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품은 찬란했던 삶.
'하지만 우울증이 반복되던 그 시기, 몽고메리의 삶은 대단히 풍요롭고 성공적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열렬한 신도를 거느린 목사의 아내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로서, 그녀는 명성에 걸맞은 전문적이고도 사회적인 의무를 수행하며 힘든 만큼 큰 보상을 받았다. 이 시기에 몽고메리는 문학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해 많은 작품을 완성했다. 그녀의 평전을 쓴 Mary Henley Rubio는 몽고메리가 "인생의 공과 사를 구별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삶을 살찌우는 것들에만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능력도 탁월했다고 말했다.' (책 248쪽)
몽고메리는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의 삶이 불행할 수록 그녀는 상상력을 통해 더 생기있고 아름다운 글을 써냈다. 현실과 명확한 대조를 이루는 유려한 문체, 세세하고도 기발한 묘사들은 그녀의 삶이 언제 더 힘들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이 내게 큰 위안이 될 줄 몰랐다.
든든한 백이 되어줬으면 하는 부모가 여러 이유로 내 마음의 경계를 내리지 못할 이들이 된다는 건 내게 큰 안타까움이자 상실감을 줬다. 또 가까운 관계여서 상처를 크게 받았다. 조언을 구하거나 내 삶의 답답함을 토로하기 위해 통화를 하다보면 어느새 뭉쳐진 응어리에 결론은 통곡을 하며 끝나는 것이었다. 다른 일로는 이렇게 울지 않는데 어머니.. 그 말은 한없는 애정과 가시같은 비뚤어짐이 엉켜있다.
몽고메리는 어머니를 두 살때 여의었고, 아버지는 떨어져 살았다. 마침내 아버지가 재혼하셔서 14살쯤 아버지와 새어머니와 같이 살 수 있게 되었다. 기대에 부푼 꿈을 안고 그 가정으로 찾아왔을 때 앤은 어땠을까. 새어머니를 위해 매번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 보낼 가장 예쁜 꽃들을 찾아 들판을 헤매었다고 한다. 그러나 새어머니는 아버지의 딸을 향한 사랑을 질투했고, 앤은 1년 뒤 자신을 퉁명스럽게 대하는 할아버지네로 돌아온다. 앤은 현실이 힘들 때 자연으로 시선을 돌리고 그 아름다움에 더욱 열심히 빠져들었다. 앤의 불운했던 성장기가 그녀의 상상력에 도화선이 되고, 이후 작품의 풍부한 소재가 될 글들을 쓰게 했다면, 나의 현실들은 나중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하나님은 선하고 좋으신 분인데 나의 경험들을 어떻게 선으로 바꾸실까?
부모의 잘못된 점이 힘든 건 부모에 거는 기대가 크기도 하려니와 그들과의 인연은 끊지 못한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모드 몽고메리는 작은 일에서 크나큰 행복을 누렸다. 봄 숲에서 연령초를 찾는 일, 여름 정원에서 꽃과 채소를 가꾸는 일, 교회 모임을 위해 디저트를 준비하는 일, 재미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웃게 하는 일, 추수하는 농부들을 바라보는 일, 겨울 석양이 눈밭에 던지는 자줏빛과 연보랏빛 그늘을 감상하는 일, 암말이 끄는 썰매를 타고 구불구불한 언덕을 달리는 일,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실내에서 책을 읽는 일.. 세상을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장소로 보는 것은 몽고메리의 천성이었고,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일기장에 멋지게 기록했다.' (책 248-249쪽)
나도 몽고메리처럼 작은 일에서 크나큰 행복을 누리고 싶다. 또 내 힘들었던 현실이 후에 값진 거름이 되어 크고 단단한 열매, 아름답고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토양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