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의 정면승부를 피하고 ‘나만의 궤적’ 만들기
- 노력의 가성비가 떨어지는 정체기를 견디며,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필요한 분
- 주변인들의 속도에 떠밀려, 나만의 보폭마저 의심하고 있는 분
- 1등 경쟁 대신,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스킬 조합을 설계하려는 분
"당신은 천재인가요?"
저는 그냥 보통 사람입니다만, 살면서 “아, 이 사람은 진짜 천재구나” 싶은 사람을 딱 한 명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천재는 게으르지만 영리하고, 보통 사람은 미련하지만 성실하다’는 편견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본 진짜 천재는 누구보다 성실했습니다. 그 일이 정말 재미있어서 온종일 그것에만 매달리더라고요. 비상한 두뇌를 가진 이가 즐거움에 빠져 노력까지 쏟아부으니, 범접할 수 없는 벽을 타고 성장했습니다.
그들을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해 보입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영원히 그들의 뒷모습만 바라봐야 할까요? 다행히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은 100m 달리기 1등 한 명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단일 전장’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피아노를 가장 감미롭게 치는 사람은 조성진일지 모르지만, 피아노를 잘 치면서 동시에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즉흥 연주를 즐기는 뉴욕의 재즈 피아니스트 ‘톰’이 더 필요한 무대도 있습니다. 최고가 될 수 없다면, 대체 불가능한 유일함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복잡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나만의 ‘유일함’뿐입니다.
한 분야의 1% 천재가 되는 대신, 세 분야에서 상위 20%가 되어 나만의 0.1% 교집합을 만드는 전략을 ‘스킬 스태킹(Skill Stacking)’이라 부릅니다.
서로 다른 세 분야의 상위 20%라니, 제법 도전해 볼 법한 목표 아닌가요? 단, 이 방법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전략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직렬적 축적과 병렬적 시너지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지요.
제가 PO로서 겪은 경험을 사례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처음 서비스 기획자로 시작했을 때는 화면 기획과 제품 매니징 역량을 먼저 익혔습니다.
이 과정이 능숙해져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 사용자 데이터를 해석하고 전략을 도출하는 업무를 얹었습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싶어 쿼리 작성 역량을 더했고, 마지막엔 비즈니스 지표를 재무적으로 해석하는 관리회계 지식까지 습득해 나갔죠.
1) 직렬적 축적 : 한 번에 하나씩 제대로 익히기
새로운 스킬을 배울 때 우리 뇌의 작업 기억 공간(RAM)은 풀가동됩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것 자체도 익숙지 않은데 회계까지 동시에 파고들려 했다면, 아마 제 뇌는 과부하로 멈춰버렸을겁니다.
따라서 최소한의 숙련도(상위 20%)에 도달할 때까지는 하나씩 박살 내는 ‘직렬적 집중’이 필요합니다. 하나가 숙달되어 뇌의 여유 공간이 생겨야 다음 스킬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2) 병렬적 시너지: 실력은 연결될 때 완성된다
하지만 각각의 스킬을 분리만 해둔다면 그저 ‘잡학다식’에 그칩니다.
진짜 실력은 스킬들이 서로 융합될 때 나옵니다. 쿼리를 배우는 동시에 실제 회계 데이터를 직접 뽑아보고, 분석 툴을 배우는 동시에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도출해 보는 식의 ‘병렬적 시도’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기술과 맥락이 함께 굴러갈 때, 비로소 나만의 독창적인 ‘모양’이 빚어집니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저는 업계 최고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매니징, 데이터 분석과 전략, 비즈니스 데이터 등을 모두 다루는 레이어를 갖춘 PO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적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배우다 만 스킬 5개는 고철에 불과하지만, 직렬로 쌓고 병렬로 연결한 상위 20%의 스킬 3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하지만 스킬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반드시 지독한 정체기를 만납니다.
현대 마케팅의 지형을 바꾼 세계적인 기업가이자, 일과 삶에 대한 통찰을 전하는 비즈니스 철학자 세스 고딘은 이를 ‘더 딥(The Dip)’이라 불렀습니다.
시작의 설렘이 끝나고 성과가 나오지 않는 지루한 저점 구간이죠. 많은 사람이 이 터널 속에서 “나는 재능이 없나 봐”라며 포기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통계적으로 이 구간에서 90% 이상이 하차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더 딥’은 경쟁자를 걸러내는 거대한 필터라는 뜻입니다. 정체기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상위 10%의 확률 안으로 자동 진입하게 됩니다.
꾸준함은 이 구간에서 우리를 이탈하지 않게 만드는 안전벨트입니다.
성장은 결코 직선이 아닙니다. 물이 100도에서 비로소 끓듯, 성장은 계단식(S-Curve)으로 일어납니다. 성장이 멈춘 듯한 이 구간은 퇴보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점프하기 위한 ‘에너지 응축 기간’입니다.
이 지루한 재편성 기간을 여러 번 거쳐야만 우리는 비로소 상위 20%라는 고지에 깃발을 꽂을 수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정체기를 뚫는 것은 뜨거운 열정이 아니라 차가운 시스템입니다. 퇴근하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 평범한 사람의 본성이니까요. 의지력은 배터리와 같아서 금방 고갈됩니다.
자, 이제 아래와 같은 시스템을 삶에 녹여보세요.
1) 노력하지 않아도 실행되는 구조
"공부해야지"라고 다짐하는 대신, 퇴근 후 무조건 노트북이 켜져 있는 카페로 향하는 루틴을 만드세요.
저는 혼자서는 절대 실행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외부 스터디에 참여해 강제로 공부하는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월간 리포트’ 보고 업무를 자원해 한 달에 한 번은 복잡한 숫자와 씨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죠.
2) 시도의 꾸준함(Connecting the Dots)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점을 찍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점을 잇는 노력입니다.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가 가진 데이터 역량으로 오늘 본 뉴스를 분석해 보는 작은 아웃풋을 꾸준히 세상에 내놓으세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글도 저의 스킬들을 섞어보는 작은 실험 중 하나입니다.
3) 변주를 계속 시도하세요
스킬이 3개(A, B, C)일 때 생길 수 있는 조합의 수는 다양합니다. 스킬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면? 조합은 더 무궁무진해 지겠지요.
꾸준함으로 '잭팟'이 터질 때까지 주사위를 계속 던져보세요. 시행 횟수가 많아질수록 성공 확률은 반드시 높아집니다.
평범한 우리의 역전극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습관화 : 직렬적으로 집중하여 뇌의 인지 자원을 확보하고, 최소한의 숙련도를 만든다.
축적: 다져진 토대 위에 새로운 스킬을 얹어 지식의 전이와 복리 효과를 누린다.
실험: 정체기를 필터 삼아 끝까지 살아남고, 스킬들을 연결해 시장에서 나만의 희소성을 확인한다.
꾸준함은 단순히 재능을 이기기 위한 오기나 미덕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정된 자원을 가진 우리가 승률을 높이기 위해 채택할 수 있는 가장 지능적인 생존 전략에 가깝습니다. 의지력이라는 변덕스러운 에너지 대신, 시스템이라는 견고한 엔진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멈추지 않고 나만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것,
그것이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가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