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의 미래>, <체르노빌 다이어리>
원자력은 매혹과 공포의 이중성을 지녔다. 여타 자원에 비해 싼 값으로 무한정에 가까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30주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5주년을 맞은 올해 국내에 개봉한 영화 <판도라>의 의미는 특별하다. 자신 앞에 놓인 항아리를 열어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던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처럼 원전의 시대를 열고야 만 이 세계, 그리고 대한민국. 지난 4일 개봉한 <판도라>와 더불어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대 수준인 이 나라 국민으로서 짚어볼 만한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2011년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사고 피해와 경과를 두고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대신 각자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인터뷰를 담아 치유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부각한다.
각계각층의 일본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찾아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겪은 피해자들과 만나고, 머지않아 자신들에게도 닥쳐올 시련을 준비하는 이야기는 뼈아프다. 집단 이주한 마을에서 이웃들을 하나하나 떠나보낸 중년 부부, 피폭 현장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을 모두 잃은 용접기사 등의 에피소드는 방사능의 위험성과 인간의 무력감을 동시에 조명한다.
정부의 방사능 피해 측정, 사후 관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 속 목소리도 귀 기울일 만하다. 방사능 수치가 0.23마이크로시버트(μSV) 이하면 안전하다거나 암 이외의 병은 피폭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의 일괄적 규정들은 방사능의 악영향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현실 속에서 비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방사능보다 더 무서운 건 정보를 알리지 않고 진실을 숨기려는 정부"라는 말은 국내 관객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을 품은 채 살아가는 엄마들의 심경은 후쿠시마를 대하는 일본인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원전 사고 이후 폐허가 된 지 오래인 체르노빌을 할리우드 공포 장르 속에 버무린 영화다. 유럽을 여행 중인 젊은 남녀들이 출입이 통제된 체르노빌 인근 마을 프리피야티로 익스트림 투어를 나선 뒤 예기치 못했던 위험에 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인적이라곤 없는 '죽은 도시' 프리피야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로케이션 연출이 특히 인상적이다. 체르노빌 근무자들이 생활했던 아파트를 비롯해 도시공원의 노란 관람차, 아방가르드 스타디움 등 거대한 건축·구조물들은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과거의 비극을 효과적으로 상기시킨다.
프리피야티에 미지의 괴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영화의 설정은 처참하다 못해 회생 불가능해 보이는 방사능 피폭의 공포를 조명한다. 관광객으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놀이 삼아 프리피야티를 거닐던 인물들이 불의의 사고로 아무도 없는 마을 한복판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맞딱뜨리는 위협. 이는 이해할 수도 예상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방사능 피폭 후유증의 속성과도 닮았다. 돌연변이 물고기나 개떼, 곰 등 주인공 일행을 공격하는 존재들은 일견 '책임지지 못한 기술'에 손댄 인간을 향한 응징으로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