볼 때 국내에서 다뤄진 내용이 많진 않아 보여 미국 내 자료를 조금 취합하여 여기 옮겨본다.
1. 경제 재건기 경험을 갖고 있다.
재닛 옐런이 Fed 의장으로 재직한 건 오바마 대통령 재직기 중 '14~'18년으로 특별한 경기 침체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평탄한 평화기였냐고 묻는다면 또 그렇진 않은 게,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한 '08년 금융위기 이후 타격받은 경기가 회복하는 과정의 연장선상이었던 것이다. 옐런의 전임자가 금융위기 극복의 주역 중 하나인 벤 버냉키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한결 이해가 쉽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해서 마냥 금리 올리고 푼 돈을 회수하면 되는 게 아니다. 경제 주체들의 활동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섣부를 정책의 변화는 시장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가장 영향력이 큰 중앙은행의 정책은 오죽하겠는가.
따라서 명확한 정책 목표가 필요하다. 이것이 투명하게 공유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공감을 이뤄야 정책이 본디 뜻했던 바를 이룰 수 있다.
Fed의 목표는 물가 상승률 관리와 완전 고용인데, 이중 옐런은 특히 후자, 즉 실업률에 큰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금리를 아주 천천히 올렸다. 이때 정책 유관자들 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그녀가 주변을 어떻게 설득하고 다른 사람들의 호의를 받는지 알 수 있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처럼 옐런은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주변을 설득하는, 그래서 위기 후 경기 재건을 해 본 경험을 갖고 있다. 이는 코로나 이후의 재건기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2. 여성 최초로 Fed + 백악관 + 재무장관을 거친 사람이 된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은 금번 미국 선거의 큰 줄기 중 하나였다. 조 바이든은 당장 카말라 해리스를 첫 여성 부통령으로 임명했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처음으로 민주당, 공화당 모두 여성 의원 비중이 25%를 넘었다고 한다.
만약 옐런이 재무 장관에 앉게 되면 연준과, 백악관과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경제 자문으로도 활동했다.)재무부 최고직을 모두 거친 첫 여성 경제학자가 된다. 거쳐간 기관들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 상징성은 큰 이정표가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 언론들은 이 부분을 빼놓지 않고 꼭 한번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가 변한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3. 재무 장관은 글로벌 영향력이 크다.
연준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재무 장관은 더 공식적, 공개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당장 업무 자체에 국가별 제재가 (Sanction) 들어있고 각국 재무장관 회의 등에도 나가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Fed 부의장을 지냈던 블라인더 교수가 WSJ에 한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그에 따르면 옐런은 무척 꼼꼼하고 디테일을 중시하는 타입으로 (Detail oriented) 만약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다면 거기에 모인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가장 잘 준비된 사람일 것이라고 한다. (Certainly the best prepared)
이는 어물쩍 넘어가거나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이슈까지도 세세하게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과거 미중 갈등 이면의 다양한 이슈들이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던 그녀의 발언을 고려하면 미중 갈등도 수월케 해결된다거나 극적인 방향 전환을 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4. 그 밖의 일화들
남편이 조지 애커로프 교수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다. 그의 논문은 'Lemon market (여기서 레몬은 질 나쁜 상품을 뜻하는 은어)'에 대한 짧은 내용인데 왜 중고차 시장엔 질 나쁜 차량만 나오는지, 왜 소비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지 다룬다. 즉 정보 비대칭에 의한 역선택을 (Adverse selection, 정보가 완벽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행위를 선택하게 됨) 다룬 것이다.
또한 옐런은 대표적 케인지안인데 (시장은 불완전하며 필요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단 주의) 그 학문적 영향을 준 사람들이 토빈과 스티글리츠로 역시 모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상으로 옐런에 대해 아주 조금 알아봤다. 그녀가 과연 그 자리에 앉게 될지, 그렇다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게 여러분이 속해있는 회사나 업계엔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