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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와하나 Aug 30. 2022

작게 해서 크게 키워라

" 야, 작게 해 "

  상해에서 돌아온 뒤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첫 매장이다 보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했다. 남 밑에서 10여 년을 일했지만 직원으로서 일만 한 것이지, 매장을 오픈 준비를 한다거나 부동산을 구하러 다닌다거나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보는 등 해본적이 없었다. 그저 처음 해보니 모든 것이 막막할 따름이었다.


가장 오래 일했던 곳의 대표님을 찾아가 여쭈어 보았다.


" 저... 대표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

" 예산은 얼만데? "

" 영혼까지 끌어 모으면 한 1.5... "

" 야, 작게 해 '

" 예..."

(대표님은 츤데레 스타일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분이다.)


그렇게 짧게나마 대표님에게 컨설팅을 받은 뒤, 상가를 구하러 다녔다. 일단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구했다.


1. 권리금이 없거나 작고 보증금이 낮은 곳

2. 월세가 저렴한 곳

3. 집과 매장의 거리가 버스로 2~30분 이내인 곳

4. 차선이 넓지 않은 곳.

5. 내가 아는 상권인 곳.

6. 평수가 넓지 않은 곳. ( 15평 이내 인 곳 )


10여 년 동안 일했던 상권은 번화가, 학생가, 오피스와 주거상권이었다. 번화가는 내 능력 밖이라 들어갈 수 없었고, 학생가로 가고 싶었으나, 일했던 곳이 근처에서 오픈하는 건 예의도 아닐뿐더러, 들어간다고 해도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남은 곳은 오피스와 주거 상권이 섞인 지역이었는데,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는 않아 고민을 했다. 그 마저도 가진 현금 내에서 구하려고 하니 마땅히 마음에 드는 자리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자리가 마음에 들면 월세가 높다거나, 아니면 권리금이 억 단위가 넘어가니 이제 막 시작한 초보 장사꾼이 감당할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한 곳을 마침내 발견했다.


위 6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지만 딱 하나, 유동인구가 너무 적었다. 몇 일간의 고민 끝에 그곳을 계약하기로 했다. 그래도 하다 보면 하나, 둘 모여들지 않겠나 싶어서였다. ( 왜 그랬을까... )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권리금이 없었다. 인테리어도 기본적인 것만 하고, 기계도 너무 욕심내지 않으면 남는 금액으로 2년 치 월세는 충분히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망하더라도 빚은 없게 하자가 저 당시의 마인드였다. 지금은 좀 더 욕심낼걸 하다가도 이렇게 했으니 여태껏 끌고 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초보 장사꾼이라 잘은 모르겠다.


초기 도안


인테리어 업체에 맡겼다면 수월했을 텐데, 돈 좀 아껴볼 거라고 인테리어 업체를 끼고 진행하지 않았다. 다행히 공사를 해주시는 분을 알고 있어 도면부터 그려서 공사해주시는 분에게 그려 넘겨야 했다. 몇 번이나 지웠다 그렸다를 반복했다. 지금은 장사가 어느 정도 될 줄 알았으면 인테리어 업체게 맡겨 이쁘게 할 걸, 이쁘게 했으면 좀 더 잘 되지 않을까 하는 후회가 좀 있다. ( 소소하게 되는 정도다. )



상가를 둘러봤던 몇몇 곳은 중간에 기둥이 있거나 공간이 굴곡져서 활용하기 힘들어 보였는데, 여기는 직사각형 구조라 마음에 들었다. 더군다나 버스가 지나가는 길이라 홍보하기도 좋아 보였다.



싹 철거한 뒤




가벽을 세웠다. ( 가벽이 없으면 나중에 철거할 때 원상복귀 때문에 골치 아프다. 꼭 가벽을 세우도록 하자 )



공사를 해주신 목수님과 인부님들



레일도 달고



기본적인 인테리어가 끝나갈 때쯤 머신도 설치했다. 작은 매장 하나 만드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 길이 오갔다. 몇 명이 왔다 간 거야..


매장을 오픈할 때는 가진 현금 내의 7~80% 정도만 투자했다. 그리고 상가 보증금이 2천이었는데 이건 대출을 받아 진행했다. 이자가 낮아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p.s 매장을 오픈할 당시 정말 버리기 힘든 것이 허세였다. 내가 그래도 오랫동안 했는데, 친구들과 남들 보기에도 멋지게 하고 싶고, 매장 크기도 크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서 정말 많은 조언을 구하러 다녔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장사를 직접 해본 사람 : 작게 해서 크게 키워 나갈 것.


장사를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 : 무조건 크고 멋지게 할 것. 크게 해야 크게 번다.


정말 신기하게도 딱 저렇게 갈렸다. 그래서 전자를 따르기로 결심했다. 해본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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