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65세, 대한민국 유일 전국구 합창단의 특별한 하모니
지난 2011년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의 '청춘 합창단'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60대는 물론 70대, 80대까지 백발성성한 노인들이 합창에 도전한다는 게 놀라웠고, 몇 곡이나 되는 노래를 완창 하며 주어진 무대를 마치는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당시 합창단의 지휘를 맡았던 김태원은 "우리 영원히 만나기"라는 약속으로 대장정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청춘 합창단 – 또 하나의 꿈>은 방송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청춘 합창단'의 활동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당시 방송을 본 제작자 장도현과 이혁종 감독이 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로 뜻을 모아 기획, 제작했다.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대한민국에서 합창단에 열정을 쏟는 노인들의 모습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영화의 시작은 2015년 6월 UN 공연이다. '세계 노인학대 인식 제고의 날'을 맞아 UN본부에 초청된 합창단은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과 '아리랑', '그리운 금강산' 등을 부른다. 평균 나이 65세인 대한민국 청춘 합창단이 이역만리 미국까지 날아와 보여주는 무대는 감동을 넘어 숙연해질 정도다. 알아듣지도 못할 한국말 음성에 피부색도 눈동자 색도 다른 각국 대사들이 눈물을 훔치는 건 그래서다.
합창단은 방송 이후에도 매주 화요일마다 과천에 있는 연습실에 모여 연습을 해왔다. 영화는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단원들이 합창단이란 이름 하에 5년이 넘도록 관계를 지켜가는 '기적'을 보여준다. 80세가 넘은 양송자 할머니는 전북 완주에서 서울까지 왕복 열 시간의 거리를 매주 오간다. 암 투병을 거친 뒤 아직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합창 연습에는 눈을 빛낸다. CEO와 음악 교사, 농사꾼과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의 하모니는 열정과 화합의 힘을 그대로 대변한다. 이는 '청춘 합창단'이 대한민국 유일의 전국구 합창단으로 남은 이유로도 비친다.
영화는 '청춘 합창단'을 단순히 방송이 만들어 낸 하나의 이벤트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단원 개개인이 합창단 활동을 하며 전에 없었던 특별한 행복을 느끼고, 이를 통해 새로운 꿈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포착한다. 합창단원 중에는 지휘를 공부해 또 다른 시니어 합창단을 이끄는 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합창단을 맡아 가르친다. '청춘 합창단' 만으로도 부족해 거주 지역에서 또 다른 합창단 활동을 하는 단원도 있다. '인생은 칠십부터야'라는 이들의 연습곡 제목대로, 이들은 '음악'이란 보석을 다른 노인들에게, 또 다음 세대에 전파한다.
극 중 백발의 단원들은 "2011년 여름은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야"라고, "죽을 때까지 합창단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새 곡을 연습할 때면 삐걱거리고 진도도 늦지만, '화음이 딱 맞는 순간' 느껴지는 희열에 가슴 벅차 하는 그들의 모습은 20대 젊은이보다도 해맑다. 영화 말미 그들과 함께 공연하는 대학생 합창단을 두고 지휘자는 "그분들의 열정을 배우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 열정은 젊은 시절을 떠나보낸 황혼기에 이르러 발현되는 건지도 모른다. 어느 공연 다음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양송자 할머니, 그리고 오래된 사진 속 젊은 시절 단원들의 모습이 슬라이드 필름처럼 스쳐가는 영화의 엔딩까지. 마음을 다해 시간을 대하는 노년의 꿈은 더없이 아름답고 소중하게 가슴을 한껏 적신다. 각자 가족들을 불러 모아 들려준 이 노랫말처럼. 2017년 6월 15일 개봉.
"또다시 가려무나 / 모든 순간이 이유가 있었으니 / 세월아 가려무나 아름답게 / 다가오라 지나온 시간처럼" - 청춘 합창단 '사랑이란 이름을 더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