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로맨스, 그 꿈결 같은 세계 <카페 소사이어티>

불완전하기에 아름다운 그들의 로맨스

by 오늘

뉴욕에 살다가 할리우드의 꿈을 안고 LA에 입성한 바비(제시 아이젠버그 분). 그는 에이전시를 운영 중인 외삼촌 필(스티브 카렐 분) 밑에서 일하면서 필의 비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 분)를 마음에 둔다. 보니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던 바비는 그녀에게 고백하지만 보니는 남자친구가 있다며 거절한다. 보니는 그녀의 상사이자 바비의 외삼촌인 유부남 필과 내연 관계였던 것. 하지만 필은 아내를 저버리지 못해 보니에게 이별을 고하고, 덕분에 바비는 보니와 연인 사이로 발전해 그녀에게 청혼하기에 이른다. 이와 동시에 공교롭게도 필이 이혼을 결심하면서 보니는 다시 필에게 돌아가고, 바비는 홀로 뉴욕으로 돌아간다.


우디 앨런 감독 작품답게,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가 로맨스를 다루는 태도는 정말이지 무책임하다. 필을 사랑의 메신저로 내세우며 청춘남녀 바비와 보니의 '썸'을 응원하는 것 같다가도, 돌연 그의 역할을 뒤집어 사랑의 결정적 장애물로 만든다. 잘 나가는 남자가 내연녀 때문에 가정을 버리자 예쁘기만 했던 연인의 관계가 보란 듯 무너진다. 여기에서 약속이나 의리 따위는 아무런 힘이 없다. 필은 25년을 함께 한 아내와 보니를 두고, 보니는 바비와 필을 두고 짐짓 힘주어 말한다. "두 사람 다 사랑한다"라고. 그렇게 이 영화의 로맨스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



영화가 진가를 발휘하는 지점은 그다음이다. 뉴욕에 돌아간 바비는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고 사교계의 주인공으로 부상한 데 이어 아름다운 베로니카(블레이크 라이블리 분)와 결혼에 골인한다. 순정을 짓밟혔던 바비가 이제 보란 듯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일만 남았는데, 이번엔 다름 아닌 그가 돌연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남편 필을 따라 뉴욕을 찾은 보니와 단둘이 만나면서 비밀 데이트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믿는 구석'이었던 바비마저 관객을 배신하면서, 영화는 지고지순한 사랑 얘기 대신 가볍고 유쾌한 '미완의 로맨스'로 각인된다.


할리우드와 뉴욕을 오가며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사교 모임은 앞에 말한 사적 관계와 대비되며 미묘한 시사점을 남긴다. '카페 소사이어티'(1930년대 뉴욕, 파리, 런던에서 사교 모임을 하던 예술가와 셀러브리티 등 명사들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제목처럼, 주인공들은 사교 모임에 크게 의존한다. 인맥이나 과시하는 사교계의 '노땅'이 되지 않겠다던 바비와 보니가 각자 사교 모임의 주선자, 허영으로 가득 찬 사모님으로 변모하기까지. 영화는 로맨스와 더불어 가벼이 휘둘리는 이들의 신념마저도 유쾌하게 풍자한다. 그러면서도 주인공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무대 또한 사교 모임이란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위주의 표면적 관계와 로맨스로 대표되는 사적 관계가 혼재된 곳. 영화 속 카페 소사이어티는 마치 세상의 축소판 같다.



누구도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어떤 로맨스도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지 못한다. 극 중 바비의 말처럼 '그저 매 순간 선택이 주어지고 여기에 배제가 뒤따를 뿐'이다. 잘잘못을 가릴 수도, 옳고 그름이나 성숙과 미성숙의 잣대로 판가름낼 수도 없다. 사적 관계에서의 감정. 그 중에서도 비논리적이기 이를 데 없는 연인 사이의 감정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완벽하고 영원한 사랑이란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것이고, 로맨스가 아름답고 애틋한 건 바로 그 불완전성 때문인지 모른다. 금방이라도 사그라질 듯 불확실한 꿈결 같은 세계. <카페 소사이어티>가 그려낸 로맨스의 미학이다. 2016년 9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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