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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Oct 07. 2024

정리는 버리기가 아니다

정리를 해도 해도 다시 어질러지는 이유


"집에 가서 푹 쉬면 좋지, 왜 가기가 싫어~~?"



퇴근 후에도 집에 가기 싫다는 언니와 대화를 했다.




"많이 버린다고 했는데도, 물건들이 많아. 그리고 정리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왜 또 어질러졌을까?" 언니는 답답한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번에 물건들 많이 버렸다고?"




"응!! 3년 안 입은 옷은 버려야 한다고 해서, 정말 많이 버리고 당근두 하고 직원들한테도 줬어."




언니는 아까보다 밝은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게 칭찬 듣고 싶었나 보다.




"고생했어~~ 그리고 많이 버려도 정리가 안된다고 했지?"




"응, 그러니까..." 다시 시무룩해졌다.




"언니, 그거 아마 타인 기준으로 정리해서 그런 걸 거야."




언니는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타인 기준으로 정리했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우리가 흔히 듣는 정리 기준 있잖아. 예를 들어 '흰 반팔 티셔츠는 몇 벌이면 충분하다'거나 '몇 년 안 입거나, 안 쓴 거는 버려야 한다'같은 것들. 그런 기준은 다 남들이 만든 거지, 우리 개인의 필요나 감정과는 상관없는 거야."




"맞아... 나도 그런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했어. 근데 그렇게 해도 늘 다시 어질러지더라고."




"그래서 중요한 건, 언니 자신만의 기준으로 물건을 선택하는 거야.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로 남기고 싶은 것들을 선택하는 과정이거든.



이 물건이 지금 나에게 정말 필요한가. 행복을 주는가를 기준으로 정리해야 다시 어지럽혀지지 않아."



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나는 나만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선택하는 게 쉽지는 않아."



"맞아. 정리란 힘을 기를 과정이야. 선택하는 힘이 강해질수록, 어떤 물건을 남길지 더 명확해져.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선택도 점점 빨라질 거야. 어려우면 내가 도와줄게."





"갑자기 나 정리가 끝나면 어떨지 엄청 설레. 방이 깨끗해지면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거든."




"그 설렘이 정리가 주는 진짜 가치야. 이번에 언니 기준으로 정리하고 나면, 일상에서도 결단력도 판단력도, 더 좋아질 거야. 그러면 언니가 더 자신감 있게 선택할 수 있게 되지."




"그래, 이제 다른 사람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내 기준으로 물건을 선택해 볼게. 다시 어질러지지 않도록!"




"물건뿐만이 아니라, 관계에서나 일에서도, 어떤 정리든 언제나 선택의 문제야. 그리고 그 선택의 과정에서 언니의 삶도 더 명확해질 거야."




나는 설레는 언니의 눈빛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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