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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mengs Dec 11. 2023

하나님의 타이밍

어두운 밤에 기대와 소망을

요즘은 하루종일 크리스마스 찬송을 틀어놓고 있다. 한국은 특히 크리스마스 플레이리스트가 많지만 더 전통적인 찬송을 듣고 싶어서 'Come thou long expected Jesus'를 검색했다. 그러자 좋은 곡들이 연달아 나와 하나둘씩 저장했더니 몇 시간어치의 플레이리스트가 생성됐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플레이리스트. 이래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끊을 수가 없다. 



Come, Thou long expected Jesus
Born to set Thy people free;
From our fears and sins release us,
Let us find our rest in Thee.
Israel's strength and consolation,
Hope of all the earth Thou art;
Dear desire of every nation,
Joy of every longing heart.

- 'Come thou long expected Jesus' 가사 중에서



겨울은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거리마다 앙상한 나무들이 '이 계절엔 볼 만한 게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추운 밤길을 혼자 걸으면서 '예수님이 겨울에 와주신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쌀하고 황량한 계절에 예수님이 와주신 덕분에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기대감을 누린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빈 계절에 와주신 게 감사했다. 소망 없어 보이는 12월에 와주신 게 '하나님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신앙이 없으면 크리스마스는 그저 아름다운 데코를 곁들인 휴일에 불과하겠지만, 신앙이 있다면 그날은 죄사함과 영생을 향한 소망이 시작되는 날이다.)




저번주에는 친한 친구랑 산책하면서 '하나님의 타이밍'을 느꼈다. 


난 걷는 걸 좋아해 출산 직전까지도 하루에 10000~20000보를 걸었었다. 그런데 출산 후에는 그런 취미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아기가 60일쯤 지나서야 예전 같은 산책을 처음으로 해봤는데 그게 저번 주 주일이었다. 그날은 출산 후 처음으로 만 보를 찍은 날. 정말 상쾌했고 생기가 돋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 주에 또 산책할 날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 주 목요일은 정말 1시간만 밖에 나가서 걷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래서 밤 11시가 다 된 시각에 걱정하는 남편을 설득하고 집을 나섰다. 문득 횡단보도를 기다리다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그날 오랜만에 올린 인스타 포스팅에 친구가 답변을 달아줘서 전화할 용기(?)도 생긴 것 같다. 포스팅에 대해 말하다가 산책 얘기를 꺼냈는데 의외로 친구는 본인도 지금 밖에 나갈 수 있다 했고, 그날 같이 1시간을 넘게 산책하면서 친구의 새로운 근황도 들었다. 바로 그날 취직됐다는 것. 가장 먼저 나에게 연락하려 했으나 밤이어서 참았다고 했다. 그런데 하필 전화가 오고, 그게 나여서 소름 돋았다고. 친구는 내년 초부터 출근인데 자취를 해야 한단다. 나도 곧 복직을 하니 우리 둘 다 '산책 메이트'는 올해가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같은 동네 살면서, 필요할 때 불쑥 연락해서 같이 산책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감사했다. 아무 일 없을 때도 그 친구에게 전화했고, 힘들고 눈물 날 때도 그 친구와 같이 산책하면서 힐링했었다. 그날 산책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같이 걸어줘서 고맙다, 너무 좋았다'는 말을 서로가 서로에게 했다. 이 친구와 상황을 맞춰주신 게 '하나님의 타이밍'인 것 같다.


 




난 지금도 기대하는 하나님의 타이밍이 있다. 바로 이사하는 것. 요새 사는 곳 바로 옆에서 지반을 뚫고 건물을 세우는 공사를 시작했다. 안 그래도 지금 사는 곳을 내년 여름 전에는 떠나고 싶었는데, 이유가 한 개 더 추가된 셈이었다. 남편과 네이버 부동산을 여러 번 봤지만 아직 적당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집이라는 게 얼마나 장벽이 높은지. 


그러다 저번 주 설교말씀을 읽는데 '하나님이 막으시는 게 더 잘되게 하시는 것'이라는 구절을 보게 됐다. 이렇게 하나님의 타이밍을 기대한다. 분명 가장 좋은 시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이끄실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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