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조나단 드미) 리뷰/감상문

토킹 헤즈가 보여준 경이로운 공연이 담긴 다큐멘터리.

by 우언타이

※ 가상 일기 형식의 글.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며칠 전 같은 교회에 다니는 성가대 형에게, 이번 주 토요일에 자신의 밴드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개최하는 공연을 한 번 보러 오라는 부탁을 받았다. 희멀겋고 삐쩍 마른 멀대임과 동시에 얼굴은 꽤 곱상한 그는 또래 여자애들에게 은근히 인기가 많았고, 나는 내심 질투를 느끼고 있었기에 어쩐지 이를 들어주기가 꺼려졌지만, 생각해 보니 나름 재밌겠다는 판단이 들어 그리 하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공연장에서 본 그의 모습은, 저 인간이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관객 앞에서 형이 발산하는 에너지는 정말이지 굉장했는데, 노래면 노래, 연주면 연주, 춤이면 춤,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출중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무대를 완전히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딱 알맞을 테다. 물론, 나를 포함한 그곳의 관중들은 정신을 절반쯤 놓아버렸고.



그러나 다음 날 교회에서 다시 마주친 형에게서는 어제의 그 화려한 모습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언제나처럼 단정하게 정리한 헤어스타일과 깔끔한 옷차림을 한 채로, 장로님들과 권사님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에게서 그 누가 무대 위 슈퍼스타를 상상할 수 있을까. 아마 그 흥미롭고도 은밀한 진실은, 그 형의 부모님 조차 조금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2025. 0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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