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내 취미, 소프트웨어 개발은 내 일이다. 글쓰기와 소프트웨어 개발은 무언가를 '쓴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작가는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쓰고 개발자는 컴퓨터가 해 줬으면 하는 일을 코드로 쓴다. 읽기 좋은 글을 쓰게 되기까지 많은 연습이 필요하듯 깔끔한 코드를 쓰게 되려면 실무 경력이 많이 쌓여야 한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글을 쓰듯 개발자들도 서로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코드를 쓴다. 문법에 맞지 않는 글이 비문이 되듯 구문론에 맞지 않는 코드는 컴퓨터가 알아듣지 못한다.
글쓰기와 소프트웨어 개발의 유사점을 말하라면 이 외에도 수많은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나,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으로는 창작자가 누리게 되는 기쁨을 꼽고 싶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던 그 한 문장이 머릿속에 불현듯 떠올랐을 때의 그 희열과 어느 순간 나도 모르던 생각과 내용이 손 끝에서 저절로 글이 되어 나올 때의 경이는 밤을 새우며 고민하다가 드디어 코드의 버그를 잡았을 때의 환희, 몇 개월 동안 작성한 프로그램의 각 요소가 처음부터 끝까지 잘 맞물려서 동작하기 시작할 때의 기쁨과 참 닮았다. 이러한 희열, 경이, 환희, 기쁨을 혼자서만 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작가는 책을 출판하고 개발자는 코드를 인터넷에 공개한다. 자신이 누린 그 행복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다.
개발자가 자신의 코드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경우 코드에 대한 저작권을 설정해야 한다. 코드를 유료로 판매할 수도 있고 무료로 공개할 수도 있는데, 무료로 공개하는 경우에도 저작권자 표기 의무 여부, 상업적 사용 가능 여부, 내용 변경 가능 여부 등 많은 부분에 대해 서로 다른 조건을 거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흔히 GPL이라고 불리는 GNU 일반 공중 사용 허가서가 적용된 오픈 소스 코드의 경우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그 대신 그 코드를 사용해서 만든 다른 프로그램, 즉 파생물의 코드도 동일하게 무료로 공개되어야 한다. 반면 아파치 라이선스가 적용된 코드의 경우 그런 조건 없이 그저 누가 원 저작권자인지만 명시해 주면 그다음부터는 사용자가 파생물에 대한 소스 코드 공개 의무 없이 원본 소스 코드를 사용 및 변경할 수 있다. 이 외에도 BSD 라이선스, MIT 라이선스 등 소프트웨어 저작권에 관한 다양한 허가서가 존재한다.
GPL을 제외한 대부분의 오픈 소스 사용 허가서는 매우 단순해서, 대개의 경우 원작자가 누구인지와 그 원작자가 사용한 오픈 소스 사용 허가서가 무엇인지만 밝혀주면 되는 경우가 많다. 즉 '누구의 오픈 소스 코드를 가져다 썼다는 것을 명시하기만 해 달라'는 정도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코드를 공짜로 편히 사용할 수 있으니 좋기는 한데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오픈 소스 개발자는 왜 자신이 열심히 만든 코드를 무료로 공개할까? 둘째, 자유로운 사용을 허가할 것이라면 왜 굳이 저작권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라는 조건을 넣는 것일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기쁨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오픈 소스가 개발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무료로 나눠주는 어리석은 행위로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소스 코드를 무료로 공개하는 개발자들은 돈과는 별개의 기쁨,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누군가가 사용한다는 바로 그 기쁨을 누린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인정과 존중이다. 공짜라고 해서 오픈 소스를 하찮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코드를 누가 작성했는지를 밝혀줌으로써 작성자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표현해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위의 두 내용은 글, 음악, 영상 등 모든 창작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창작자는 자신이 쓴 글, 자신이 작곡한 음악, 자신이 촬영한 영화 등 자신의 창작물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때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창작자임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렇게 어떠한 작품의 작가가 공정하게 그 작품의 작가로 인정받을 권리가 저작권이고 그 저작권을 지켜주기 위한 법이 저작권법이다. 저작권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누군가가 무엇을 만들었다면 그 사람이 그것을 만들었음을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요즘은 원본이라는 개념이 모호한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화를 통해 정보의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생겨난 일이다. 예전에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그 필름이 원본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뒤 사진 파일을 두 개로 복사하면 무엇이 원본인가? 전자책 파일을 천 개로 복사하면 무엇이 원본인가? 창작물을 복제하는 것이 이토록 쉬웠던 시대는 역사에 없었고, 그만큼 불법 복제도 범람하고 있다. 불법 복제로 인해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요즘이다. 그렇게 저작권이 짓밟히고 무시될 때 작가는 희망과 의욕을 잃게 된다.
창작자를 지키자. 작가를, 화가를, 배우를, 감독을, 개발자를 지키자. 저작권을 지키는 것이 그들을 지키는 길이다. 그렇게 창작자들의 기쁨과 행복이 지켜질 때, 분명 그것은 멋진 창작물의 형태로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반드시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