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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사>(소마이 신지) 리뷰/감상문

부모의 이별, 질주와 발화, 소녀의 성장.

by 우언타이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언제까지나 함께할 거라 믿었던 가족의 붕괴는, 특히나 아이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준다. 하물며 그것이 부모의 이혼이라면, 그 상처는 더욱 깊고 날카로울 것이다. 바라지 않던 가정의 변화를, 친구들에게는 과연 어떻게 고백해야 할까. 그 물음 앞에서 선뜻 답할 수 있는 이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1993년작 <이사>는, 사이가 틀어진 엄마와 아빠가 별거에 들어간 후 서서히 방황하는 초등학생 렌의 성장기를 담아낸다. 그러나 이 성장의 모습이, 모범적인 형태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은 꽤나 인상적이다. 오히려 절망 가운데 처절히 몸부림치는 아이의 절규가 그 안에 자리 잡고 있기에, 스크린 너머에서 렌을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은 끝내 진한 아픔에 젖는다.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전력질주와 불타오름은 단순한 연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마도 이는 원치 않는 현실로부터의 절박한주, 그리고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소멸을 직면해야만 하는 괴로운 순간이야말로, 한 인간이 어른으로 자라나기 위해 마주해야 하는 비통하고도 서늘한 운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도, 엔딩 속 소녀의 표정은 환하게 빛난다. 비록 예전의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소녀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성장이었음이 분명하다. 어른들의 선택으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겪었을 아픔을 깊이 들여다보는 영화 <이사>는, 우리의 마음을 벅차오르게 하면서도 뜨겁게 만드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2025.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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