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 연결, 우정브랜딩의 핵심

3부 1화. 인간적 연결이 중요해진 배경

이제 3부를 시작합니다. 지난 9화까지, 1부에서는 "브랜드는 더 이상 메시지나 정체성, 경험이 아니라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2부에서는 그 변화의 징조로 나타난 현상들을 하나씩 짚어보았습니다. 이제 '우정브랜딩의 시대'라는 말이 조금 더 실감 나시나요? 3부에서는 이 관계 중심의 시대에 브랜드가 무엇을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할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현상 너머의 공통분모


앞선 2부에서 살펴본 여러 현상들을 떠올려 보세요. 스몰브랜드의 부상은 왜 일어났을까요? 단순히 작은 브랜드가 혁신을 일으켰기 때문일까요? 그보다는 우리가 그 안에 담긴 사람 냄새를 맡았기 때문입니다. 창업자의 취향, 진심, 일하는 사람들의 개성이 스며든 이야기에 끌린 거죠. 프로세스 브랜딩은 어떤가요?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브랜드를 드러내는 것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그 과정을 보며 함께 걷고 있다는 감각을 얻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힘을 얻는 이유도 결국 같습니다. 거창한 광고 캠페인보다 내가 팔로우하는 한 사람의 말에 더 귀 기울이는 이유는, 그 안에서 친밀감과 관계의 온기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팬덤과 커뮤니티 마케팅 역시 브랜드를 매개로 서로 연결되고 소속감을 느끼는 현상입니다.

또 하나, 2부에서 꼭지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징조가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 페르소나와 말투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브랜드 기획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브랜드의 페르소나 - 여기서는 타겟 페르소나가 아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써 페르소나를 말합니다 - 를 구축하거나, 버벌 브랜딩, 즉 브랜드의 말투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 중요한 디테일이라는 데 공감하실 겁니다. 생각해 보면 이도 결국은 브랜드 자체에 인간적인 디테일을 넣는 행위입니다. 브랜드가 조금이라도 더 인간답게 느껴지게 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던 거죠.



인간적인 연결의 힘


브랜딩 에이전시 대표 레베카 코왈레비츠 Rebecca Kowalewicz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관한 Forbes의 기고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비즈니스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소비자와 인간적인 차원에서 소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비자에게 당신이 그들과 똑같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브랜드에 따뜻함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당신과 고객 사이의 벽을 허물고, 생생하고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그들과 소통하여 공감대를 형성하세요. (중략) 그들보다 우월하거나 낮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브랜드와 고객 모두에게 진정성을 보여주세요.”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시대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업계 관계자끼리나 관심 가질 법한 세세한 제품 기능 차이가 아닙니다. 수많은 광고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럴듯하게 포장된 브랜드의 스토리를 쉽게 믿지 않죠. 이제 사람들은 브랜드가 자신을 존중하고, 친구처럼 다가와 주는지를 본능적으로 감지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연구에서도, 사람들은 브랜드의 효익 Benefit에 대한 실질적인 만족감보다,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에 더 강한 만족을 느낀다고 합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참여감 마케팅', '팬덤 마케팅'과 같은 표현들은 사실 모두 이 연결을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말일뿐입니다. 브랜드가 사람처럼 느껴지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그런 브랜드가 자신을 좀 더 사람 대 사람으로 소중하게 대해주고, 내 니즈를 더 잘 알아챌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출처

그렇다면 브랜드가 왜 리더도, 영웅도, 아이돌도 아니라 친구여야 할까요? 그 이유는 관계의 동등성에 있습니다. 친구는 나와 거래를 주고받거나,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아무 이유 없이도 서로 돕고 응원하며 때로 웃음과 위로를 나눌 수 있는 존재죠. 그러면서도 그 관계를 위해 서로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의지가 필요한 관계입니다. 우정이라는 관계의 본질은 계산이 아니라 배려와 공감입니다.



우정 브랜딩이 힘을 얻는 세 가지 이유 : 초연결, 글로벌, 인간 본성


우정브랜딩의 등장을 만든 배경에는 세 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1부에서도 이야기한 초연결 사회입니다. 월드 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인구의 68%에 해당하는 약 57억 명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57억을 서로 연결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로 그려본다면 15경 6,800조 개나 되는데, 이는 지구의 모든 해변의 모래알을 합친 것보다도 10배다 더 많다고 합니다. 모두가 모두와, 그리고 모든 정보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이어지는 시대. 이제 소비자와 생산자가 다시금 직접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완성된 것이죠.

두 번째는 글로벌화가 만든 '승자독식 시장'입니다. 고도화된 물류·유통 시스템과 디지털 플랫폼은 전 세계를 완전한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좋은 제품은 어디서나 같은 품질과 가격으로 손에 넣을 수 있죠. 그 결과 시장의 중간지대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1등 브랜드는 더 이상 국경이나 물류의 핸디캡 없이 싸울 수 있고, 전 세계가 하나의 쇼핑몰이 된 세상에서 '2등'이나 '로컬 1등' 브랜드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압도적 글로벌 1등 브랜드와, 인간적 친근감과 공동체적 가치를 무기로 살아남는 로컬 브랜드만이 남게 된 것이죠. 기술, 품질, 가격이 아닌 정서적 친밀감이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바로 인간 본성입니다. 인터브랜드 CCO 민은정은 최근 저서 <브랜드가 곧 세계관이다>에서 사람들이 브랜드에서 인간성과 연결을 찾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은 원래 무리를 지어 살도록 설계된 사회적 동물이며, 인간인 우리가 모든 것에서 인간의 모습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이죠.

사람들은 왜 연결되기를 원하는가? 간단하다.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살도록 설계된 사회적 동물이다. 동물인 인간은 강하지 않다. 위협적인 무기를 장착하지 못한 약한 생명체다. 사자 같은 최상위 포식자도 무리 생활을 하는데, 인간이 무리를 짓지 않으면 매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1943년에 발표되었지만, 아직도 유효한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을 보자.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처럼 생존과 밀접한 욕구가 채워진다면, 그다음에 채우길 원하는 욕구는 무엇일까? 사랑과 소속의 욕구(Love&Belonging)이다. 이것이 채워져야 인정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로 넘어갈 수 있다. 이처럼 소속감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사회적 지지, 정서적 안정감, 상호작용을 경험해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존재다. 하루 종일 휴대폰에 빠져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그 휴대폰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 중이다. 브랜드 커뮤니티 역시 본질은 강한 연결이다. 한 명 한 명은 약하지만 연결되고 결합하면 힘이 된다.


무작위 패턴에서 익숙한 형태를 찾으려고 하는 행동 양식을 파레이돌리아 현상이라고 한다. 구름이 하트처럼 보인다거나, 단풍잎이 손바닥처럼 보이는 것이 그 예다. 모르는 정보를 아는 정보로 치환해 쉽게 기억하려는 뇌의 영리한 행동이다. 그런데 수많은 형태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은 사람의 얼굴이다. 피어오르는 연기에서도, 자동차의 앞모습에서도, 오징어땅콩의 패턴에서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의 얼굴을 찾는다. 그런 우리에게 브랜드의 의미가 what을 넘어 why로, 마침내 who로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2부에서 살펴본 현상들은 비유하자면 퍼즐 조각 같았습니다. 스몰 브랜드, 과정의 공유, 인플루언서와 팬덤, 커뮤니티의…. 그 모든 현상을 이어주는 실은 결국 하나, 인간적 연결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조각들을 하나로 모아 하나의 패러다임, 우정 브랜딩으로 불러 보려 합니다.

남은 마지막 3부에서는 이 우정 브랜딩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다각도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랜드가 어떻게 친구가 되고, 어떻게 우정을 쌓아갈 수 있는지, 그 원칙과 사례를 함께 탐색해 볼까요?




3부부터는 주 1회 연재로 변경됩니다. 한 주 쉬고,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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