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끝내 부서진 기타를 놓지 못하도록 만든 끔찍하고도 찬란했던 긴 밤.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평생을 끊임없이 괴롭혀대는 기억과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는 가슴 벅찬 추억이 함께 탄생했던 지난날의 뜨거운 밤은, 지옥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남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은,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청년 새미가 경험한 찬란하고도 끔찍했던 어느 하루에 대하여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동안 내가 잘 알지 못했던 1930년대 미국 내 흑인들의 낭만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는, 실로 굉장한 에너지가 담겨있다. 타지에서 거친 삶을 살다 귀향하여 큰돈을 벌기 위해 주점을 연 스모크스택 형제에게서 느껴지는 폭력성이나, 그 개업에 참여하는 주민들 저마다의 개성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힘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서사에 온전히 몰입하도록 이끈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지켜보는 무대에서 새미가 탁월하고도 늠름하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순간은 시공을 뛰어넘은 짜릿한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전율을 선사한다. 여기에 더해, 한 때는 서로의 가족이자 이웃이었으나, 끝내 뱀파이어와 인간으로 분리된 존재들의 비극적인 혈투 역시 우리의 눈을 스크린에서 떼지 못하게끔 하는 무시무시한 장면이다.
그나저나, 밀애를 나누었던 여인을 기념하는 공간에서 과거와 마주하게 된 노년의 새미가 불사의 존재가 되는 것을 선택하지 않은 점은 어쩐지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는 아마도, 산산조각 난 기타를 도저히 놓을 수 없도록 만든 그 시간 그리고 결코 지워지지 않을 몸과 마음의 흉터를 의미 있게 간직하기 위해선, 인생의 마침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진실을 그가 오랜 세월 동안 조금씩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2025. 06.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