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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더 백미러

by 띤떵훈




오랫동안 들어왔던 곡이, 문득 가슴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 그간 느끼지 않았던 감정이 생긴다. 곡과 나의 지금이 공명한다. 그제 출근길에 들었던 Man In The Mirror가 그랬다.





가게 일을 보기 위해 9시가 살짝 지나 집을 나섰다. 주말의 무더위가 기세가 꺾였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자 차 천장을 개방했다. 창문과 천장이 열리자 세상이 차 안으로 합승했다. 안과 밖의 경계를 해체하니 내가 세상이고 세상이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가 듣고 싶었다. 시리에게 그 노래를 재생해 달라 부탁했다. 바람 소리와 섞여 반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입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변화를 만들겠단 다짐으로 시작한다.





노래 내용은 이렇다. 본인이 좋아하는 겨울 코트를 입고 거리를 나섰는데, 찬 바람이 먹을 게 없어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환기시켰다. 자신이 그들의 필요를 무시하고 살았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 깨달음이 거울 안에 있는 남자에게 변할 것을 요구한다. 나부터 변해야 세상도 바뀐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면 너를 직시하고, 바뀌어라. 슈퍼스타로서 세상에 변화를 촉구한다.





노랫말을 따라 불렀다. 노래가 고조될수록 격정에 휩싸였다. 후렴에 다다르자 눈물이 맺혔다. 바람이 막아주겠지-라는 마음으로 달리는 차에서 목놓아 소리 질렀다. I'm starting with the man in the mirror! I'm asking him to change his ways!





왜 이런 기분이 들었는지 생각했다. 우선 행동경제학과 구조주의를 불러올 필요를 느낀다. 인간의 타고난 능력은 고만고만하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환경에 맞춰 살아간다. 사회/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행운이나 불행의 토대는 환경이다. 책의 논증을 이해하고 공감한 덕에 나는 반능력주의자가 된다. 누구도 인간 위에 군림할 수 없다. 내가 여유롭고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면, 그것은 운의 작용이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내가 지금 당장 돈이 많다고 해서 나보다 없는 사람을 깔보고, 더 못난 사람으로 취급할 수 없다. 세상에 겸손하고, 다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내가 어려울 때 필요하듯, 나도 남을 도와야 한다. 이런 생각이 세상과 하나가 된 듯한 상황, 마이클 잭슨의 메세지와 공명했다.





노래가 끝나고도 여운이 길게 남았다. 단순히 좋은 음악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메시지였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 거울 속 자신부터 바꿔야 한다." 마이클 잭슨이 노래 속에서 말한 것처럼, 세상에 변화를 원한다면 나부터 시작해야 했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작은 행동이라도 옮겨야 의미가 생긴다. 나도 차 백미러 속 남자에게 변화할 것을 요구했다.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여기서 세상은 인류로 한정한다. 아직 그릇이 환경과 동물을 생각할 정도로 크지 않다. 우리 이웃과 인간이라는 종이 더 많은 행복을 누리는데 기여하고 싶다.





이틀 고민했다. 어떻게 기여할지. 그 결과가 정기 기부다. 처음이기도 하고, 오래 지속할 수 있게 비교적 소액으로 시작했다. 기부가 일상이 되고, 꼭 나가야 되는 항목으로 자리 잡으면 조금씩 늘려갈까 한다.





단체는 Asylum Seeker Resource Centre (ASRC)다. 망명 희망자 지원센터, 그러니까 난민 지원센터다. 나는 운이 좋은 삶을 살았다. 세상과 사회와 누군가의 도움으로 편하게 잘 살고 있다. 아직 운이 닿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 비교적 쉽게 영주권을 획득했고, 영어 학습의 기회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돈이 있었다. 그것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렵게 살았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경사를 약간이라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너무 받은 게 많은 나와 대척점에 있는 이들이 난민이다. 기회와 안전을 박탈당했다. 그들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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