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X디자이너의 내 맘대로 세상읽기 #2
인공지능으로 가상의 사람을 그려내고, 목소리를 만들고, 영상으로 입혀내는 기술은 이미 놀랍도록 고도화되었다. 그리고 브랜드에서는 오래 전부터 브랜드와 어울리는 모델의 외형을 상상하고, 취향을 결정하고, 말투와 목소리를 결정하는 일들을 해오고 있었다. 이제 브랜드에서 스스로에게 가장 어울리는 모델을 직접 만들어내게 되지 않을까?
국내에도 버추얼 인플루언서 (가상 모델)가 등장했다. (사실 등장한지 좀,이 아니라 많이 됐다... 그래서 글을 재깍재깍 써야하는데...) '국내에도' 라고 이야기하는 건 당연히, 해외에는 이미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 친구들은 사실적인 3D 모델링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다.
출처 로지 인스타그램 rozy.gram ⓒ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출처 슈듀 인스타그램 shudu.gram ⓒ Cameron-James Wilson
출처 릴미켈라 인스타그램 lilmiquela ⓒ Brud
특정 인물의 얼굴을 인식해 영상으로 감쪽같이 합성해내는 기술은 이제 첨단 기술 축에도 못끼는 오래된 기술이고, 이 기술을 활용한 한국 국적의 가상 유투버도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출처 딥페이크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cQ54GDm1eL0
출처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 RuiCovery : https://www.youtube.com/watch?v=cGycBsawTew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얼굴을 만들어내주는 서비스도 이미 상용화 단계까지 왔다 :
아래 Icons8 이라는 팀이 만든 사이트에 가면 초상권무료의 인물 사진을 랜덤하게 선택해 구매하거나, 또는 원하는 인종,성별, 나이등을 선택해 직접 주문할 수도 있다. 모두 AI가 합성해낸, 존재하지 않는 사람(?-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들의 얼굴이다. 큰 이질감이 없어서 오히려 소름돋는 지점에 도달했다.
표지의 모델도 위 사이트에서 직접 만들었다. 모델 '윤아'를 베이스로 인식해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새로운 사람(?) 이다 | 출처 : https://generated.photos/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가상의 인물들은 이제 너무 정교하고 사실적이어져서, '불쾌한 골짜기'를 지나 상쾌해져가고 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돈다. 그리고 그걸 공감하는 사람들은, 버추얼 인플루언서와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임을 알면서도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 무언가 어색하다. 내가 이렇게 옛날 사람이 되나 싶기도 하고...
또 나는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된다면 차라리 파란약을 먹고 바보같은 행복속에서 살겠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사실은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걸까? 라는 온갖 (세상 쓸데없는) 상상도 한다.
다시 새로운 인공지능 이야기로 살짝 돌아가보면,
얼마 전(..은 아니고 사실 이것도 좀 됐다. 그래서 글을 재깍재깍....) 한 티비 예능에서 모창 ai가 출연해, 실제 가수 옥주현과 누가 진짜일까 히든싱어 대결을 펼쳤다. 실제 방송을 봤었는데, 방청 심사단은 결국 진짜 옥주현을 가려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꽤 자연스러웠다. 물론 편집과 현장감의 차이는 있었을 수는 있다. 어쨌든 인공지능이 목소리와 말투를 학습하고 나면, 그 사람이 한 적 없는 말도 자연스럽게 합성하는 기술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로 보였다.
생각해보면, 앞서 나열한 이 기술들이 잘 합쳐진다면 세상에 존재한 적 없던 사람이라도 상상만으로도 이미지든 영상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해진다.
파란약을 먹겠다던 브랜드 디자이너는 이 지점에서 생각을 바꿔먹게 되었다 :
머지 않은 미래에 브랜드에서는 자기 브랜드에 어울리는, 원하는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창조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단순한 버추얼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모델을 직접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들은 이미 브랜드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의 모습을 설정해서 '브랜드 페르소나'를 만들고 있다. (마케팅에서 자주 쓰는 소비자 페르소나와 흡사하지만 살짝은 다른 개념이다) 상상속의 사람과 가장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사람의 사진을 골라 붙이고, 성격을 규정하고, 브랜드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브랜드의 말투도 설정하는 시대다. 그리고 그에 가장 어울리는 모델과 인플루언서를 찾아 협업해왔다.
그런데 이제 어울리는 모델을, 예산과 조건에 맞게 찾아 헤메이지 않아도 그걸 직접 시각화하고 실체화 할 수 있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젊은 세대는 이미 버추얼 인플루언서와 소통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머지 않은 미래에 브랜드가 직접 '창조주'가 되어 모델을 설계하는,
브랜드가 각각의 '버추얼 전속 모델'을 갖게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단순히 버추얼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이 아니라, 모델을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역할이 모두 대체되리라고 보는 건 아니다. 브랜드가 모델을 기용하는 이유에는, 그 셀러브리티의 '대중적 인기와 유명세'에 기대는 역할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브랜드가 '버추얼 전속 모델'을 갖게 될 경우,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생각해보았다.
비용의 제약을 덜 수 있다.
경쟁사와의 계약 갱신으로 모델 뺏기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장점과 동일하게, 모델이 '사고칠' 위험이 없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브랜드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 완벽한 뮤즈가 될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브랜드에 어울리는 버추얼 모델을 설계해주는 '창조주 대행'의 역할도 새로운 업무 영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며 역시 오늘의 뇌피셜을 끝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