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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악어야 Aug 26. 2023

현대 사회에서 '전통'을 이끌어나간다는 것은

딸로서 바라본 전통 도예가 아버지


"창의적이고 과감한 현대 사회에서 고유의 한국 '전통'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저는 전통 도예가 아버지의 셋째 딸입니다. 저는 자기표현에 익숙한 세대 속에 태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것들이 창조되는 사회 속에서, 어느 조용한 시골 한편 묵묵히 39년의 세월 동안 우리 고유의 전통 도예를 이어오는 아버지를 두고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아빠, 우리 선생님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환경 속에서 [우리의 ; 전통]에 대하여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소통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어떤 것들이 더 새로운지 열심히 배우려 하지만, 정작 우리의 고유문화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인터넷과 관련된 기술들을 배우려 노력하고, 새로운 환경에 더 많이 접해보는 것처럼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고집이 있을지도, 어쩌면 고리타분할지도, 어쩌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전통'에 대하여 파고들면 지금 우리의 것보다도 더 다채로울지도 모르고, 더 색다른 변화들이 엄청나게 함축적으로 해석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전통'이라는 말이 붙기까지에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단어에는 그만큼의 가치와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아버지가 고수하는 전통에는 굉장한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골에 사는 한 소녀가 될 수밖에 없는 모든 배경 아래에는 "전통도예"가 바탕이 되었습니다.


전통도예는 다양한 가마 종류 중 장작가마를 사용합니다. 사실 아버지는 이전부터 전통 도예를 하시던 할아버지에게 묵묵히 배웠고 2001년도에 아버지는 본인의 요장을 열었습니다. 그 해는 제가 엄마 뱃속 안에서 열심히 성장하고 있을 때였는데, 부모님께서 직접 흙을 다져서 가마의 형태를 잡아 직접 가마 요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마요장에는 땀과 정성, 그리고 새로운 출발과 동시 부모라는 이름 아래 무게까지 담겨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전통 도예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점점 전통도예를 하고 있는 도예가가 줄어들고, 아버지처럼 집안에서 전통도예를 하고 있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사사에게 찾아가 배워야 했습니다.) 시골 조용한 곳에 사는 것도 여러 이유들 중 하나를 말씀드리면, 요장에서 불을 때며 나온 가마의 연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고르고 골라 아래 마을의 끝집에 살게 되었습니다.(저는 23년 토박이로서 저희 마을이 너무 좋아요)



귀얄 기법을 사용한 분청호



아버지는 분청사기를 주로 다루고 계십니다. 분청사기는 조선 초기의 도자기로 가장 순박한 모습을 가지고 일상과 가까웠던 도자기입니다. 표현할 수 있는 기법(귀얄, 인화, 상감, 덤벙 등)이 다양하고, 재미난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저희는 농담 삼아 말합니다. 


"아빠는 도자기를 하지 않았다면, 스님이 되었을 거야"


아버지는 농담도 정말 재미없고, 상황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도 잘 못하고, 먼저 나서서 이것저것 해보자고 유도하지도 않고, 눈치도 가끔 없지만,


작업실 너머 보았던 모습은 묵묵하지만 인내하고, 무게감이 있고 힘이 있는 작가였습니다. 술과 담배도 하지도 않고, 작품을 위해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한 자리에 계신 모습을 보면 정말 제가 대단한 사람을 만났구나 싶습니다.


전통장작가마로 하나의 작품이 나오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들고, 아빠 옆에서 늘 함께 하는 엄마가 작업을 도와 진행합니다. (도자기를 할아버지에게 배운 아빠와 늘 붙어있는 엄마 역시 '도예과'를 전공해서 더 수월하게 작가로서 소통하고 다채로운 작업물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장작가마에서 초벌과 재벌의 과정을 거쳐야 작업물이 완성되어 나오는데, 가마 앞에서 아버지는 불이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불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는 흐름을 기다립니다. 홀로 새벽까지 오로지 이번 작품이 잘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족들이 잠든 시간을 보냅니다.




"딸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부모님이 하시는 일을 제대로 알자는 생각을 가지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특히나 예술 세계 속에서 부모님이 하는 일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길을 응원하는 딸로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작업물이 있고, 또 아버지가 고수하는 '전통 도예'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통 도예에 대하여 아버지에게 물어물어 너머로 배운 내용들이 이렇게 글로 써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니 뿌듯하면서도 더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 고작 23살 뿐인데 예대 전공생도 아닌 제가 다양한 기법들을 알고, 이제는 어느 정도 '이건 덤벙분청 같은데? 이건 이도 같은데? 이건 귀얄인가? 이건 이라보인 것 같은데?' 알고서 부모님께 물어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이 가득한 요즘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부모님의 작가생활 및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대신하여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도 제가 이러한 글을 적는 것을 모르지만,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해가 되지 않게 정성을 담아 글을 씁니다.





2023.08.26    날씨 맑음   기록 : 악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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