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악어야 Sep 15. 2023

직무선택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취업준비를 앞둔 학생의 고민 해결기 (1)


"2023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이번 달은 하반기 채용모집 시기로 4학년 2학기를 맞이한 나로서는 긴장을 하게 되는 달이다. 많은 채용 고민들 사이에 내가 느끼는 문제는 따로 있다.


: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어떻게 여기서 하나의 직무만 선택할 수 있는 거지?


고민하는 나를 그린 짤막한 자화상이랄까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는 어른들을 보면 어떻게 직무선택을 하신 걸까 궁금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현재와 비교했을 때 취업시장은 꽤나 달랐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은 비슷했을 테니 말이다.


예전부터 여러 일들에 호기심도 많고 흥미도 쉽게 붙여 다양한 활동을 즐겼다. 성인이 돼서 전공 공부를 하다 보면 좀 달라지겠거니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도 않았다.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패션은 내가 애정하는 만큼 이제는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의류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사실 난 예전부터 신발디자이너를 꿈꿨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인데 14년이나 지났다. (왜 제품디자인과를 가지 못했냐면... 입시 실패랄까... 무튼 그래서 의류전공생이 되었다..!) 호기심이 많은 나지만 이 꿈 하나는 지키리라 다짐하며 사방팔방 흔들리는 나를 붙잡았다.(오래된 꿈이 있다는 사실이 학창 시절 나를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달까.)


학교생활을 하면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디자인툴을 배웠다. 포토샵 및 일러스트 툴을 잘 다루는 것은 기본이라 따로 학원등록도 해가며 열심히 배워 툴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랬더니... 또...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다른 그래픽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또 배우다 보니 재미있다...!(최근에는 스마트폰 플랫폼 화면구성.. 이를 UI/UX 디자인이라 하던가... 잘도 모르지만 일단 공모전에 제출해보기도 했다. 덜컥 1차 합격 후 최종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중인데 생각하니 갑자기 긴장된다..!) 선택지를 명확히 하고자 배웠더니 또 선택지가 넓어졌다...!



학교에서 기획 관련 과제를 맡으면 상품기획이 너무 재미있고, 디자인 수업을 들으면 디자인도 재미있었다. 마케팅 수업을 들을 때면 마케팅도 재미있었다.(마케팅 과제 수행은 즐거웠는데, 특히 마케팅 이론은 너무 지루했다...) 여러 수업을 들으면서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매번 받았다. 점점 두드러지게 잘하는 건 뭔지 뭐가 더 재미있는지 혼란만 남게 되었다.(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는 나름 모범생이었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학생으로 추천 장학금도 꽤나 받았다. 그렇다 겸손하지 못한 내 자랑이다.) 수업이 다가 아님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올해 들어 공모전도 다양하게 참여해 보고 기업 인턴십도 해보았는데, 역시나 이것저것 흥미 붙이는 내 성향은 실무 환경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었다.


배움이 생기면 새로운 것에 눈을 뜨게 되는데 이 시간들이 쌓일수록 스스로를 목표에 묶어두는 것은 아닌가 처음으로 생각해 보았다. 목표가 있으면 방향성도 생기지만 그만큼 다른 것을 보기 힘든 것 같다. 반짝이며 가진 소중한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지켜야겠다는 의무감으로 다른 꿈을 가져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실은 다른 것들도 도전해보지 않았으면서 신발디자이너가 될래라는 생각만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니 내 나이 23살 심지어 생일도 안 지나서 만 21세인데...! 너무 젊잖아..! 지금은 목표마저 다른 새로운 것들에 점점 흐려지고 내가 진짜로 신발디자인을 하고 싶었던 것은 맞는지 의문까지 생기니 매우 힘든 상황이다. 앞전에 지금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싶은 순간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고민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생각을 해보면 나는 패션산업에서 패션을 다루는 직무라면 무슨 직무든 그 자리에서 잘하려고 또 좋아하려고 노력할 것 같다. 능동적으로 찾아서 배우고 하지만, 또 아이러니하게 수동적인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도 잘하는 편이다. 일화 중 하나로 처음 성인이 되고 친구들과 같이 시작했던 아르바이트가 있는데, 반복작업이 굉장히 많은 일이었다. 지치고 힘들다며 떠나간 친구들 사이 나만 살아남고 심지어 나는 2년을 6개월을 넘게 주말마다 출근했다. 그냥 용돈벌이로 꽤나 괜찮고 반복작업만 하면 되니 편하게 일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뚱맞은 일도 오래 버티는 내가 좋아하는 패션을 다룬다면 얼마나 더 열심히 하겠는가 싶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에 있어 나는 나를 좀 잘 안다.


주어진 일이 생기면 어떤 일이든 그 일을 잘하고 싶어 하고, 잘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는 점을 잘 안다. 그리고 내가 그 일을 좋아하려고 흥미를 붙여야 노력도 한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주어진 일이 무엇이 되든 흥미를 붙이려 한다. 그 결과 이것도 저것도 재미있게 느끼는 것 아닐까 싶다. “하다 보니 좋아졌어요.”를 강하게 느끼는 타입인 것 같다.


현 상황만 보더라도 그래서 얘는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건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나조차도 그렇게 느끼니..) 신발디자이너가 될 거라 달려왔으면서 다른 직무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니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나는 내가 굉장히 명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제야 보니 선명한 게 없는 것 같다... 이것도 재밌고 저것도 재밌고... 하나만 묵묵히 집중해서 할 순 없었을까..! 취업 생각에 머리가 아프다.


이런 고민들을 가지고선 마지막 남은 학기에 취업 관련 과목을 수강 중이다. 첫날 수업을 듣는데, 세상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교수님은 말씀해 주셨다.


"현재 우리나라의 진로 교육들은 '나'를 알고 진로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저는 이 방향성은 때론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알고 진로를 선택하면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안에서 진로를 결정하고 알고 있는 직무와 기업에 한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수강하는 학생들 중 직무선택에 고민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직무를 알고 나를 알아보라고 권해요."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이고 내가 잘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야 원하는 직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명확하게 직무선택을 하고자 나 자신에 대해 그렇게 알아보려 이해하고 글도 쓰고 있는데, 이게 뭐지..?


"직무를 알고 나를 알라고 하는 것은 원하는 산업군에서 직무를 공부해 보며 그 직무에 필요한 역량이 나와 잘 어울리는 것인지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겁니다. 채용공고를 통한 직무공부 결코 오래 걸리지 않아요. 일주일에 2시간 정도 한 달이면 충분해요.!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직무도 회사도 너무 많아요. 그래서 나를 알고 직무를 선택하면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지는 것 같아요. 쉽게 설명해 산업규모 면에서 다들 대기업 대기업 말하지만 막상 여기 적힌 대기업을 다 아는 학생이 많지 않은 것처럼요. 그래서 직무를 알고 나를 연결 지어보면 직무 접근에 더 용이할지도 모릅니다. 취업준비 초기에 이런 노력을 하면 의외로 나와 잘 맞는 직무를 찾을지도 몰라요!"


나 자신을 알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었다. 또 세상이 좁다고만 바라볼 것이 아니었고, 취업시장이 좁다고 불평할 것도 아니었다. 내가 세상을 좁게 바라본 것이었다. 아무도 나를 좁은 시장에 가둬둔 적도 없는데 주변에서 하는 소리, 짧게 읽은 글들로 내가 세상을 그렇게 본 것일지도 모른다. 좁은 곳에 가둔 건 나였다..! 그냥 하고 싶고 지원이 가능한 조건이라면 그 직무에 도전해 보는 건데 뭘 그렇게 주저했을까.


그렇다고 아무런 맥락 없이 지원을 무작정 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이 점은 잘 알고 있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패션산업 관련 인턴십, 자격증 취득, 대외활동, 공모전 참가 등은 꽤나 한 편이기에 경험을 꺼내어 그 직무에 연관 지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을 원했기에 학교생활을 하며 포트폴리오도 만들어뒀다.(수정을 반복하고는 있어서 문제다.)


동시에 '나'에 대해서 한정 지어 두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면서도 ‘명확하고 선명하게’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처럼 난 확실한 것들을 좋아한다. 그치만 짧게 산 내 인생도 확실하게 흘러간 적이 하나 없는데 뭘 바라는건지. 누구든 처음부터 전문적으로 잘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대체로 두루 잘하는 편이지만 특정하게 잘하는 것이 두드러지지 않아도 아직은 나름 괜찮은 것 같다.(어쩌면 이 점이 나에게 독이 될지도 모르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 아픈 고민에 더 독이 되는 것 같은 분명하니 잠시 멀리 치워보기로 했다.) 대신 여러 분야에서 나는 잘해본 '경험'을 가질 수 있었고 그 경험은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러면 뭐든 결과가 나와있지 않겠나 싶기도 하고 고민하는 건 그만큼 내 삶에 의욕이 많다는 것에 스스로를 높게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에게 주어진 일이 된다면 나는 또 흥미를 붙이려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여태 그렇게 지냈기 때문일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주저하는 사람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 딱히 없는 사람들에게 "나를 알고 진로를 알라가 아닌 진로를 알고 나를 보라" 이 방법으로 취업준비를 해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 효과는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쓰는 나조차도 이제 취업 준비에 들어섰지만 꽤나 마음가짐에 도움이 되는 방법인 것 같다. 실질적으로 약간 허무맹랑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내용이지만 조금 마음을 편하게 먹는 일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달까...?





P.S. 직무선택 고민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요?


2023.09.15    날씨 흐림     기록 : 악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