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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흙수저를 위한 나라는 없다>(동해수산) 감상문

네이버 웹툰 내 베스트도전 만화의 한 정점.

by 우언타이

※ 스포일러 있음.

※ 가장 좋아하는 양식인 서간체로 작성함.

※ 아래는 해당 웹툰의 링크.


https://m.comic.naver.com/bestChallenge/detail?titleId=756288&no=1&week=&listSortOrder=DESC&listPage=1


안녕하세요, 익명의 직장인 아저씨. 그리신 만화 무척이나 재미있고도 인상 깊게 감상했습니다. 빛줄기 하나 없던 삶의 기나긴 터널을 마침내 빠져나온 자만이 고백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절로 제가 지나온 인생을 반추하게 되었네요. 종종 공감이 되기도 했고, 내내 감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이 어둠만이 가능케 하는 배움을 다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길게 말하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살아가지만 속으로는 불안으로 인해 어쩔 줄 몰라하던 젊은이만이 해낼 수 있는 갈구에 대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그때의 해갈을 잊지 않은 채 지금까지도 지적인 자극을 희구하심에 있겠지요.

아저씨께서 오랜만에 학창 시절의 친구들과 만나는 상상을 해봅니다.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묻고, 각자의 취향과 교양을 공유하는 대화를 통해 친구분들께서는 지난 기억 속 그 미숙했던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나 성숙한 어른이 되었는지를 몹시 신기하게 여길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는 아저씨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려 노력하시리라 예상합니다. 마치 그 나날들의 아저씨가 그러하셨던 것처럼. 이는 긍정적 영향의 보기 좋은 되풀이겠지요.

사모님께서 아저씨를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실지도 상당히 궁금합니다. 자신과는 달리 불우하고도 바람직하지 못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고상한 일상과 유머러스한 대화를 넉넉히 나눌 수 있는 남편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해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먼 훗날의 일이겠으나 어떤 배우자를 만나야 좋을지, 그녀에게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지에 관한 고민이 깊기에 더욱 그런 듯합니다.

아마도 만화를 다 그리고 나서 오랜 시간 동안 품어오셨을 어떤 응어리 같은 것이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을 받지 않으셨을까 짐작해 봅니다. 아저씨처럼, 저도 언젠가는 제 경험과 가치관을 창작물의 형태를 통해 타인들과 나누고픈 소망이 있거든요. 이렇게 또 수신이 불가능한 편지를 적고 마무리합니다.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5. 0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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