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가 싫어요~~
"정리가 싫어요~~"
정리 축제 중인 A 님이 첫 번째 레슨 후에 혼자 과제를 하다가 힘들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지금까지 정리 스트레스가 컸고 안 했던 것을 하려니, 싫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알려드린 방법대로 안 했다는 증거이다.
싫어진 첫 번째 이유는 설레는 것을 고른 게 아니라, 버려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정리는 버려야 한다는 강박을 다들 갖고 있기 때문에 더 힘든 일이 되는 것 같다.
"바지가 다 설레는 것 같아요."
"괜찮아요. 그럼 당당하게 남기면 되세요."
"근데 안 입는 옷들도 많고요..."
아, 이유를 알 것 같다.
"다 꺼낸 후에 하나하나 대면하셨나요?"
역시나,
"아니요..."
바로 두 번째 이유는 손으로 하나씩 만지면서 대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리 축제에서 손의 힘은 위대하다.
(*정리 축제란? 일생에 한 번 하는 정리기간으로, 모든 물건들을 '한 번에, 단번에, 완벽하게' 설레는 것만 남겨서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손으로 만지는 이유는 바지가 내게 주는 감정을 직감적으로 느끼기 위해서다. 손의 감각을 통해 물건이 내게 설레는지, 설레지 않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물건의 비용이나 유용성과 같은 외적 요소와는 별개로, 내게 주는 감정을 바탕으로 필요 여부를 결정한다. 물건을 만지며 느끼는 설렘의 감정이 결국 나만의 기준을 형성하고, 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손으로 물건을 만질 때 우리는 그 물건과의 관계를 느낀다. 특히 옷을 손바닥으로 쓸어주며 갤 때, 손 다림질이 된 듯 깔끔해지고 마음도 차분해진다.
마치 어렸을 때 할머니가 배를 문질러주며 '할머니 손은 약손~'하면 아픔도 낫는 그 마법처럼, 손에는 사람을 위로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다.
옷을 입을 때도 새로워진다.
손의 힘을 통해 물건과 감정을 정리하는 법을 알려드리는데, 다들 옷을 개는 게 재밌어졌다고 한다.
"옷 개는 게 너무 재밌어요~~~"
사실 A 님도 미리 옷 개는 법을 알려드렸더니, 그 재미에 빠져서, 하나씩 대면하는 것을 놓쳤던 것이다.
나는 설레는 것만 남기는 정리 축제를 끝내고, 일상에서 하는 정리의 의미가 바뀌었다. 예전처럼 의지를 갖고 '정리해야지'가 아니다.
바쁘거나 지쳤을 때 방이 어질러져있지만, 전처럼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조건 반사적으로 물건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돌려놓으며 마음을 함께 정돈하는 시간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좋아하는 책에 닿는 손의 감각만 느낀다.
책상에 늘어진 물건을 하나씩 만지며 제자리에 두면서 평온함을 느끼고, 나 자신을 돌보고, 토닥토닥 위로의 손길을 더한다.
물건을 만지는 과정은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나와 대화하고 손길을 통해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이다.